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 문상민 "서툰 20대의 사랑, 실제 내 모습 꺼내 연기했어요" [인터뷰]

이유민 기자 2026. 2.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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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반느' 넷플릭스 비영어 순위 7위 등극
문상민, 순수한 20대 청춘 '경록' 역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에 출연한 배우 문상민 ⓒ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배우 문상민이 '파반느'로 스크린 데뷔의 문을 열며, '고독'이라는 감정을 자신의 언어로 꺼내 보였다. 그는 말수가 적은 원작의 경록을 '평범한 20대 남자'로 재해석하며, 솔직함을 무기로 감정의 파고를 직진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문상민은 영화 '파반느'의 글로벌 흥행에 상기된 모습으로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는 쏟아지는 호평 속에서도 여전히 성장을 갈망하며, 촬영 현장에서 느꼈던 뜨거웠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복기했다.

영화 '파반느'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세 청춘이 서로를 통해 치유받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멜로물로,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다. 문상민이 맡은 '경록'은 무용수의 꿈을 접고 백화점 주차요원으로 일하며 고독한 일상을 보내다, 자신과 닮은 상처를 가진 미정(고아성)을 만나며 삶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생애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영화 '파반느'라는 작품을 마주하게 된 소회와 함께 수많은 시나리오 중에서도 주인공 '경록'에게 강력하게 이끌렸던 결정적인 이유를 전했다.

"'드디어 나한테도 이런 작품이 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거실에서 혼자 대사를 한번 해봤는데, 나한테서 보지 못했던 느낌이 나오는 거예요.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죠. 제 안의 고독함을 꺼낼 때가 왔구나 싶었고, 경록이라는 친구가 그 부분에 너무 딱 맞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에 출연한 배우 문상민 ⓒ넷플릭스

문상민이 평소 느껴왔던 '고독'의 정체와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자신이 작품 속 인물에 깊이 공감하게 된 배경과 함께, 배우로서 내면에 쌓아온 외로움의 근원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선택에 대한 고독함이었어요. 20대 중반이 되면 다 성숙해질 줄 알았는데, 막상 보면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것도 다 서툰 거예요. 이걸 누구한테 말해야 하지, 근데 또 말할 건 아닌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 많이 외롭고 고독했어요. 경록이가 켄터키(극 중 치킨집 이름)에서 '고민이 있어요, 저 이거 진짜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저도 그때 누군가한테 그런 넋두리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 대사에 너무 공감이 됐어요."

원작 속 경록과 영화 속 경록이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떤 방향성으로 재해석해 인물을 완성해 갔는지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원작의 경록은 더 염세주의적이고 말수가 적어요. 그래서 영화에서 제가 너무 말이 많아지고, 텐션이 높아지는 게 원작과 너무 다른 느낌을 주진 않을까 고민도 했어요. 근데 저는 경록을 그냥 평범한 20대 청년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 있으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빨라지기도 하고, 좋으면 좋다, 슬프면 슬프다, 이렇게 단순하게. 서툴더라도 감정에 솔직하게, 그게 경록의 가장 큰 강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경록이 미정을 처음 '불쌍하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 동정에서 시작된 감정이었는지 물었다.

"경록은 미정을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 대사는 어긋난 마음에서 나온 둘러대기였어요.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면 자꾸 그쪽으로 눈이 가고 몸이 향하게 되잖아요. 경록도 어느 순간부터 미정 옆에 있고, 미정과 대화할 때만 활짝 웃고 있었거든요. 경록한테는 그런 사람이 처음이었던 거예요. 스스로 자백한 거 아닌가 싶어요."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에 출연한 배우 문상민 ⓒ넷플릭스

촬영 현장에서 감독이 경록이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배우를 기다려줬다는 전했다.

"LP바에서 나와 전봇대에 밑에 앉아 우는 신이었는데, 다른 날에는 눈물이 잘 나왔는데 그날은 도통 안 나오는 거예요. 첫 테이크가 끝나고 스스로도 아쉬웠는데, 감독님이 '눈물이 중요한 게 아니야, 생각이 끝나면 말해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오는 거예요. 그 순간 뭔가 의미가 없어지고 쓸모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쓰레기 옆에서 같이 쓰레기가 돼 가는 그런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이승필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변요한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공개 이후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른바 '입술 박치기' 장면에 대해 묻자, 그는 촬영 당시의 분위기와 두 배우가 감정을 쌓아온 과정을 설명했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저희는 정말 진지했어요. 단순히 웃기려는 장면이 아니라, 그 정적과 묘한 분위기를 깨뜨려야 하는 중요한 장치였거든요. 요한 선배님과 '뽀뽀로는 부족할 것 같다, 시원하게 한 번 박고 끝내자'고 합의하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촬영 후에 가글을 하거나 형이 '말하지 말라 하지 않았냐'고 애드리브를 던지는 상황들이 너무 리얼하고 재밌어서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변요한을 향한 깊은 존경심도 드러냈다. 현장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이야기했다.

"요한 선배님이 없었다면 과연 경록이가 입을 뗄 수 있었을까 싶어요. 경록이가 미정에 대한 마음을 터놓기 시작한 것도 결국 요한 선배님이 연기한 요한이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배우로서도 정말 닮고 싶은 형이에요. 특히 선배님의 깊은 눈빛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촬영 내내 선배님을 보며 나도 저런 눈빛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에 출연한 배우 문상민 ⓒ넷플릭스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된 마지막 장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그는 해당 장면이 즉흥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완성된 만큼, 촬영 당시의 분위기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날 촬영은 이미 끝났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랑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즉흥적으로 저 혼자 찍어보게 됐는데, 감독님이 '너무 좋은데?'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둘이 밖으로 나갔고, 아성 누나도 불러서 즉흥으로 신을 만들었어요. '사랑해'라는 대사는 원래 시나리오에 없던 대사예요. 그렇게 탄생한 장면이에요. 저는 그 얼굴이 진짜 경록의 얼굴이라고 생각해요."

이날 문상민은 배우로서 이미지 구축에 대한 남다른 고민을 털어놓았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슬렌더한 이미지로 갈지, 아니면 근육질의 체형을 유지할지에 대한 부분이에요.(웃음) 개인적으로는 덩치 있는 느낌보다 슬렌더한 체형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파반느' 촬영 당시에도 약 5kg 정도 감량했어요. 배우에게 보여지는 이미지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만큼, 지금도 이 여리여리한 느낌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lum525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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