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 문상민 "첫 영화, 첫 주인공이지만 얼굴의 붓기까지 연기였다" [영화人]

김경희 2026. 2. 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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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상민이 영화 '파반느'를 통해 생애 첫 스크린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90cm가 훌쩍 넘는 압도적인 피지컬로 인터뷰장에 나타난 그는 시작부터 "첫 영화, 첫 인터뷰라 너무 떨린다. 영화 촬영할 때 보다 키가 더 커서 이제 190cm가 좀 넘는 것 같다"며 신인 배우다운 풋풋한 긴장감과 솔직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촬영한 지 2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된 그는 "직접 나온 영상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행복하다.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 작품, 그리고 감독님과 배우들이 어떻게 찍었는지 제가 제일 잘 알기에 영화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며 당당한 소회를 밝혔다.

문상민과 '파반느'의 만남은 그야말로 운명적이었다.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밤 10시쯤 씻지도 못한 채 식탁에 공허하게 앉아있던 날, 처음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첫 대사부터 '모든 사람은 오해다'라는 문장을 읽고 곧바로 유튜브에 '파반느'를 검색해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틀어놓고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후루룩' 읽어 내려간 시나리오에 마음을 뺏긴 그는 "이게 나한테 들어오는 게 맞나, 내가 무조건 하고 싶다고 하면 할 수 있는 상황인가"를 자문할 정도로 욕심이 났고, 곧바로 회사에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피력했다고.

특히 그는 대본을 읽다 말고 거실에서 일어나 직접 대사를 내뱉어보며 캐릭터를 몸으로 체득해 나갔다는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버스 정류장 장면을 혼자 연습하다 무심결에 "미정!"이라고 소리를 질러보기도 했다는 그는, 그때 들려온 자신의 목소리에서 기묘한 확신을 얻었다는 말을 했다. 문상민은 "사실 발성도 좀 이상하고 투박했지만, 툭 나오는 그 솔직함에 있어서 '아, 괜찮다. 지금 내 모습이 너무 괜찮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솔직한 고백을 해 웃음을 안겼다. 정적인 줄만 알았던 경록의 내면에서 요동치는 에너지를 자신의 목소리로 확인한 순간, 비로소 '문상민만의 경록'이 시작된 셈이다.

신인에게 맡겨진 주연이라는 중책은 기분 좋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문상민은 현장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스스로 '독종'이 되기를 자처했다. 그는 "감독님을 정말 많이 귀찮게 했다. 새벽이든 밤이든 감독님 사무실이 있는 논현역으로 매니저 없이 혼자 찾아가 경록의 자세, 표정, 걸음걸이까지 미리 다 맞춰봤다. 어떤 대사는 5~6가지 버전으로 녹음을 한 뒤 하나씩 들어보면서 이건 어떤 느낌과 해석으로 한 대사인지를 감독님께 설명들었고, 감독님과 그렇게 대사 하나, 장면 하나씩 분석하고 해석하며 준비했다"고 밝혔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나타나는 그를 보며 이종필 감독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문상민은 "사전에 감독님과 확실하게 싱크를 맞춰놓으니 현장에서는 '이게 맞나'라는 의심 없이 오롯이 상대 배우의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며 그 치열했던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문상민이 해석한 사랑은 '정의 내리기 어려운 숙제'였지만, 영화를 거치며 그만의 답을 찾아냈다. 그는 "사랑이란 뭘까 생각했을 때 여전히 어렵고 답을 내리기 힘든 단어지만, 이번 작품을 하며 느낀 건 사랑은 '절대 혼자 있을 때 빛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상대가 있을 때 비로소 내가 빛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영화에서도 미정이가 경록이를 사랑해줬기 때문에 문상민이라는 배우가 그 과정에서 빛날 수 있었다. 사랑이란 건 결국 그런 것 같다"며 사랑에 대한 깊은 철학을 전했다.

모두가 좋아했던 경록이 왜 외모가 별 볼일 없는 미정에게 그토록 시선을 떼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석도 남달랐다. 문상민은 "낯선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고, '이 사람은 뭐지?'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무엇보다 경록은 '내가 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살아갈 이유가 생기겠다' 혹은 '이 사람은 나를 감당할 수 있겠다'는 직관적인 의지를 느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요한에게 미정을 '불쌍하다'고 말했던 장면에 대해서도 "그건 동정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서툴러서 나온 변명이었다. 사실은 처음부터 사랑이었다"고 덧붙였다.

미정이 떠난 후 경록이 무너지는 장면에 대해서도 그는 "경록은 완벽한 남자가 아니다. 미정이 떠난 후 그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클럽에서 애매한 춤을 추던 모습이 모질라 보일 정도로 처절하게 무너져야 LP바 앞 전봇대에서의 완전한 붕괴가 설명될 것 같았다"며 캐릭터의 감정 그래프를 세밀하게 짚었다. 또한, 어린 경록에서 성인 경록으로 전환될 때의 나레이션 장면에 대해서도 "아무 생각 없이 하려고 노력했다. 경록의 공허함과 무의미함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깊은 캐릭터 해석력을 보여주었다.

실제 20대 중반인 문상민은 경록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방황과 혼란을 위로받기도 했다. 그는 "스물다섯, 여섯이 되면 성숙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방황하게 되더라. 경록이 고민이 많다고 말할 때 '나도 그런 고민이 있는데' 싶어 너무 끌렸다"며 "지인들이 영화를 보고 '야 너 말투가 너 평소 말할 때랑 똑같아'라고 물어봤을 때 기분이 되게 좋았다. 바꾸지 않았는데 그렇게 들렸다는 건 그만큼 경록이 내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는 증거니까"라고 전했다.

영화 속 경록은 무표정하고 공허한 인물이지만, 문상민은 그 안에 담긴 '라이브함'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는 "원래 화면에 나오는 붓기에 예민한 편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붓기가 일정하지 않은 제 얼굴이 오히려 좋았다. 어떤 날은 눈이 부어 있고 어떤 날은 붓기가 쏙 빠져 있는데, 그게 경록의 감정이나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를 참고했다는 그는 190cm의 큰 키를 구부정하게 숙이며 수더분한 실루엣을 만들어냈고, 입시 시절 전공한 현대무용의 감성을 살려 경록만의 투박한 움직임을 연구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않고 저만의 속도로 가고 싶다"는 말처럼, 문상민은 자신만의 솔직하고 투박한 걸음으로 영화계에 강렬한 첫발을 내디뎠다. 팬들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질문을 주고받는 상상을 하곤 한다는 그는, 이제 막 피어난 청춘의 얼굴로 다음 행보를 기대케 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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