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OTT로 보게 될까...중계권 논란에 '보편적 시청권' 시험대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2. 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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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뉴스1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스포츠 중계를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고 있다. 드라마·예능 중심이던 경쟁 구도가 실시간 스포츠로 이동하면서, 플랫폼 간 차별화 전략도 점차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흐름이 단순한 콘텐츠 전략을 넘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로 확장될 가능성에 있다. 최근 불거진 JTBC의 올림픽 중계권 독점 논란은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오래된 제도적 질문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OTT가 스포츠에 집중하는 배경은 명확하다. 스포츠는 생방송 시청 비중이 높고, 이용자가 특정 시간에 플랫폼에 접속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이는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체류 시간과 이탈 방지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티빙은 프로야구 중계를 통해 이용자 유입 효과를 입증했고, 쿠팡플레이는 K리그 및 해외축구로 플랫폼 차별화에 나섰다. 넷플릭스도 WWE(프로레슬링), 메이저리그 경기 등을 생중계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다. 스포츠 중계는 제작비 부담이 크지만, 광고·스폰서십·유료 구독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극히 드문 유형의 콘텐츠다. 특히 특정 팀이나 리그에 충성도가 높은 팬층은 가격 인상에도 이탈 가능성이 낮아, 플랫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매출원으로 작용한다. OTT가 스포츠를 비싼 콘텐츠가 아닌 전략적 투자로 인식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 전략이 어디까지 확장될 것이냐는 점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OTT가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공공성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JTBC의 올림픽 중계권을 둘러싼 논란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JTBC는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과 2025~2030년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뒤 지상파 3사에 재판매를 시도했으나,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제적 행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제공=뉴스1)

2007년 방송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개념은 유료방송 사업자가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해 시청 기회를 제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국민 다수가 관심을 갖는 스포츠 이벤트는 단순한 상업 콘텐츠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는 인식이 제도의 근간에 깔려 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독점 논란은 이러한 인식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음을 방증한다. JTBC와 지상파 3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히 특정 사업자의 일탈이라기보단 중계 구조와 유통 방식이 전환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방송·온라인·모바일이 결합된 복합 유통 환경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기존의 기준만으로 접근성의 정도를 판단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OTT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미묘한 위치에 서 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이용한다는 통계에 따르면 이미 지상파에 견주는 접근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가입과 결제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선 여전히 지상파와 동일 선상에 놓기 어렵다는 반박도 가능하다. 결국 접근성에 대한 개념이 현실에 맞게 재정의된 후에야 '올림픽과 월드컵도 OTT의 전략 자산으로 편입될 것인가'하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공=JTBC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을 시장 논리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면서도, 관련 제도와 규제를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소장은 머니투데이방송 MTN에 "우리나라 제도상으로 OTT 사업자의 스포츠 중계엔 법적인 문제는 없다. 스포츠 생중계가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크게 늘리는 효과가 있어 플랫폼들이 경쟁적으로 라이브 스포츠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의 영역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기존 개념과 방송·미디어 산업 지형의 변화가 맞물려 있는 만큼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협의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련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OTT의 스포츠 중계 확대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단순한 사업자 간 경쟁을 넘어 국내 미디어 산업의 구조 변화와 공공성 논쟁을 동시에 촉발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변화 자체를 막기보다 새로운 유통 환경에 걸맞은 제도적 기준을 마련해 산업 성장과 보편적 시청권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게 숙제로 보인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