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위한 나라는 없다? ‘제론토크라시’ 덫 걸린 伊
인구 많은 65세 이상 표심 잡으려
연금 확대 등 고령 타깃 포퓰리즘
결국 나라빚 늘고 청년 실업 급증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이탈리아는 고령층 표심을 좇느라 미래 세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제론토크라시’로 홍역을 치른 대표적인 국가다. 연금 등 복지 지출은 늘어난 만큼, 나랏빚 급증과 청년 실업난을 대가로 치르고 있다.
유럽연합 통계국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4년 기준 24.5%에 달한다. 중위연령(인구를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 나이)은 49.1세로 50세에 육박한다. 정치권이 고령층 등 기성 세대 표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1994~2011년 사이에 세 차례 총리직을 맡았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선거 때마다 노인층 표심을 공략했다. 1994년까지만 해도 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7개월 만에 실각했다. 2001년 다시 집권하자 연금 확대 등 고령층 표퓰리즘 정책을 펼쳤다.

이탈리아의 202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 복지 지출 비율은 1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1위다. 연금 등 복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07년 109.8%에서 2024년 148%까지 상승했다.
반면 청년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2012~2018년 이탈리아의 15~24세 청년 실업률은 32.2~42.7%로 전체 실업률(10%~12.7%)의 3배를 웃돌았다.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이탈리아 경제의 기둥인 관광, 서비스업이 회복되면서 2024년 청년 실업률은 21.8%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실업률(6.5%)의 3배 이상이다.
청년들은 분노했다. 2009년 20·30대 지지를 기반으로 반(反)기득권·반부패를 내세우며 등장한 정당 ‘오성운동’은 2013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부상했고, 2018년에는 극우 정당과 손잡고 연립 여당(집권 정당)을 구성했다. 다만 이들도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국가 재정을 위협한다는 말을 듣는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한국은 이탈리아 등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론토크라시 폐해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
그리스어로 고령을 뜻하는 ‘제론’과 체제를 의미하는 ‘크라시’가 합쳐진 말.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층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는 정치 체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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