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세 자매' , 독거 노인과 노숙인 위한 따뜻한 밥 한 끼 무료급식 현장

전정희 기자 2026. 2. 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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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서울 불광동 8번 출구 무료급식소 삼총사의 화끈한 주방 열기
ㆍ개그맨 이용식 아내 김외선씨 "손녀 얻고 너무 감사" 봉사 다져
ㆍ50~70대 '베테랑 주부' 매주 구슬땀...정 그리워 찾는 어르신들
ㆍ'장욱조와 고인돌' 출신 가수 정기종 목사 10년 전 급식소 세워

"어르신 맛있게 드세요. 식사 마치고 밥하고 물김치 따로 준비해 놨으니 집에 가실 때 잊지 말고 가져가세요."

25일 서울 불광동 8번 출구 앞의 무료급식소에서는 배식이 한창이었다. '세 자매'로 보이는 삼총사가 주방과 배식구를 오가며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였다. 그사이에도 쉴 새 없이 식판이 나갔다. 이용자 특성상 뷔페식이 아닌 고루 담긴 접시형 식판 배식이었다.

이들 삼총사가 내민 밥상을 받은 이들은 독거 노인과 노숙 어르신들.

서울 각지와 인천, 의정부, 안양 등 외곽 또는 멀리 수원에서 이곳까지 온 어르신들도 있었다. 이날 150여 명이 맛있는 식사를 했다. 서울 망우동에서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왔다는 서 모 할머니(80대)는 "이곳에 오면 따뜻하고 저 세 자매분이 알뜰살뜰 챙겨 주어 멀어도 꼭 오게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 불광동 독거 노인과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하는 삼총사. 어르신들에게 '세 자매'로 불리는 이들은 매주 주방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만든다. 왼쪽부터 김외선, 우지현, 이지희씨. 사진=전정희 기자

식사를 준비한 삼총사는 김외선 이지희 우지현 주부. 각기 50·60·70대로 '엄마 손맛' 9단의 살림 베테랑들이다. 동시에 이들은 직장 일과 파트타임 일을 하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삼총사는 서울예능교회 등에서 성경 공부를 하다 만났다.

삼총사는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운 이들을 섬기라'라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뜻을 모았고, 이곳 무료급식소에서 뭉쳤다. 이 급식소는 명동생명의숲교회 정기종 목사가 서울 서북권에 5년 전부터 무료급식소를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정 목사는 1980년 전후 '장욱조와 고인돌'이라는 그룹의 멤버로 일본까지 진출했던 전직 가수. 대표곡 '고목나무'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 무료급식소는 10년 전 서울 명동 한 복판에서 시작됐다. 주로 노숙인이 많았다. 그러나 명동 한복판에서 임대 운영 등이 쉽지 않아 5년 전 이곳으로 옮기게 됐다.

삼총사 가운데 왕언니 김외선씨는 방송을 통해 얼굴이 알려져 있다. 개그맨 이용식 아내, 수민이 엄마, 가수 원혁의 장모로 익숙하다.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을 통해 부부 그리고 딸과 사위(가수 원혁)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준 방송인'이 됐다. 웬만하면 보일러를 틀지 않을 정도로 알뜰한 엄마지만 손녀에겐 녹아나는 할머니이기도 하다.

불광동 명동생명의숲교회 무료급식소 배식 창구. 이지희(뒷 모습)씨가 어르신들에게 모자란 음식이 없는지 묻고 있다. 사진=전정희 기자

"지난해 귀한 손녀를 어렵게 얻었어요.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가족과의 소중한 사랑에 감사해 제가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제대로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드문드문했었거든요. 매주 1~2회 꼬박꼬박 급식소로 나와 여기 동생들을 돕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웃으로부터 많이 베풂을 받고 살았잖아요."

그가 말하는 동생들은 '세 자매'로 묶인 이지희 우지현씨. 이지희씨는 하루 150여 밥상의 맛을 내는 '급식소 쉐프'이다. 그러면서도 손이 어찌나 빠른지 배식에 흐트러짐이 없다. 우지현씨는 최근 재취업 되어 시간을 뺄 수 없었으나 휴가와 반차 근무를 내서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봉사에 참여한다.

이들은 이날 돼지볶음, 도토리묵, 젓갈무침, 숙주나물, 상추쌈, 멸치볶음 등 10여 가지 찬을 냈다. 매주 화·수 각기 저녁과 점심 두 차례 무료급식이 진행된다. 많은 분량의 조리 작업은 하루 전부터 이뤄진다. 삼총사 외에 서울 종로의 금은방 대표 등 7~8명의 봉사자가 스태프가 되어 어려운 이웃의 '따뜻한 밥 한 끼'가 되고 있다.

한편 이 무료급식소는 이 지역 재개발과 함께 이주가 시작되어 어디론가 떠나야 할 형편이다. 정기종 목사와 봉사자들이 지혜를 모으고 있으나 비싼 임대료와 까다로운 임대 조건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전정희 기자 oklaka@oknews.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