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촉법소년 나이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1호 학폭 전문 변호사의 제안
노윤호 변호사의 記錄
촉법소년 연령 하향 고찰점
14세서 13세로 하향 논의
나이 한살 낮추면 범죄 줄까
낙인효과 · 범죄학습 부작용
가해자 부모 책임 강화해야
피해자 ‘회복적 정의’ 마련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형사미성년자의 연령 하향 논쟁에 불을 붙였다.[사진|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7/thescoop1/20260227101704161josv.jpg)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논의 진행 상황을 들은 이 대통령은 이같이 밝힌 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에게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했다. "두달 후 결론을 내리자"면서 목표 시간도 정했다.
# 그러자 찬반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공론화를 지시한 '촉법소년 적용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로 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촉법소년을 14세에서 13세로 내리는 것을 주제로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 같다"며 "인권위가 과거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낸 적 있는데 의견을 내달라"고 말했다.
# 과연 어떤 방향이 옳을까. '국내 1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인'인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에게 촉법소년 논쟁의 본질과 방향성을 물었다.
![촉법소년은 아이들에게 범죄자란 낙인 대신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7/thescoop1/20260227101705441uxlz.jpg)
현행 14세인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로 한 살 낮추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나이 한 살 낮춘다고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어차피 나 촉법(소년)이라 처벌 안 받음. 신고해봐라ㅋㅋ." 학교폭력 상담으로 만난 피해학생의 부모님은 필자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다.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피해학생은 일상이 무너져 고통받고 있는데, 가해학생은 자신의 '나이'를 법망을 피할 무기로 삼아 조롱하고 있었다. 현행법상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 더 흉포화한 청소년 범죄 = 이런 상황을 접할 때면 변호사인 필자조차 '법의 무력함'을 느끼곤 한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 "촉법소년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현행법이 그만큼 최소한의 정의조차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청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 못지않게 흉포화하고 지능화했다. 촉법소년을 포함한 '소년보호사건'의 중요 죄명별 비중을 살펴보면, '절도'가 35.1%(1만7843명)로 가장 많았지만 '폭력 8.1%(4134명)' '사기 7.5%(3798명)' '폭행 7.4%(3770명)' '성폭력 4.8%(2419명)'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2021년 1만1677건이던 촉법소년 범죄는 2024년 처음으로 2만건(2만814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8월 누적 기준으로도 1만4563건이나 발생했다. [※참고: 소년보호사건이란 촉법소년 또는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 우범소년(10~19세)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내려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정치권부터 학계까지 나서서 현행 14세인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13세로 낮추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법무부는 2022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현행 촉법소년 기준을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마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의미 있는 대책이란 평가도 나왔다.
![[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7/thescoop1/20260227101706704gpuj.jpg)
죄를 지으면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지만 소년법의 본래 취지는 '처벌'이 아닌 '교화'에 있다. 그래서 형법상 처벌 연령을 낮춰 수용시설에 가두는 인원을 늘리는 게 상책인지는 짚어봐야 한다.
만약 13세 아이를 성인과 유사한 형사처벌 절차에 몰아넣을 경우 우리는 두가지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첫째 '낙인효과'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라는 딱지가 붙은 아이들은 사회로 돌아왔을 때 정상 궤도로 진입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둘째 '범죄의 학습 효과'다. 열악한 소년원 환경에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모여 교류하다 보면 오히려 범죄 수법을 배워 나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당장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사이다' 같은 대책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범죄의 뿌리를 뽑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되긴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건 '숫자(나이)'가 아니라 '처벌의 질質'과 '책임의 무게'다.
먼저 현재 소년재판에서 촉법소년에게 내려지는 '보호처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가해학생들이 보호처분을 그저 운 좋게 넘어가는 절차쯤으로 인식하도록 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 실질적인 봉사와 교육이 강도 높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교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 가해자 부모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폭력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보면 자녀를 방임하거나 과보호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교육이 달라져야 아이들도 달라질 수 있다. 가해자 부모에게도 강제적으로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거나 경제적 배상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중심의 '회복적 정의'를 마련해야 한다. 회복적 정의란 별다른 게 아니다. 피해자가 다시 학교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는 거다. 가해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보다 가해자가 웃음을 되찾는 것이 더 큰 정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처벌받는 게 두려워 법을 무서워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나이란 방패 뒤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멈추게 할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촉법소년 역시 '나이'가 답은 아니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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