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잡으려다 아무도 못 잡는다…레이디 두아에서 배우는 ‘포기’ 전략 [똑똑한 장사]
[똑똑한 장사-73] 요즘 장안의 화제 중 하나가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다.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앉아 전편을 몰아봤다고 말할 정도로 시나리오는 탄탄하고,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레이디 두아는 고가의 명품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에 욕망을 넘어 갈망을 일으키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명품이 아니더라도 이 드라마는 마케팅 측면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핵심은 더 많이 잡기 위해 더 적게 겨냥한다는 점이다.
시장은 넓어졌고, 고객은 많아졌으며, 채널은 무한히 확장되었다고 말한다.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플랫폼 확산으로 기업은 이제 누구에게나 팔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믿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진짜 잘되는 기업들은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타깃을 넓히지 않는다. 오히려 줄인다. 더 많이 잡기 위해 더 적게 겨냥한다.

잘되는 기업은 이 지점에서 다른 선택을 한다. 모두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한 사람을 선명하게 정의한다. 그 사람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떤 언어에 반응하는지를 깊이 이해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한다. 포기가 전략이 되는 순간이다.

특정 취향, 특정 라이프스타일, 특정 가치관을 정밀하게 겨냥한 브랜드는 강한 팬덤을 만든다. 이들은 매출 규모보다 충성도를 먼저 확보한다. 그리고 그 충성도가 더 넓은 고객층으로의 확장을 견인한다. 반대로 ‘누구나 무난하게’라는 전략은 단기 매출은 만들 수 있어도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은 남기지 못한다. 작은 식당을 만들어 크게 키우고 싶다면 동일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도 국내에 처음 도입될 때는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다. 고소득, 고학력의 젊은 화이트칼라층이 주 타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타깃이 선명해지면 전략은 단순해진다. 제품 기획이 쉬워지고, 메시지는 일관성을 갖는다. 광고 카피는 짧아지고, 채널 선택은 명확해진다. 내부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진다. ‘이 고객에게 필요한가’라는 질문 하나로 많은 논쟁이 정리된다.
반대로 타깃이 넓으면 모든 결정이 복잡해진다. 누구를 위한 기능인지, 누구를 위한 가격인지, 누구를 위한 톤인지 끝없는 타협이 이어진다. 타깃을 줄이지 못하는 기업의 공통된 심리는 두려움이다. 혹시 이 고객을 포기하면 매출이 줄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시장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모두를 겨냥한 브랜드에는 아무도 열광하지 않는다. 고객은 자신을 이해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자신을 위해 설계되었다고 느끼는 브랜드에 지갑을 연다.
드라마 ‘레이디 두아’에서 부두아의 판매사원은 이런 말을 한다. 백화점 명품관에서 일하다가 부두아로 이직한 그는 “자신이 알던 VIP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 고객을 쳐내는 것이 자신의 일이었다”면서 “그러다가 회사가 망하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판매사원의 걱정과 달리 ‘부두아’라는 브랜드는 최고의 백화점 회장까지 유치전에 뛰어드는 극희소 명품 브랜드로 부상한다.

결국 성장은 넓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선명함에서 시작된다. 잘되는 기업은 타깃을 줄인다. 그리고 그 줄임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확장의 출발점이 된다. 극단적인 상상 속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이런 면에서 드라마 ‘레이디 두아’는 명품이 아니더라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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