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에서 주민 63명 숙식…40일 지나도 이주 논의 '제자리'[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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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우리랑 다를 바가 없어. 어젯밤에 얼어 죽지 않은게 다행이야."
지난 24일 오전 방문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입구에 설치한 이재민 숙소.
지난 23일 강남구청이 마련한 임시 거주시설 이용 기간이 끝난 뒤 63명의 이재민은 구룡마을로 돌아왔다.
전쟁 피난민과 다름 없는 생활이지만 63명의 이재민은 여전히 구룡마을을 떠날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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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중 17%는 임대주택으로 임시 이주
이재민 측 여전히 "분양전환형 임대" 요구
SH "보증금 면제·임대료 감면, 전례 없는 지원"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돼지우리랑 다를 바가 없어. 어젯밤에 얼어 죽지 않은게 다행이야.”
지난 24일 오전 방문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입구에 설치한 이재민 숙소. 이곳에 임시 거주 중인 이미선(79)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씨를 비롯한 여성 이재민들이 23일부터 머물고 있는 이 숙소는 비닐하우스 가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비닐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중앙에 연탄 난로가 있고 양옆으로는 취침을 위한 각 약 26㎡(약 8평)의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서 모두 30여명의 여성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다.

129가구 181명의 삶의 터전을 앗아간 구룡마을 화재가 발생한 지 40일이 지났다. 지난 23일 강남구청이 마련한 임시 거주시설 이용 기간이 끝난 뒤 63명의 이재민은 구룡마을로 돌아왔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제시한 이주대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화재 발생 이후 21가구(31명)가 SH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을 신청해 마을을 떠났다. 87명은 가족·친지의 집으로 흩어졌다.
63명의 이재민들은 1인당 10만원씩 갹출해 공동생활비로 사용중이다. 이 돈은 수도·전기 공사를 위한 자재를 구입하거나 휴지 등 생필품 구입을 위해 쓰인다. 식료품은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상품가치가 없는 채소를 가져오거나 인근 물류창고에서 소비기한이 임박한 가공식품을 구해 조달한다.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구룡마을 부녀회에서 점심과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지난달까지는 인권단체가 점심을 무료로 제공했지만 그마저도 지원이 끊겼다.
전쟁 피난민과 다름 없는 생활이지만 63명의 이재민은 여전히 구룡마을을 떠날 생각이 없다. 2002년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 김모(55)씨는 “대한민국이 진정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원주민인 우리에게도 재개발 이후 이곳에 거주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서울시가 한발 물러서 분양전환형 임대 요구를 수용한다면 우리 같은 빈민도 다시 삶을 살아갈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안세환(55)씨는 “SH가 화재로 불타버린 집을 비닐 간이 공작물이 아닌 무허가 주택으로 인정하고 임대와 분양전환형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면 우리도 떠나고 싶다”고 했다.

SH는 거주민들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행 토지보상법과 SH 정책상 분양전환 임대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SH는 이미 이재민들에게 제시한 △임대주택 입주 시 보증금 면제 및 임대료 60% 감면 △재정착 때까지 계약 기간 무기한 연장 등의 대책이 전례 없는 지원이라고 밝혔다. SH는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주민에 한해 강남구와 협의해 노인 일자리도 알선한다는 계획이다.
SH 관계자는 “이재민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의 대책을 제시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민 중 70~80대 고령자가 많은데 열악한 주거환경 탓에 건강이 악화할까 우려된다”며 “화재 위험도 있으니 가급적 임시주택으로 이주하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현재 (prese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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