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탕-각성-회심까지 음양 조화 ‘태극’ 닮은 고백록 [.txt]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래전부터 자서전에 관심이 많았다.
개체성이 보편성과 만나 빚어지는 특수한 삶은 한계를 어떻게 돌파해냈는가 하는 영웅서사를 낳거나, 그 한계에 도전하다 얼마나 처절하게 실패했는가 하는 비극서사를 낳는다.
먼저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방탕한 삶과 지적 성장, 그리고 종교적 회심을 그린 말 그대로 고백록이기도 하지만, 회심한 이후 훗날 교부의 자리에까지 오른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신에 대한 찬양록의 성격도 강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자서전에 관심이 많았다. 한 개인의 삶은 역사와 사회라는 맥락을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개체성이 보편성과 만나 빚어지는 특수한 삶은 한계를 어떻게 돌파해냈는가 하는 영웅서사를 낳거나, 그 한계에 도전하다 얼마나 처절하게 실패했는가 하는 비극서사를 낳는다. 이 점이 과장, 거짓, 착오, 눈속임, 의도적 생략 등과 같은 ‘책략’이 숨어 있더라도, 자서전이 소설을 넘어서는 감동을 주는 원인이다. 서구 자서전의 원형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라는 평가는 정평이 나 있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인데도 게을러 읽지 못했는데, 이번에 황정욱 교수의 새로운 번역본이 나와 완독했다.
‘고백록’은 구성이나 내용에서 음과 양이 서로 어우러진 태극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먼저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방탕한 삶과 지적 성장, 그리고 종교적 회심을 그린 말 그대로 고백록이기도 하지만, 회심한 이후 훗날 교부의 자리에까지 오른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신에 대한 찬양록의 성격도 강했다. 책의 구성도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체 13권 중 1권부터 9권은 고백록이지만, 11권부터 13권까지는 신학적 언설이다. 교양인 관점에서는 9권까지만 읽어도 된다.
내용면에서도 대립한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지적인 측면과 지극히 비이성적 측면에서 자극을 받아 종교적 회심의 과정에 이른다. 그는 키케로의 ‘호르텐시우스’에서 “지혜 자체를 사랑하고, 찾고, 좇고, 간직하고, 강하게 붙잡으라는 훈계”를 받아들인다. 이 책은 그가 철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수사학자로서 탄탄대로를 걷게 한 힘이 되었다. 그렇지만 키케로가 그리스도를 언급하지 않았고, 성경을 탐독했지만 키케로의 권위를 넘어설 수 없었고, 성경의 초라한 설득법에 동의할 수 없었던 사정은 아우구스티누스가 마니교도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카데미학파라 일컫는 철학자에게서는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인간의 어느 진리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배웠다. 플라톤 철학자를 통해서는 신의 영원성과 악은 의지의 왜곡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들의 철학에서는 “경건의 얼굴, 고백의 눈물, 희생, 짓밟힌 영, 통회하고 겸손한 마음, 백성의 구원, 신부 같은 도성(都城), 성령의 담보, 우리 몸값의 잔”이 없다는 한계를 깨닫고 바울 서신을 연구하기에 이른다. 마니교 주교 파우스투스에 대한 실망과 가톨릭의 밀라노 주교 암브로시우스의 구약 해석 방법에 대한 동의도 회심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신플라톤주의와 신학을 융합해 중세철학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지만, 그의 회심에는 미신적 요소가 있다. 그가 밀라노의 한 정원에 있는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신앙적 갈등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이웃집 아이가 반복해서 “집어서 읽어라, 집어서 읽어라”라고 노래했다. 이를 아우구스티누스는 지금 성경을 펼쳐서 나온 구절을 읽으라는 신의 명령이라 해석했다. 그 유명한 ‘톨레 레게(Tolle Lege)'라는 성어가 나온 배경이다. 그가 성경을 펼치자 나온 구절은 로마서 13장 13~14절이니, “호사한 연회와 술 취함, 음행과 방탕, 싸움과 시기에 빠지지 맙시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옷을 입고, 정욕을 채우려고 육신의 일을 하지 맙시다”라 하였다. 그가 회심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다.
비록 종교적 심성이 없는 이라 하더라도 ‘고백록’ 읽기는 사람된 도리보다 명예, 이익, 욕망이란 덫에 걸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법하다.

도서평론가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정교유착 합수본, 국힘 압수수색…신천지 집단 입당 의혹 수사
- [속보] 쿠팡, 4분기 영업익 97%↓…김범석, ‘개인정보 유출’ 첫 육성 사과
- 이 대통령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하게 할 것”
- 낮 ‘최고 15도’ 초봄처럼 포근…남부 비·강원 산지 눈
- [단독] 오세훈의 서울시, 선거 앞두고 ‘언중위 제소’ 급증…전국 1위
- ‘반포대교 추락’ 30대 포르쉐 운전자 구속 심사…차 안엔 프로포폴·주사기
- 백악관 “트럼프, 김정은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 열려 있어”
- ‘네안데르탈인 아빠+현생 인류 엄마’ 조합이 대세였다
- 트럼프 행정부, 관세 환급 막기 ‘침대 축구’ 전략 쓰나
- 위헌 논란 ‘법왜곡죄’ 본회의 통과…강경파 속도전에 여당서도 “공론화 절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