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잡으려다 아무도 못 잡는다…레이디 두아에서 배우는 ‘포기’ 전략 [똑똑한 장사]

2026. 2. 2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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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장사-73] 요즘 장안의 화제 중 하나가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다.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앉아 전편을 몰아봤다고 말할 정도로 시나리오는 탄탄하고,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레이디 두아는 고가의 명품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에 욕망을 넘어 갈망을 일으키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명품이 아니더라도 이 드라마는 마케팅 측면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핵심은 더 많이 잡기 위해 더 적게 겨냥한다는 점이다.

시장은 넓어졌고, 고객은 많아졌으며, 채널은 무한히 확장되었다고 말한다.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플랫폼 확산으로 기업은 이제 누구에게나 팔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믿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진짜 잘되는 기업들은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타깃을 넓히지 않는다. 오히려 줄인다. 더 많이 잡기 위해 더 적게 겨냥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의 한 장면.
많은 기업이 성장의 해법을 ‘확장’에서 찾는다. 고객군을 넓히고, 연령대를 확장하고, 가격대를 다양화한다. 남성과 여성을 모두 잡고, MZ세대와 중장년층을 동시에 겨냥한다. 프리미엄과 가성비를 함께 말하려 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메시지는 흐려지고, 브랜드는 희미해지며, 결국 가격만 남는다. 타깃이 넓어질수록 정체성은 약해진다. 그래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된다.

잘되는 기업은 이 지점에서 다른 선택을 한다. 모두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한 사람을 선명하게 정의한다. 그 사람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떤 언어에 반응하는지를 깊이 이해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한다. 포기가 전략이 되는 순간이다.

포기가 만드는 팬덤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보자. 나이키는 모든 사람을 위한 스포츠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실제 커뮤니케이션은 ‘행동하는 사람’에 집중한다.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 한계를 넘고 싶은 사람,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은 사람을 향해 말한다.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 전체를 포괄하는 듯 보이지만 메시지는 매우 좁고 선명하다. 그래서 강하다. 나이키가 겨냥하는 고객은 좁지만 나이키를 소비하는 시장은 넓다.
소셜미디어 이미지 컷. <부자비즈>
테슬라 역시 초기에는 대중 시장을 겨냥하지 않았다. 친환경 가치에 공감하면서도 기술 혁신에 매력을 느끼는 얼리어답터 집단을 정밀하게 겨냥했다. 그 좁은 타깃이 브랜드의 열광적 지지층이 되었고 이후 확장의 발판이 되었다. 처음부터 모두를 잡으려 했다면 현재의 브랜드 위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정 취향, 특정 라이프스타일, 특정 가치관을 정밀하게 겨냥한 브랜드는 강한 팬덤을 만든다. 이들은 매출 규모보다 충성도를 먼저 확보한다. 그리고 그 충성도가 더 넓은 고객층으로의 확장을 견인한다. 반대로 ‘누구나 무난하게’라는 전략은 단기 매출은 만들 수 있어도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은 남기지 못한다. 작은 식당을 만들어 크게 키우고 싶다면 동일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도 국내에 처음 도입될 때는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다. 고소득, 고학력의 젊은 화이트칼라층이 주 타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고객 수가 아니라 고객 정의
타깃을 줄인다는 것은 고객 수를 줄인다는 의미가 아니다. 고객 정의를 선명하게 한다는 뜻이다. 기업은 종종 ‘20대 여성’처럼 인구통계학적 기준으로 타깃을 설정한다. 그러나 잘되는 기업은 나이와 성별이 아니라 태도와 문제로 타깃을 정의한다. 예를 들어 ‘자기계발에 진심인 사람’, ‘시간을 돈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환경 문제에 행동으로 참여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 정의는 훨씬 좁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강한 연결을 만든다.
아웃도어 보이스 이미지 컷. <부자비즈>
2013년 뉴욕에서 출발한 ‘아웃도어 보이스’도 그런 사례다. 창업자 타일러 헤이니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스포츠 스타가 아니라 운동이 즐거움이 되어야 하는 일반 고객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Doing Things’라는 슬로건 아래 함께 걷고, 뛰고, 요가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고객이 브랜드 팬을 넘어 참여자가 되도록 했다. ‘움직임의 즐거움을 세상과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태도와 문제로 타깃을 설정하면서 운동복을 일상복으로 확장했고, 운동복의 정의를 바꿨다.

타깃이 선명해지면 전략은 단순해진다. 제품 기획이 쉬워지고, 메시지는 일관성을 갖는다. 광고 카피는 짧아지고, 채널 선택은 명확해진다. 내부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진다. ‘이 고객에게 필요한가’라는 질문 하나로 많은 논쟁이 정리된다.

반대로 타깃이 넓으면 모든 결정이 복잡해진다. 누구를 위한 기능인지, 누구를 위한 가격인지, 누구를 위한 톤인지 끝없는 타협이 이어진다. 타깃을 줄이지 못하는 기업의 공통된 심리는 두려움이다. 혹시 이 고객을 포기하면 매출이 줄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시장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모두를 겨냥한 브랜드에는 아무도 열광하지 않는다. 고객은 자신을 이해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자신을 위해 설계되었다고 느끼는 브랜드에 지갑을 연다.

전략은 선택의 예술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타깃을 줄일수록 차별화가 선명해진다는 점이다. 경쟁자는 줄어들고, 비교 대상도 달라진다. 가격 비교의 전장에서 벗어나게 된다. 브랜드는 ‘더 싸다’가 아니라 ‘나를 이해한다’로 선택받는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강력한 방어막이 된다.

드라마 ‘레이디 두아’에서 부두아의 판매사원은 이런 말을 한다. 백화점 명품관에서 일하다가 부두아로 이직한 그는 “자신이 알던 VIP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 고객을 쳐내는 것이 자신의 일이었다”면서 “그러다가 회사가 망하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판매사원의 걱정과 달리 ‘부두아’라는 브랜드는 최고의 백화점 회장까지 유치전에 뛰어드는 극희소 명품 브랜드로 부상한다.

소셜미디어 이미지 컷. <부자비즈>
이처럼 타깃을 줄이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부적으로는 반대가 나온다. 왜 더 넓게 가지 않느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그러나 전략은 선택의 예술이다. 선택은 곧 배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방황이다. 잘되는 기업은 확장 이전에 집중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집중이 브랜드를 만든다. 타깃을 줄인다는 것은 시장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시장을 다시 정의하는 일이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명확해질 때 비로소 고객도 우리를 선택한다.

결국 성장은 넓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선명함에서 시작된다. 잘되는 기업은 타깃을 줄인다. 그리고 그 줄임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확장의 출발점이 된다. 극단적인 상상 속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이런 면에서 드라마 ‘레이디 두아’는 명품이 아니더라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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