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귀성용 애인 대행 찾아요" 베트남 MZ도 결혼·출산 거부... '황금인구' 종말까지 10년

정지용 2026. 2. 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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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앞두고 온라인서 '애인 대행 구합니다'
비혼·비출산 분위기 확산에 '가족주의'와 균열
초혼 연령 30세 돌파, 출산율 1.39명까지 하락
'황금 인구' 유통기한도 향후 10년
정부 '인구법' 시행, 40년 만 산아 제한 폐지
집값, 육아 부담 등 해결책 될지는 미지수
베트남 설 '뗏'을 맞아 17일 하노이 콴수사에 모인 시민들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14일~22일·설)을 앞두고 4만 명이 가입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특이한 구인 글이 쏟아졌다. “가족과 친척에 소개할 여자친구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연인 대행에 시간당 15만 동을 내겠다”거나 “연인인 척 사진만 찍어도 좋다” 등의 글도 잇따랐다.

베트남 명절 뗏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연인 구함' 글. 페이스북 캡처

일시적 현상도 아니다. 베트남 일간 뚜이뜨레는 8일 “명절이 청년들에겐 결혼 스트레스로 변했고, 임시방편으로 애인 대행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고 했다. 가격은 하루 백만 동에서 2백만 동(5만 원~10만 원) 사이, ‘고향 방문 시 비용 부담’ ‘가족 이름 외우기’ 등 조건도 붙었다. 가족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 조혼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빚어낸 풍경이다.

베트남 일간 뚜이뜨레가 '연인 대행 서비스'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뚜이뜨레 캡처

황금 인구 시대 종말 올까

베트남은 ‘MZ(1980년대 초~2000년대생) 세대의 일시적 유행’으로 웃어넘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결혼·출산 기피가 베트남 사회 최대 난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애인 대행 서비스가 ‘황금 인구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그간 풍부한 노동력과 왕성한 소비시장이라는 두 엔진으로 질주하던 베트남은 예상보다 빠른 2036년에 고령사회(인구 14% 이상이 65세 이상)에 직면할 예정이다.

MZ세대 비혼주의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평균 초혼 연령은 2019년 25.2세에서 2024년 27.3세로 올랐다. 경제 도시인 호찌민에선 2024년 초혼 연령이 30.4세로 ‘30세의 벽’을 넘어섰다. 5년 사이 혼인신고 수도 최대 20%나 줄었다. 호찌민에선 2019년 4만4,738건에서 2024년 3만5,317건으로 뚝 떨어졌고, 하노이에선 2019년 4만7,581건에서 2024년 4만3,019건으로 감소했다.

결혼이 늦어지다 보니 아기 울음소리도 줄었다. 베트남의 합계출산율은 1960년대 6명을 넘었지만, 1980년대 4명, 2020년 2명, 2024년 1.91명으로 떨어졌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치인 ‘자녀 2명’이 무너진 것이다. 특히 호찌민은 2024년 1.39명이란 수치를 받아들고 충격에 빠졌다. 청년층 22.2%가 “결혼이나 출산을 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베트남 남부사회과학연구소)한 비관적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베트남 뗏을 앞둔 17일 베트남 다낭의 한 가정집에서 남성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다낭=타스통신 연합뉴스

부동산에 육아 문제…”재정적 불충분”

‘비혼·비출산’ 원인은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똑같다. 집값과 교육비 부담,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등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월평균 급여(380달러)를 버는 근로자가 70㎡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30년 급여를 전부 저축해야 한다. 베트남 건설부에 따르면 하노이의 지난해 3~5월 기준 아파트 평균 가격은 ㎡당 2,000달러(약 449만 원)였다. 도시 지역 교육비가 가계 소득의 47%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동산 중개업에서 일하는 민 히에우(31)는 이 현실을 몸으로 느낀다. 그는 한국일보에 “결혼 직후부터 아이를 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지금은 거의 압박 수준”이라면서도 “대체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업종이라 경력 단절 우려가 크다”고 했다. 남편 민 후안(28)도 같은 마음이다. “언젠가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지금은 아이를 가지기에 재정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문화·제도적 벽도 있다. 호텔 직원 쩐 란(26·가명)은 “법적으로 임신·출산 중 근로계약이 해지되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인사이동 등으로 퇴사를 유도하는 사례를 봤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임신으로 외모와 일상이 크게 바뀌었을 때 감당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걱정도 털어놨다. IT회사에 다니는 남편 쩐 호안(29·가명)은 “아내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 “저도 근무시간이 불규칙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베트남 초등학생들의 모습. 하노이=EPA 연합뉴스

