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흡입 스프링클러 만든 이 남자…“시연회서 눈물짓던 소방관 못잊죠”
의료기기 유통하다 창업 도전해
5년 시행착오 끝에 상용화 성공
소방관 눈물에 포기않고 매달려
미국 투자사와 현지진출 준비중

제연 스프링클러는 기존 스프링클러에 ‘연기 흡입’ 기능을 더한 장치다. 원리는 단순하다. 물을 분사하는 순간 발생하는 압력 차를 이용해 스프링클러 주변 천장에 고인 연기와 유독가스를 함께 빨아들인다. 흡입된 연기는 물과 섞여 분산·희석되며 농도가 낮아진다. 화재 현장의 시야를 확보하고 질식을 막아 대피 시간을 벌어주는 구조다. 김 대표는 “따로 설비를 갖출 필요 없이 스프링클러 헤드만 교체하면 돼 경제적”이라며 “1000가구 아파트를 다 교체해도 추가 비용이 기존 모델 대비 2억원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김 대표의 주력 분야는 소방이 아닌 의료기기였다. 20년 넘게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에서 심혈관 스텐트의 국내 유통을 담당했고, 2014년 독립한 뒤에도 인도의 유력 의료기기 업체인 메릴라이프사이언스의 국내 총판을 맡았다. 사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아쉬움이 남았다. 김 대표는 “수입 의료기기가 잘 팔리면 팔릴수록 ‘왜 우리는 변변찮은 국산 제품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더 커졌다”고 회고했다.
이런 고민을 품고 있던 그가 우연히 접한 기술이 제연 스프링클러였다. 특허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특허 양도를 제안했고, 계약은 일주일 만에 성사됐다. 하지만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김 대표는 “2년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완제품을 내놓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내부에는 물을 튕겨 퍼뜨리는 반사판이 있는데, 이 구조 때문에 연기 흡입 성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문제가 반복됐다. 그는 “3D 프린터도 보급 초기였고 코로나19 셧다운까지 겹쳐 테스트용 제품 하나 만드는 데도 몇 달씩 걸렸다”면서 “수백 번 실험을 반복하며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개발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실패가 잇따르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김 대표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얼굴이 있다. 사업 초기 시연회에서 만난 경기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이었다. “설명을 듣고 ‘이런 장비가 있었다면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았을 텐데…’라며 눈물을 글썽이던 소방관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은 간절한 그 마음에 꼭 호응하고 싶었습니다.”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김 대표는 성균관대 방재안전공학 과정에 진학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흡입형 노즐 등 후속 제품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이런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목표는 미국 시장”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미국의 소방공학 분야 명문인 우스터폴리테크닉대와 함께 제연 스프링클러의 글로벌 표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미국 JP3E홀딩스와 손잡고 현지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우선 세계 소방 시장에서 22%를 차지하는 미국을 놀라게 할 것”이라며 “미국을 뚫어야 전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5년간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왔지만,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다. 소방용품 제조부터 시험·평가·인증에 인재 양성까지 아우르는 K소방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2022년 소방공사 분리 발주가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설비에만 치우쳐 있다”며 “20조원 규모의 소방안전 시장에서 부품은 500억원에 불과한 후진적 구조”라고 꼬집는다. “제조업 강국임에도 부품을 사다 쓰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특히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소방 분야가 저가 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K소방 기술력을 우뚝 세워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날까지 도전을 이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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