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법 대수술 전례 없는 속도전…“숙의·공론화 과정 필요” 호소 끝내 외면

김임수 기자 2026. 2. 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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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사법 질서, 1년 만에 전면 재편…‘견제’ 명분 아래 정치적 악용 가능성 논란
법원 “국민 피해와 정치적 외풍, 되돌리기 어려운 부작용” 공개 경고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의 토대 위에 쌓아올린 삼권분립 원칙을 뒤흔들고 있다. 입법·행정을 장악한 집권여당은 '선출권력 우위론'을 바탕으로 헌법 조항을 비틀며 '사법 개혁 3법' 완수를 향해 브레이크도 없이 질주하는 중이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법학자 및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숙의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허공의 메아리에 그쳤다.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할 국민의힘은 집안싸움과 '윤(尹) 어게인'이란 늪에 빠져 제 앞가림도 못 하고 있다. 법조계는 여당의 일방통행식 사법 개혁은 '사법 견제'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고,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부작용도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ChatGPT 생성이미지

법왜곡죄 막판 수정… "정치적 외풍 우려"

국회는 2월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법왜곡죄 신설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강경파 주도로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던 이 법안은 구성 요건의 모호함 및 위헌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본회의 상정 직전 수정됐다.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민주당 율사 출신 의원들마저 우려를 나타내자 민주당 지도부에서 일부 조항을 없애거나 완화했다.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표되면 판사·검사 등이 타인에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형사 사건에 관해 법을 왜곡하게 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법왜곡죄가 사법권 남용 방지, 공정한 재판 실현, 검찰·법원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법왜곡죄를 도입한 독일의 경우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실제 처벌 사례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2002년부터 2017년까지 판사·검사 56명이 법왜곡죄로 처벌됐고, 이 중 3명은 실형을 받았다.

그러나 법조계는 "처벌의 실익이 없고, 용기 있는 판사·검사들만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왜곡죄가 도입되면 하급심(1·2심) 판사가 소신 있는 판결을 내리기 어렵다. 패소한 쪽에서 '판사가 법을 왜곡했다'며 고소·고발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라며 "판사가 기소돼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피의자로 수사받는 과정에서 심리적 위축은 불가피하다. 판사들이 정치적 외풍이나 여론 눈치를 살피는 건 국민들이 법원에 기대하는 일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법왜곡죄가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지금도 정치적 사건을 수사한 검사나 재판을 맡은 판사들이 직권남용죄로 고소·고발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 해 5만 건 이상 쏟아지는 직권남용 사건에 허덕이는 수사기관의 실정은 외면한 채 법왜곡죄 신설로 인한 부담까지 떠넘긴 상황이다.

형법에 정통한 이종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많은 판사·검사가 직권남용죄로 고소·고발되는 현실에 비췄을 때 불필요하고 상징성만 지닌 입법"이라며 "서울시 간첩단 사건이나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경우 검사들의 보복 기소와 위법 신문을 공소권 남용으로 판단한 사례들이 있다. 사법농단 사건에서 법관들의 직권남용도 일부 인정됐다. 지금도 법 왜곡 행위가 직권남용죄로 포섭이 가능한데,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실익이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정치적 사건에서 영장 기각 등을 압박하기 위해 악용될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살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실적으로 법왜곡죄로 기소돼 판사·검사들이 유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판사·검사가 수사할 때나 재판에서 법을 적용할 때 위축되게 할 뿐"이라고 했다.

"이재명 구하려다 윤석열 풀어줄 수도"

