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리스방식 AI인프라투자로 재무제표에서 대규모 잠재부채 누락 꼼수인가, 정당한 회계처리인가..논란 무디스, 잠재부채 반영하여 신용등급 재평가 선언
지난 23일 글로벌 신용평가가 무디스가 AI 빅테크들에 대한 신용등급 재평가를 예고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빅테크들이 재무제표에는 잡히지 않는 수십조원의 사실상 부채를 안고 있어 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경고였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빅테크가 회계기준의 허점을 이용해 거액의 데이터센터 관련 부채를 숨겨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요, 신평사가 공개적으로 이를 거론하며 등급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빅테크들이 분식회계를 한 것일까요? 이들 부채를 제대로 반영하면 빅테크들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흔들리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 때문에 또다시 AI거품론 불거지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추락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걸까요? 이번 이슈체크에서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얽힌 부채 누락설을 분석해 봅니다.
메타. 오라클, 알파벳(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AI인프라 투자는 전쟁이라고 할만합니다.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죠. 아래 그림은 빅테크 기업들이 영업활동에서 창출하는 현금흐름 대비 인프라 투자 배수를 나타낸 것인데요, 2024년 기준으로 0.4배~0.7배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배수가 더 상승했을 겁니다. 최근에는 투자재원 조달을 위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입니다.
빅테크들이 AI인프라 투자과정에서 사실상의 부채를 누락하고 있다는 무디스 보고서 내용이 알려진 것은 지난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통해서입니다. 최근에는 빅테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가 대거 시장에 쏟아져 채권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보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같은 부채누락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월가에서 간간이 제기되고 있었던 사안입니다. 이번 무디스 보고서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래 그림과 함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림1>처럼 빅테크가 직접 자금을 차입하여 AI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 당연히 빅테크에 직접 부채가 잡히게 되겠죠.
그런데 빅테크 중에는 <그림2>와 같은 구조를 활용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금융사가 페이퍼컴퍼니(SPC)를 설립하고 출자합니다. 그리고 이 SPC에 대규모 대출을 하고, SPC는 AI데이터센터를 건설합니다. 빅테크가 SPC에 공동출자하기도 하지만 출자규모는 지분율 10%~20%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들어간 자금은 SPC의 부채가 되겠죠. 빅테크는 SPC로부터 데이터센터를 임차합니다. 금융사는 빅테크로부터 받는 임대료로 투자금을 회수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임대차계약을 하면 빅테크도 부채를 인식해야 합니다. 정해진 계약기간동안 임차료만 내면 될 것 같은데 무슨 부채를 인식한다는 걸까요? 아래 그림처럼 항공사가 항공기를 리스하여 운항하는 경우를 보겠습니다.
위 그림의 (1)처럼 예컨대 8년간 리스하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리스회사에 반납하는 경우입니다. 항공사는 매년 리스료를 내고 이를 영업비용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2)는 (1)보다는 훨씬 더 길게 15년동안 리스하고, 계약이 종료되면 항공기 소유권을 항공사로 넘기는 경우입니다. (2)처럼 계약하면 항공사는 15년동안 내야 할 리스료 총액을 계약시점에 리스부채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이처럼 리스조건에 따라 항공사가 매해 리스료(영업비용)만 인식하거나, 미래 리스료총액을 리스부채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하는 두가지 경우가 혼재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 적용되기 시작한 IFRS(국제회계기준) 개정리스에 따르면 어떤 경우이든 임차인(리스이용자)은 미래 리스료총액을 부채로 반영해야 합니다. 리스기간의 장단기 여부나 리스계약 종료시 반환 또는 소유권 이전 여부와 상관없이 항공사는 계약기간동안 리스료 납부 의무를 일방적으로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총리스료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거죠.
미국 회계기준(US GAAP) 역시 이같은 리스부채 인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빅테크는 미래 리스료 총액을 리스계약 시점에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하는 거죠. 그런데도 빅테크가 회계기준의 허점을 활용하여 데이터센터 관련 부채를 숨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빅테크가 SPC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금융을 하기로 금융사와 협약을 하였고, 잠정리스기간은 20년 정도로 예상된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빅테크와 SPC간 계약상 리스기간은 예컨대 5년으로 정해질 수 있습니다. 즉 5년간의 총리스료만 부채로 인식한다는 거죠.
빅테크는 리스계약 만료전에 연장(갱신) 여부를 결정할 거라고 합니다. 그때 가서 갱신을 결정하면 갱신계약 기간만큼 리스부채를 추가로 인식하겠다는 겁니다. 갱신하지 않는다면 데이터센터 잔존가치에 하락에 대해 빅테크가 보상하겠다는 조건을 넣습니다. 회계기준상으로는 물론 문제가 없습니다.
빅테크 입장에서 보자면, 20년 정도의 리스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GPU 등 데이터센터 핵심설비의 수명이 5년 안팎이므로 그 시점에 가서 갱신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투자자 또는 신용평가사 입장에서 보자면 이 리스는 실질적으로는 20년짜리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잔존 15년간의 리스부채와 미갱신시의 잔존가치보상액이 재무제표에는 빠져있지만, 이를 사실상 부채로 간주하여 빅테크를 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죠.
실제 사례를 보겠습니다.
메타와 블루아울캐피탈이 SPC 성격의 합작사를 세웁니다. 메타는 토지를 현물로 출자하여 지분 20%를 가집니다. 블루아울캐피탈은 합작사에 현금 70억 달러를 출자하고 270억 달러를 대출합니다. 합작사는 이 자금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메타에 리스할 겁니다. 블루아울캐피탈은 리스료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죠.
그런데 메타는 초기 리스계약을 4년으로 합니다. 최대 20년까지 갱신가능합니다. 갱신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 잔존가치하락을 평가하여 최대 280억 달러를 메타가 보상해야 합니다. 이 계약대로라면 메타는 4년간의 총리스료만 일단 재무제표에 리스부채로 잡아놓겠죠.
무디스는 이런 식의 계약에 대해 20년간 리스료와 잔존가치 보상분을 산출하여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합작방식 외에도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유동화증권 발행, 세일앤리스(매각 후 재임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누락한 사실상 부채를 반영하여 신용등급을 재평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결과 등급이 하락한다면 빅테크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을 겁니다.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은 빅테크들이 AI인프라 투자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레버리지를 키우고 있다며 우려합니다. 그러나 또다른 애널리스트들은 빅테크의 잠재부채가 재무건전성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며, AI 생태게는 여전히 공급 대비 수요초과 상태에 있다고 말합니다. 잠재부채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지난해 하반기부터 잠재부채에 대한 논란이 해외 유력매체에 가끔 등장하고 있지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습니다. 빅테크들이 이제는 대규모 회사채 발행까지 감행하며 천문학적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데다 잠재부채에 대한 신평사의 공개 메시지 이후 시장 관심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