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대회서 조용했던 주애…‘후계 내정설’에 신중론
‘당대회서 직함 부여’ 등 기존 관측과 달라
‘후계 내정’ 국정원 분석에 신중론
“北, 아직 후계 내정 부담…서서히 각인 중”

북한의 이번 제9차 노동당대회에서 눈여겨볼만한 사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의 행보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주애가 이번 당대회에서 공식 직함을 부여받는 등 후계구도가 명확해질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빗나간 결과다. 이로써 최근 국정원 분석과 달리 아직 주애를 공식 후계 내정 단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쏠린다. 북한이 당장 주애의 후계구도 공식화에 서두르기보다 서서히 위상을 강화하며 후계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통일부와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 따르면 이달 19~25일 진행된 북한 9차 노동당대회에서 주애는 눈에 띄지 않았다. 19일 개막식을 다룬 보도에서 주애가 포착되지 않았고 이름 언급도 없었으며, 이후 진행된 집행부·중앙위원·정치국 인사 발표 등에서도 김주애의 공식 직책이나 지위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주애는 25일 당대회 폐막을 기념하는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 및 어머니 리설주 여사와 함께 가죽 재질의 옷을 입고 등장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광경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정원을 중심으로 주애가 후계 내정 단계에 진입했으며, 당대회에서 공식 직함을 받는 등의 행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존 관측과 사뭇 다르다. 앞서 국정원은 이달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주애가 건군절 행사와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 등 존재감 부각이 계속돼온 가운데 일부 시책에 의견을 내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제반 사항을 고려하면 현재 후계 내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9차 당 대회 부대 행사 시 김주애의 참여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로써 주애가 후계 내정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만한 뚜렷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주애는) 어리고, 당직도 없고, 개인 우상화도 없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후계자 내정을 언급한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며 “아직은 주애를 후계자 교육과정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후계자론은 교육, 내정, 공식화 등 3단계가 있는데, 교육 단계는 후계자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6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당대회에서 주애와 관련해 새로 나타난 것이 없다”며 “노동당 공식 입당 연령이 18세인데 이보다 어린 주애(2013년생 추정)에게 당직을 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종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도 “국정원은 주애를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판단했지만 아직은 열린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다만 당대회 이전부터 일관되게 나타난 주애의 위상 변화를 고려하면 유력한 후계자 후보임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여성이며 나이가 어린 주애를 곧장 후계자로 내세우기에는 부담이 따르는 만큼 시간을 두고 대내외에 잠재적 후계자로 각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2024년 주애를 두고 ‘향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향도자를 “혁명 투쟁에서 인민 대중이 나아갈 앞길을 밝혀주고 승리의 한길로 이끌어주는 영도자”라고 정의한다. 최고 지도자에게만 사용되는 표현을 주애에게도 적용하며 후계 구도를 암시한 셈이다.
주애는 당대회를 앞두고 건군절 행사와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 등에 김 위원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16일에는 평양 화성지구 4단계 1만세대 살림집(주택) 준공식에 참석해 평양 시민을 직접 껴안으며 어울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두고 북한이 주애를 유력한 계승자로서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열병식에서는 당대회 기간 중 침묵을 깨고 김 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 중앙에 자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에 주애가 백두혈통 4대 세습 후계자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과거에도 주애에게 ‘향도’란 표현을 쓴 이후 주애의 활동이 현저히 줄어든 적이 있다. 이후 어느정도 파장이 잦아든 후 다시 주애를 빈번하게 노출하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주민들에게 잠재적인 후계자로 각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주애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내정하고 싶어할 수 있겠지만 이번 대회에서 잘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직까지 후계 내정이 체제 차원에서 부담되기 때문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석좌교수는 “향후 5년 제9차 당대회 체제 기간 주애는 공식적으로는 노출빈도를 급격히 늘리고 비공식적으로는 후계자 교육을 받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아들이 없다면 주애가 10차 당대회 이후 본격적으로 후계 내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유승 기자 k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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