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가고, 젤리얼먹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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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냉동실이 Z세대의 새로운 디저트 실험실이 됐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취향에 맞는 젤리를 고른 뒤, 적당한 통에 담아 뚜껑을 닫고 냉동실에 3~4시간 얼렸다가 꺼내 먹으면 끝이다. 말랑하던 젤리는 얼면 씹는 순간 콰직하고 부서지고, 입안에서 녹을수록 탄력 있는 쫀득함이 살아난다.
복잡한 레시피도, 특별한 재료도 필요 없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이 단순한 방식이 '젤리얼먹(젤리 얼려 먹기)'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고 있다.

두쫀쿠의 시대가 저물고
올해 초 대한민국 디저트 판을 점령한 키워드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였다.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필링을 초코 마실멜로로 감싼 이 간식은 오픈런 열풍을 일으키며 온라인 알고리즘을 점령했다.
하지만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몇 주 전만 해도 출시 후 1시간 안에 매진되던 두쫀쿠가 이제는 매장 마감 시간까지 재고가 남는다는 말이 나온다. 수요가 줄면서 가격도 하락했다. 한때 1만 원을 호가하던 것이 2000원대에도 판매 부진을 겪는 상황이다.
유행이 빠르게 식은 배경으로는 대기업들의 잇단 출시로 공급이 급증하면서 희소성이 떨어진 점이 꼽힌다. 디저트가 SNS 피드에 최적화된 '쇼츠'로 소비되며 유행의 순환 속도 자체가 빨라진 것도 한몫했다. 탕후루와 두쫀쿠를 거쳐 얼먹 젤리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보듯, 디저트 트렌드는 점점 더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그 빈자리를 빠르게 채운 새 트렌드가 '젤리얼먹'이다. 두쫀쿠가 희소성을 기반으로 소비됐다면, 젤리얼먹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구한 젤리를 냉동실에 넣고 기다리는 것, 그게 전부다.
알고리즘 타고 번진 '젤리얼먹'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젤리얼먹'의 네이버 검색량은 최근 한 달간 약 3만1100건을 기록했다. 2월 전체 예상 검색량은 3만6000건으로, 전월 대비 4974%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함께 부상한 키워드로는 '다이소 젤리 얼먹', '얼먹 젤리 추천', '젤리 얼먹 시간' 등 구체적인 제품과 방법, 냉동 시간 관련 검색어가 많았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도 2월 초 급등한 '젤리얼먹' 검색량이 현재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SNS에서도 얼린 젤리를 먹는 ASMR 영상이 빠르게 늘고 있다. 유튜버 '젼언니'의 '간식좌의 얼먹젤리 점수 매기기' 영상은 업로드 9일 만에 조회 수 153만 회를 기록했다. 간식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 '반달샘'의 얼먹젤리 ASMR 영상 역시 100만 회를 돌파했다.
얼리는 시간, 젤리를 말거나 접어 모양을 만드는 방법, 얼렸을 때 더 맛있는 제품 추천 등 다양한 팁도 공유된다. 젤리 종류에 따라 식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는 콘텐츠도 인기다.
콘텐츠의 화제성이 실구매로 이어지는 흐름도 눈에 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4사의 젤리 매출이 최근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GS25는 트렌드에 발맞춰 공식 인스타그램에 '젤리얼먹 ASMR' 영상을 게재하고, 관련 상품 추가 증정과 모바일 상품권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바삭과 쫀득의 이중주
젤리 얼먹의 핵심 매력은 두 가지 식감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는 점이다. 꽁꽁 언 젤리를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하게 부서지고, 잠시 후 입안에서 녹으며 젤리 특유의 쫀득함이 살아난다. 실온에서 먹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얼먹' 열풍에 힘입어 '젤리 코하쿠토'도 재유행 중이다. 코하쿠토는 일본식 젤리로, 설탕이 입혀진 겉면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화려한 색감 덕분에 '보석 젤리'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젤리를 사이다에 담가 불린 뒤 얼려, 코하쿠토와 비슷한 식감을 구현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탄산에 불린 젤리를 얼리면 겉면이 더욱 단단해지면서 사각사각한 식감이 살아난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식품업계는 이를 '복합 식감'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본다. '겉바속촉', '바삭쫀득'처럼 서로 다른 식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경험이 소비 포인트가 된다는 분석이다. 앞서 유행한 두쫀쿠 역시 바삭함과 쫀득함의 대비가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만드는 과정이 '놀이'가 된 디저트 소비

젤리얼먹 트렌드는 Z세대의 '놀이형 소비' 방식과 맞닿아 있다. 어떤 젤리를 몇 시간 얼릴지, 어떤 모양과 조합으로 만들지 직접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이자 콘텐츠가 된다.
젤리를 구매해 그릇에 담고 얼리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얼린 젤리를 먹으며 ASMR 소리를 녹음하는 행위까지가 소비의 일부다. 이색적인 식감 체험과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 취향 공유가 맞물리며 관련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
결국 젤리얼먹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경험'에 가깝다. 다음 유행 디저트가 무엇이든, 맛보다 식감을, 완성보다 만드는 과정을 중시하는 소비 기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어떻게 먹는 건데? 젤리얼먹 가이드

① 얼먹 입문편 — 기본 젤리 얼려 먹기
뚜껑이 있는 용기에 젤리를 펼쳐 담은 뒤 냉동실에 넣는다. 얇은 벨트형 젤리는 약 3시간 이상, 두툼한 덩어리형은 1시간 이상 얼리는 것이 적당하다. 꺼낸 직후보다는 15~20분 정도 해동해 먹으면 치아 부담이 덜하다. 특히 두께가 얇은 벨트형 젤리는 얼린 뒤 씹을 때 '콰작' 소리를 내며 부서져 식감이 가장 또렷하게 살아난다.
② 업그레이드편 — 얼먹 젤리 화채
용기에 젤리를 담고 사이다나 밀키스를 잠길 만큼 부은 뒤 냉동실에 4~6시간 얼린다. 젤리에 음료가 스며들고, 음료는 슬러시처럼 부드럽게 얼어 숟가락으로 떠먹기 좋다. 탄산의 단맛이 더해져 디저트 느낌이 한층 강해진다.
③ 심화편 — 코하쿠토 스타일 얼먹
젤리를 탄산수나 사이다에 담가 충분히 불린 뒤 음료를 따라낸다. 탱글탱글해진 상태에서 냉동실에 3~4시간 얼리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코하쿠토 식감에 가까워진다. 신맛 가루가 묻은 젤리를 활용하면 새콤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더 살아난다.
*얼먹 추천 젤리 하리보 사운드 큐브, 하리보 사우어 롤더벨트, 츄파춥스 사워벨트 1M, 새콤짱, 캇예스 베러버니, 피니 스몰 콜라병 젤리 등
정효림 기자 jhli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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