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비까지 받는 고령층, ‘찬밥’ 된 2030… 투표격차가 부른 복지격차
‘투표 파워’가 현금성 지원 갈라

인천 동구는 매년 두 번 70세 이상 주민에게 지역사랑상품권을 6만원씩 지급한다. ‘어르신 품위 유지비’ 명목으로 동네 목욕탕, 이발소, 미용실에서 쓸 수 있다. 지급 대상은 2023년부터 7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넓혔다. 동구에 1년 이상 살아야 받을 수 있다는 규정도 작년에 없앴다. 동구 주민 4명 중 1명(26%)은 65세 이상이다. 인천 전체 평균(16%대)을 10%포인트 이상 웃돈다. 인천에서는 동구뿐 아니라 연수구·중구도 70세 이상 주민에게 연 12만원의 품위 유지비를 지급하며 현금 지급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회원 수십 명은 작년 서울시의 여행비 지원을 받아 세 차례 일본·중국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일부 시·군·구는 장수(長壽) 축하금, 효도 바우처 등도 지급한다. 이에 반해 청년 대상 복지는 취업이나 자산 형성 시 일부 계층에만 현금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거대한 ‘투표 권력’으로 떠오르면서 노인 대상 현금 복지가 크게 늘고 있다. 기초연금 지급, 지하철 요금 무료 등 기존에 있는 지원에 더해서 생활 편의를 돕거나 문화·여가 생활을 지원하는 현금성 정책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노인이 정치·경제 권력을 독점하는 ‘제론토크라시’가 현실화하면서 고령층 대상 정책 지원과 청년 지원의 격차가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크게 벌어지는 투표 격차
고령층 현금성 지원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투표 파워’가 있다는 분석이다. 저출생·고령화로 2000년대 들어 2030 유권자가 빠르게 줄어드는 동안 60세 이상 고령층 유권자는 급증세를 보였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22대 총선에서 2030 유권자는 1267만9013명으로 2000년 16대 총선(1722만2148명)보다 454만3135명 줄었다. 24년간 2030 유권자의 4분의 1이 사라진 것이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 유권자는 같은 기간 504만682명에서 1412만7555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2000년에는 60세 이상 유권자(504만명)가 2030(1722만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는데, 2024년 총선에선 처음 2030을 넘어섰다.
청년층은 투표율도 저조해 실제 ‘투표 파워’ 측면에서도 기성세대와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2030 투표자는 682만2000명으로 60세 이상(938만3000명)보다 256만명(37.5%) 넘게 적었다. 유권자 격차(11.4%)의 3배가 넘는다.
◇‘투표 파워’ 센 고령층 정책 확대
세대 간 균형을 잡는 식으로 각종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입법으로 풀어가야 할 국회는 청년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 총선 당선자 300명 중 83.3%(250명)는 5060세대였고, 20대는 한 명도 없었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는 “국회 구성원 대다수가 50·60대 이상인 상황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한 개혁은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앞으로 청년층과 고령층의 ‘투표 파워’ 격차는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청년층은 투표율이 낮은 상황에서 인구도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투표 참여율이 높고 반응이 즉각적인 중·장년과 노인층 대상 정책을 늘리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그간 우리나라는 연금 제도를 제대로 확충하지 않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령층 대상 재정 지출이 2021년 기준 4.8%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 정도지만, 급격한 고령화로 고령층 대상 예산이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고령층과 청년 지원의 균형을 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족 관련 공공 지출 비율은 1.6%로 OECD 회원국 중 28위다. 가족 관련 공공 지출에는 신혼부부 등 청년을 주(主)타깃으로 한 보육 지원, 아동수당 등이 포함된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청년들이 ‘혜택을 못 받는다’고 인식하는 순간, 국가와 정치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며 “청년·기성세대 간 투표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들의 부의 사다리가 완전히 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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