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차는 다닐 수 없는 광주 도로, 부끄럽지 않습니까?

이삼섭 2026. 2. 27. 08: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길 위의 공존 - 자동차 지배를 넘어 ⑩에필로그
車 밖으로 나와야 보이는 보행·자전거 불편들
국내외, 차로 줄이자 '활력' 도는 사례 多 입증
市·의회, 선언 넘어 로드맵·실행계획 만들어야
광주 북구에 위치한 한 골목상권 모습이다. 행정의 방치 속에서 좁은 보행로와 불법주차들로 보행환경 등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광주에서 ‘차가 있어야 편하다’는 말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취재를 거듭할수록 이 문장은 질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한 것은 누구에게인가, 불편은 누구에게 전가되고 있는가. 9차례 기획 연재를 통해 광주의 도로 불평등 현장을 고발하고, 자동차 중심 도시를 벗어난 국내외 사례를 직접 봤다. 다시 광주의 거리에 선 취재 기자 두 명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답변을 통해 광주의 다음 선택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광주역 인근 이면도로 모습. 보행로를 자동차가 잠식한 모습으로 안전한 보행에 위협이 되고 있지만 행정의 방치 속에서 일상적인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이면도로에 대해 일방향으로 만들어 보행로와 노면주차장 등 도로 정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기획을 시작할 때 가졌던 문제의식과 취재 전과 후 광주를 바라보는 기준은 무엇이 달라졌나?

▲이삼섭(이하 이): 평소 자동차로 이동하는 데 너무 편하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면 불편하다. 넓은 차도와 달리 보행로는 좁고 그마저 자전거도로와 겸용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내리니 그 불편함이 보이는 것이다. ‘차로’(車路)는 저렇게 저토록 넓은데 왜 보행로와 저전거도로는 이토록 좁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자동차가 편한 건 차로가 넓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보행로와 자전거가 불편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불평등한 도로를 재분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첫 프롤로그 제목도 ‘도로 위 민주주의는 괜찮은가요?’라고 한 거다. 차로와 보행로, 자전거도로를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

▲강승희(이하 강): 주로 버스와 보행으로 이동한다. 광주에서 자동차 운전자들이 불편하다고 토로하는 것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도시철도 2호선 공사로 불편해졌다거나 주차공간이 없다는 불만이 대다수다. 반면 나 같은 보행자들은 늘 긴장 속에 있다. 보행로에서는 자전거와 전동킥보드(개인형이동장치·PM)와 부딪힐까봐 매순간 노심초사다. 버스 안 조차도 끼어드는 자동차에 급정거가 잦다보니 위협을 느낀다. 골목길은 통행하는 차와 불법주차들로 다니지도 못할 정도다. 그러니 시민들 대부분이 안전하고 편리한 자동차를 이용한다. 기획을 시작한 이유다. 취재하면서 도로를 재분배하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들보다 해당 도로와 접한 상인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기획을 통해 차로를 줄여야 오히려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는 걸 충분히 방증했다.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프로젝트가 도입된 에이샴플레 지구의 만사나(블럭 단위·Manzana) 내부 모습. 차로 통행을 제한하고 보행 중심의 공간으로 이뤄낸 대표적 사례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취재 중 가장 설득됐던 장면은 어디였나?

▲이: 단연코 바르셀로나다. 국내외 여러 도시를 취재하면서 바르셀로나가 가장 여러 이동수단의 공존이 잘 구현된 곳이라고 판단했다. 바르셀로나 또한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도로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 도로를 해체해서 보행로를 넓히고,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나아가 공원으로 만들기도 한다. 자동차를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다. 양방향인 도로를 일방향 도로로 적극적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노면 주차장도 적극 만들고 있다. 결국 대중교통에 더해 자전거와 보행 이동이 편하니 자동차로 이동하지 않는다. 자동차 도로의 재분배에 적극적인 도심일수록 자동차 이용이 적고 도심이 쾌적하다.

▲강: 서울 종로구 소나무길 취재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소나무길은 차도를 좁힌 대신 인도를 넓게 만들어 걷는 내내 안전하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광주에 있는 번화가들엔 대부분 차가 사람과 함께 지나다녀 늘상 ‘언제 차가 올까’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피느라 편히 걷지 못했기 때문이다. 함께 걷는 사람들의 표정도 편안해 보였고 이 안정감에 주변 상가들을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광주 대부분 골목길에서 느껴볼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매연과 소음이 적으니 카페들도 거리와 상가의 단절 공간을 없애면서 색다른 풍경이 나왔다. 그러니 시민들도 관광객들도 즐겨 찾고 사진도 많이 찍는 모습이었다.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 소나무길(대학로 11길). 낙후된 이면도로 상권이었던 소나무길은 지난 2016년부터 보행환경 개선사업이 이뤄지면서 보행자와 관광객이 몰리는 거리가 됐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취재하다가 들었던 인상 깊었던 말은?