문화·소비·제도 바뀌는 베트남

이런 현실은 베트남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하노이 한 샤부샤부 식당 손님 20여 명 중 절반은 1인 손님이었다. 샤부샤부는 보통 여러 명이 함께 먹는 음식이지만 '혼밥족'을 겨냥해 1인 식사가 가능하도록 바꿨다. IT회사에 다니는 20대 직장인 탄 후옌(가명)은 “부모님은 혼자 밥 먹는 걸 이해하지 못해, 친구 만난다고 말하고 혼자 왔다”며 “남자친구가 있지만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종종 혼밥을 하러 온다”고 했다.

소비 시장도 달라졌다. 베트남 시장조사업체 메트릭에 따르면 지난해 1인용 밥솥, 미니 냉장고 등의 판매가 하노이·호찌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22% 성장했다. 이 업체는 “특히 하노이 신도시인 남뚜리엠과 서호 등 1인 밀집 지역에 온라인 주문이 집중됐다”고 했다.

결혼을 미루는 흐름은 제도 변화로도 이어졌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7월 ‘난자 동결’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며 의사 소견 없이도 누구나 난자를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을 폐지했다. 비엣남뉴스는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어 난자 냉동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전문직 싱글 사이에서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며, 경력과 자립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고 했다.

베트남 뗏을 앞둔 19일 하노이의 한 가정에서 붓글씨를 하는 모습. 나호이=EPA 연합뉴스

풍부한 노동시장, 유통기한 ‘10년’ 남았다

베트남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에서 65세를 넘은 인구 비율은 전체의 약 9%로, 현 추세대로라면 2036년쯤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황금 인구 구조' 효과를 누릴 시간도 10년밖에 남지 않았다. 황금 인구 구조란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부양인구(65세 이상)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구조로 경제 성장의 필수 조건이다. 베트남 관영 연전뉴스는 “‘황금 인구’ 효과가 기존 예상보다 앞선 2036년에 종료되고, 이후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며 “2036년 이후 베트남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에 속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인구가 줄면 인건비가 오르고, 여기에 산업용 로봇까지 현실화하면 저임금 노동력이라는 베트남의 강점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베트남 내에서는 “자신만을 위하는 건 이기적이다.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하다"(쩐 탄 남 베트남교육대 부총장·CNA)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중심업무지구인 바딘 지역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40년 만에 산아 제한 폐지했지만

베트남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인구법을 통과시켜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약 40년간 유지해온 산아 제한(부부당 자녀 2명) 정책을 완전히 폐지하고, 저출산·고령화 대응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간 베트남 공산당원이 셋째 아이를 낳으면 제명이나 경제적 제재 등의 징계가 있었다.

인센티브도 담겼다. 둘째를 출산하는 여성 근로자의 출산휴가를 6개월에서 7개월로 늘리고, 자녀가 2명 이상인 가족에게는 공공주택 거주 우선권을 준다. 호찌민시는 지난해 12월부터 35세 이전에 자녀 둘을 낳는 어머니에게 118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는 당근책도 내놨다.

고질적인 남아 선호사상에도 손을 댔다. 태아 성별에 따른 낙태를 원천 금지하고, 성별을 부모에게 알린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강수를 뒀다. 현재 베트남 출생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2명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다. 자녀를 적게 낳으면서도 ‘대를 이을 아들’은 원하는 사회적 압박이 낙태로 이어지곤 했다.

정부의 노력이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부동산·교육·취직 등 청년층의 결혼·출산 의지를 꺾는 문제는 선진국도 해결하지 못한 고차방정식이다. 식당에서 만난 후옌은 “좋은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다들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린다”며 “정부는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아이를 낳을 환경이 돼야 한다”고 했다.

MZ세대의 고민을 베트남 정부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당 티 투이디엠 다낭 경제사회개발연구소 연구원은 사이공타임스에 “사랑·결혼·아이·가족을 갖지 않겠다는 ‘네 가지 거부’가 최근 언론, 학계, 정책 자문 회의 등 주류 담론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비난받을 현상이 아니라 관련 기관들이 노동, 사회 보장, 가족 구조와 관련된 문제들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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