민주당은 법왜곡죄 신설에 이어 재판소원 도입도 '사법 개혁 패키지'로 묶어서 냈다. 헌법재판소법 조문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해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불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민주당은 "기본권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대법원은 이를 사실상 4심제로 규정하며 "국민들을 '소송 지옥'에 빠트리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소송 지옥'은 그저 수사학적 표현만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진단이다. 이혼 소송에서의 양육권 다툼을 비롯해 주주총회 결의, 부동산 임대차 계약 분쟁에 이르기까지 일반 국민이나 기업이 쉽게 마주하는 각종 소송들이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헌재로 향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헌재가 기본권 침해로 판단한 경우 판결은 취소되고 법원은 처음부터 다시 재판해야만 한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생기면 어떤 사건이든 '기본권 보호'라는 방패막을 씌워 헌재로 달려갈 수 있게 된다. 재판이라는 것은 한쪽이 이기고 다른 쪽은 지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어느 순간에는 누군가가 끝을 내줘야 하고, 대법원 확정 판결이 그런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판결'이라는 사회적 약속이 깨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법연수원 교수인 모성준 부장판사 역시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재판소원 도입은 조선시대의 끝나지 않는 송사를 현대판으로 재현하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1948년 헌법이 만들어진 뒤 80여 년간 이어진 사법 제도의 틀을 불과 1년 안에 바꾸는 '속도전'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세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사법 3법을 전광석화로 처리하는 것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진행 중인 5개 재판을 무효화하기 위한 '정략적 입법'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민주당이 사법 개혁 법안들을 발의한 시점은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직후였다. 법사위 야당 간사 격인 나경원 의원은 "예전에는 총칼로 사법부를 겁박했지만, 이재명 정권은 법을 바꿔 판결을 지우려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변호사 출신인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민주당 사법 개혁법은 권력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유전무죄·무전유죄법'"이라며 "민주당은 이 대통령에 앞서 대북 송금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화영(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부터 구하기 위해 재판소원을 신청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내란을 일으켜 무기징역을 받은 윤석열 측도 공수처의 위법 수사나 특검의 과잉 수사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재판소원에 나설 수 있다. 지금이야 헌재에서 각하되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풀려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 사법 개혁이라는 게 그만큼 허술하다. 나중을 생각하기보다 일단 지금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개특위' 건너뛴 전례 없는 개혁 속도전

사법 개혁 3법을 관통하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삼권분립 훼손에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우리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40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66조)"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101조)"고 각각 규정하고, 입법·사법·행정부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됐다.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독재국가로 나아가지 않기 위한 안전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입법부가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사법부에 우선한다'는 이른바 '선출권력 우위론'을 근거로 전례 없는 속도의 사법 제도 개편을 진행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숙의와 공론화'를 요구한 데 이어 2월25일 전국법원장들도 긴급회의를 열어 "국민 피해가 우려되고 돌이키기 어려운 중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호소했으나, 여당은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는 22대 국회 이전까지 여야가 함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구성한 뒤 사법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하며 차분히 개혁을 논의했던 것과도 전혀 다른 양상이다. 2010년 3월 구성된 18대 국회 사개특위는 1년6개월 동안 활동하면서 법조일원화제도 도입 등을 이뤄냈다. 19대 국회 사개특위 역시 여야 모두 참여한 가운데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등을 도입했다. 반면 22대 국회의 경우 민주당이 지난해 8월 자체 사개특위를 띄운 뒤 "추석 전에 사법 개혁을 완료한다"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내겠다"는 정청래 대표의 구호 아래 타협 없이 밀어붙였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의 독립은 다수결의 횡포로부터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집권여당이 의석 과반을 앞세워 야당, 사법부, 시민사회의 우려를 무시한 채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헌법이 설계한 삼권분립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브레이크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독주"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SNS를 통해 "제도 설계 단계에서는 고도의 헌법적·제도적 판단을 요구한다"며 "민주사회에서 복잡한 제도 개혁일수록 속도보다 정밀성이 우선돼야 한다. 언어의 매력에 이끌린 단순한 찬반 구도는 결국 제도 설계를 왜곡시키고, 그 부담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월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사법부도 지금의 사태 초래한 데 책임 있어"

다만 일각에서는 사법 개혁 3법이 국민적 여론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 및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이 개혁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조차 일부 법관 대표가 "(사법 개혁은) 사법부 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려하면 법안의 위헌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까지 부장판사를 지낸 한 변호사도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데엔 사법부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법관 독립성에 너무 매여 있다 보니 튀는 재판이 나왔을 때 내부에서 이를 바로잡을 집단지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법 개혁은 분명 필요하지만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면 헌법적 가치와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법왜곡죄는 형사 처벌 대상과 행위를 의심 없이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는 형사법 대원칙과 충돌하고, 재판소원 역시 헌법의 3심 체계 및 법정 안정성을 흔들 만한 제도인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재판소원 도입은 당연히 해야 했던 것으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공권력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에 대해 구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헌법 취지에 더 부합한다"며 "법원이 개혁에 반대하는 건 대법원 권위가 떨어지는 데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본다. 재판소원이 도입되고 대법관 숫자가 늘어나면 대법관 위상과 권위가 그만큼 상실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국회를 통과한 사법 개혁 3법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일까. 의결된 법안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정부로 이송된 뒤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서명할 경우 3개 법안은 본회의 의결 15일 이내 공포될 전망이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의 경우 공포 즉시 시행되고, 대법관 증원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매년 4명씩 증원된다. 법안을 막지 못한 국민의힘 등이 사후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헌재에서 번복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상태다. 사법부에서 "돌이키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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