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폐가서 4년 버티며 살아남은 두 마리 개들의 '끝나지 않은 우애'
편집자주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며 무사 구조를 기원하던 TV 속 사연 깊은 멍냥이들.
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와, 누가 누구죠?"
지난 12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보호소 '온센터' 현장에서 뒷조사 전담팀은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짧은 다리에 흰 털, 접힌 귀까지…. 생김새가 비슷하다 못해 거의 일치하는 두 마리 개가 한 견사에서 촬영팀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성격이라도 다르다면 행동으로 서로를 구분할 수 있건만, 그 가능성마저 차단됐습니다. 낯선 방문객의 등장에 잔뜩 움츠러들어 서로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으니까요. 간식으로 주의를 끌어보려 했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았습니다. 누가 누군지 관찰할 새도 없이 간식만 먹고 제자리로 재빠르게 돌아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견사에 앉아 이날의 주인공인 '짝쿵', '쿵짝'(7세추정·혼종견)이가 진정하기를 기다리며 유심히 바라보자 점점 차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상반된 둘의 행동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간식을 건네자 천천히 다가오는 쿵짝이에 비해 짝쿵이는 구석에서 두리번거리며 눈치만 봤습니다.
데칼코마니 같은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다른 개들보다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만 했습니다. "3년 전, 구조 현장에서도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웠나요?" 질문을 받은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홍보캠페인팀장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어느새 짝쿵이와 쿵짝이는 견사 베란다 구석에서 서로에게 밀착한 채 앉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3년 전, 이 개들을 처음 마주한 광경과 똑같았다고 합니다.
발톱이 발바닥 찔러 피날 때까지 방치된 개들… 서로의 체온만이 '버틸 힘'

지난 2023년 3월, 강원 원주시의 한 주택. 건물 안에 들어서기 전부터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상황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개들이 짖는 소리부터, 오랫동안 찌들었음이 분명한 오물 냄새가 문밖에서 옅게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깥으로 나갈 길은 전혀 없었고, 오물과 쓰레기가 뒤섞인 건물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듯했습니다. 이 폐가에서 지내는 개들은 오랫동안 돌봄을 받지 못한 듯 털은 길게 자라 있었고, 개들의 배설물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어지러이 널렸습니다.
가장 먼저 짐작할 수 있는 건 '애니멀 호더'였습니다. 방치된 개들 중에는 짝쿵, 쿵짝이처럼 혼종견이었던 개들도 발견된 까닭이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곳이 어떤 곳인지 짐작할 법한 정황들이 나타났습니다. 마치 뜬장처럼 마련된 닭장 안에 작은 개들이 있었고,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주변을 탐문하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주택 벽면에 반려견 분양을 홍보하는 게시물이 붙어있었던 겁니다.

한 번 정황을 파악한 뒤 살펴보니 다른 정황 증거도 활동가들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에서 방치된 개들 중 갓 태어난 강아지들은 소위 '품종견'이었습니다. 동물단체 활동가들이 들이닥친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 집주인은 "아들이 주워온 강아지를 기르다 점점 두수가 늘어 감당이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그는 단체의 설득을 받아들여 개들의 소유권을 포기했고, 그 자리에서 구조가 이뤄졌습니다.
다른 개들의 구조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짝쿵, 쿵짝이의 구조는 유독 어려웠다는 게 이 팀장의 기억이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짝쿵이와 쿵짝이는 구석 깊은 곳에 몸을 숨긴 채 서로에게 몸을 바짝 붙이고 있었던 까닭이었습니다.

짝쿵이, 쿵짝이는 정말 숨어 있기만 했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깎지 않은 발톱이 굽으면서 자라면서 발바닥을 찌를 정도였으니까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는데 우리가 구조하려 다가가는 것조차도 두려워하면서 더 몸을 움츠렸죠.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홍보캠페인팀장
낯선 사람에게 짖지도 못하던 겁쟁이들이 '간식 달라' 짖는 법 배우기까지
이곳에서 구조된 16마리 개들은 온센터로 옮겨져 돌봄의 손길을 거치며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활동가들은 원주 현장에서 구조한 개들 중 짝쿵이와 쿵짝이는 돌봄에 가장 손이 많이 간 편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발바닥을 찔러 피가 날 정도로 자라버린 발톱을 자르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활동가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한 명은 개를 붙잡고, 그 사이 잽싸게 발톱을 잘라내야 했죠.
목욕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둘 다 욕조에 들어가려고만 하면 발버둥을 치는 까닭에 활동가들이 여럿 달라붙어 한바탕 사투를 벌여야 했다고 합니다. 목욕을 피하려는 짝쿵·쿵짝이도, 활동가들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목욕이었지만, 욕조에 들어갈 때에도 활동가들을 향한 공격성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안쓰럽게만 느껴졌다고 하는데요.
자기를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더 안타깝죠.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편하지만, 이 개들은 평생 자기 의사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단 얘기니까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홍보캠페인팀장
그럼에도 시간은 짝쿵이와 쿵짝이의 편이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개들은 조금씩 자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간식을 먹고 싶다', '산책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짖음으로 보여줬습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곳곳에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며 다른 개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까지 했죠.

구석에 숨어 있던 개들이 점차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옮기자 활동가들도 조금씩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제 가정집에서 사랑받는 반려견으로 짝쿵이와 쿵짝이가 살아갈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었습니다.
이제는 좀 입양을 주선해 보려고 해요. 겁이 많은 개들을 키워본 경험이 있거나, 문단속에 철저하신 분들이라면 짝쿵, 쿵짝이와 지내기에 충분하실 것 같아요. 아무래도 보호소라는, 사람 손이 한정적으로 타는 곳에서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는데, 매일 사랑을 주는 가족 곁에서라면 얼마나 더 행복감을 느낄지 기대하고 있어요.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홍보캠페인팀장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명절 귀성용 애인 대행 찾아요" 베트남 MZ도 결혼·출산 거부... '황금인구' 종말까지 10년-국제ㅣ
- 출근하며 들고 가던 가방에 1억, 김치통에 2억…세금 안 내고 호화 생활-경제ㅣ한국일보
- "유아 학원비 비싸다고? 부담 안 돼"… '영유' 신념에 사로잡힌 부모들-사회ㅣ한국일보
- 스위스에서 스스로 떠난 엄마, 30분 더 붙잡고 싶었던 아빠-오피니언ㅣ한국일보
- 대기 번호 90번, 점심은 포기… 개미 총출동에 증권사 '북새통'-경제ㅣ한국일보
- 강남 수선집, 루이뷔통 이겼다... 대법 "개인 사용 리폼 상표권 침해 아냐"-사회ㅣ한국일보
- 박수홍, 5년의 다툼 마침표… '횡령 혐의' 친형 실형 확정 [종합]-문화ㅣ한국일보
- 강북 모텔 살인 피해자 측 "신상공개 촉구 의견 제출… 2차 가해 대응 검토"-사회ㅣ한국일보
- 출입국 심사 사진과 생채정보 기업에 넘긴 정부... 헌재 "이미 사업 종료, 각하"-사회ㅣ한국일보
- '125억 원 돈다발' 테이블 놓고 "센 만큼 가져가라"… 성과금 대박 中회사-국제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