“36주 임신중지 논란, 제도 공백 속의 비극”…시민 4800여명 권씨 무죄 호소

고나린 기자 2026. 2. 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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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가 살인죄로 기소된 20대 여성 권아무개씨에 대한 선고가 오는 3월4일 예정된 가운데, 시민 4천800여명이 법원에 권씨에 대한 무죄 선고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27일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단체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모임넷)는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 재판부에 127개 시민단체와 시민 4천792명의 연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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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가 2023년 4월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임신중지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가 살인죄로 기소된 20대 여성 권아무개씨에 대한 선고가 오는 3월4일 예정된 가운데, 시민 4천800여명이 법원에 권씨에 대한 무죄 선고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27일 취재를 종합하면, 시민단체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모임넷)는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 재판부에 127개 시민단체와 시민 4천792명의 연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했다. 모임넷은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부터 25일 자정까지 4천800여명의 연명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24년 6월 권씨가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았다며 그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소개하면서 불거졌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후속 입법이 이어지지 않아 2021년부터 임신중지는 ‘입법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다만 경찰과 검찰은 자궁 밖에서 생존 가능한 36주 태아에 대한 임신중지는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 1월27일 검찰은 권씨에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시민들은 탄원서에서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제도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탄원인들은 “권씨는 방문했던 여러 병원에서 인공임신중절을 해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해 들었을 뿐 어디에서도 임신 36주차의 임신중지가 어떠한 방법으로 이뤄지는지, 태아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못했다”며 “낙태죄가 법적 실효를 지니지 않게 된 지금까지도 임신 기간에 따른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안내나 출산 및 양육 지원에 관한 연계 체계가 전혀 구축되지 않았기에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씨는 살인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탄원인들은 “권씨와 같이 임신 사실을 매우 늦게 인지하거나 초기에 중지하고자 했으나 의료기관에서의 거절, 비용 마련 등으로 시기가 계속해서 지연된 경우 등 다양한 사정으로 임신 중기 이후 임신중지를 고려하게 될 수 있다”며 “권씨는 가족이나 성관계 상대방으로부터의 도움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고 자녀를 양육할만한 경제적 여건도 마련되지 못했다. 이러한 심경으로 임신중지 결정을 내린 여성에게서 살아서 태어난 아이를 죽이게 될 것이라는 상황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세계보건기구는 모든 국가에서 살인 등 다른 형사처벌을 포함해 임신중지를 온전히 비범죄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권씨에 대한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모임넷은 권씨의 선고 공판이 예정된 오는 3월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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