▲이: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도시의 수준을 알고 싶으면 유아차를 끌고 걸어다녀 보면 된다는 말이다. 단순히 넓게 깔린 보행로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아이는 그 사회에서 가장 보호 받는 존재다. 그 아이를 데리고 도로에 나갈 수 없다는 건 거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 아이가 있는 부모들이 대단지 아파트에 살고, 구도심 거주를 꺼려할까라고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온다. 안전하지 않은 건 신도시라도 다를 바 없다. 아이가 안전하지 않은 도로 환경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한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대형 쇼핑몰이 발전된 이유가 무엇인가? 아이가 가장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다. 광주의 여러 상권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는데 진심으로 살고 싶다면 보행 환경부터 개선하라고 말하고 싶다. 도로에 이면 주차 허용해달라거나 주차장을 만들어달라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강: 시민 인터뷰 중 기억에 남은 한 마디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상인 멘트다. ‘왜 손님들이 차를 가져와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차로를 없애 보행로를 확충하고 벤치와 나무를 조성해 공원으로 만든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시민이었다. 차로를 없애니 시민들이 이곳으로 몰린 경험도 들려줬다. 한국에 있는 어느 지역에서나 차를 가져와야 손님이 온다는 생각에 주차장 건립을 요구하거나 ‘차없는 거리’에 반대 목소리를 낸다. 이 상인의 질문은 결국 사람이 걸어야 상가에 관심이 생긴다는 걸 말해주는 거였다. 서울 소나무길에서 얻은 경험과 오버랩됐다. 도심일수록, 골목일수록 편안하고 쾌적한 보행로가 만들어질 때 사람이 모인다.

-광주에서 차로를 줄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이: 가장 큰 걸림돌은 ‘차로를 줄이면 불편하다’는 인식이다. 광주는 오랫동안 자동차 중심의 도로 정책을 펼쳐왔다. 광주시민 두 명 중 한 명은 자동차를 소유했다. 사실상 대부분 성인이 자동차 운전자다. 그래서 광주는 자동차가 편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도로 문제의 불평등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이유다. 정책 집행자도 시민들도 대부분 이 같은 인식에 갇혀 있다. 이 인식을 깨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140만명 시민들 모두를 바르셀로나로 보내 경험해보게 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광주에서 성공 신화를 만들어야 한다. 차로를 줄이니 오히려 좋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예컨대, 이미 차로가 충분히 넓은 상무지구를 ‘보행·자전거 특화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상무지구가 다시금 핫플레이스가 될 거라는 데 의심치 않는다.

▲강: 역시 운전자와 상인의 인식이다. 운전자는 도시를 위해, 우리 사회를 위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인드가 장착돼야 한다. 상인들 역시 차를 모시기보다 ‘들어오고 싶은 상점’이 되기 위한 고민을 먼저해야 한다. 차없는 거리나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에 뜻을 모아야 한다. 광주에 복합쇼핑몰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차가 오기 편한 환경은 더 이상 손님 모시기에 경쟁력을 더하는 요소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행정은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해 환경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 민원을 생각하기보다 민원을 제기하기 전 도로 재구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의 ‘대자보 정책’은 이 구조를 바꾸고 있나?

▲이: 광주가 지향하는 대자보는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이다. 달리 말하면 자동차 중심의 정책을 대자보로 전환한다는 말이다. 대중교통 확대는 광주시가 비교적 잘 잡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철도나 BRT 추진, 노선 개편, 요금 할인 등이다. 그러나 자전거와 보행은 도로의 재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그러나 체계적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의 경우 1990년대부터 ‘보행 조례’를 제정하고, ‘서울 거리 르네상스’ 등을 꾸준히 추진했다. 올해까지 ‘2040 미래서울 보도공간’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자전거도로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와 의회가 조례와 기본계획을 통해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획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이: 어느 시민이 기획 기사 댓글에 “평소 차도는 무조건 넓은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기자님 글을 읽으니 놓친 게 있음을 알게 됐다. 걷거나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이동이 편한 정책이 추진되면 좋겠다. 감사하다”고 남겼다. 물론 자동차도 사람이 타는 건데, 불편해서 되겠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등이 일방적으로 짊어지었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는 고령층이 많아지면서 전동휠체어 등도 많아질텐데, 이를 위해서라도 더 그래야 한다.

▲강: 이번 기획을 통해 여러 이동 수단의 공존을 위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한 시민들에게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필요성과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행정에서 기획에서 제시한 사례와 시민 반응을 들어 지역에 맞는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