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사이로 울려 퍼지는 블랙핑크 신곡… 우리 것이 제일 ‘힙’하다

윤수정 기자 2026. 2. 2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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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등 5곡 국중박서 미리 공개
무료 티켓 200장 20초 만에 매진
한국적인 멋, 검증된 K팝 흥행공식

“Go! Black pink will make ya!(가자! 블랙핑크가 제대로 보여줄게!)”

26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 1층 중앙에 있는 디지털 광개토대왕비를 시작으로 인기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신보 ‘데드라인’(DEADLINE)의 타이틀 신곡 ‘GO’가 울려 퍼졌다. 이 곡을 포함해 신곡 5곡이 박물관 1층 거대한 로비 공간을 가득 채웠다. 디지털 비석 주변을 원형으로 둘러싼 50여 명 관객은 블랙핑크의 K팝 댄스곡이 건물 전체로 퍼져 나가는 듯한 느낌에 탄성을 쏟아냈다. 약 30분간 청취가 끝난 후 분홍색 조명으로 가득 물든 박물관 외관을 촬영하는 팬들로 박물관 주변이 붐볐다.

26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이날 처음 공개된 블랙핑크 새 음반 ‘데드라인’에 실린 노래를 듣고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 문화에 흥미를 느끼는 외국인들이 더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 사진은 분홍색 조명으로 물든 박물관 건물 앞에서 블랙핑크 팬들이 셀카를 찍는 모습./고운호 기자

이날 행사는 다음 날 발매될 블랙핑크의 신곡을 먼저 듣는 ‘사전 청취 행사’. 한국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국중박이 신곡 발표 장소로 선정된 것이다. 총 300명이 참여한 이 행사를 위한 무료 예매 티켓(200장)은 단 20초 만에 매진됐다. 27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는 멤버들이 직접 육성으로 녹음한 국보급 유물 8종에 대한 음성 해설과 박물관 내 블랙핑크의 신곡 감상 장소가 제공된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장 비행기 티켓을 끊자” “미리 한국사를 공부할 것” 등 각국 블랙핑크 팬들의 열렬한 반응이 이어졌다.

◇BTS는 광화문, 블랙핑크는 국중박

K팝이 한국의 아름다움과 문화 유산을 앞세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BTS(방탄소년단)는 3월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신보 ‘아리랑’ 무대를 최초로 연다. 3년 9개월 만에 복귀하는 그룹의 첫 무대 소식에 전 세계 아미(ARMY·BTS 팬덤)들이 앞다퉈 서울로 향하고 있다. 지난 23일 약 1만5000석 규모로 진행된 이 공연의 무료 좌석 예매는 10만명의 대기 인원이 몰리면서 수 분 만에 매진됐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BTS와 소속사 하이브(빅히트뮤직) 측은 1만 2000석 규모로 좌석 예매를 추가 진행할 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한국적인 멋’은 K팝의 검증된 흥행 공식이다. BTS는 2020년 9월 미국 NBC ‘지미 팰런쇼’에서 경복궁 근정전과 경회루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선보였다.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 공연에서 BTS가 착용한 한복과 한국 고유의 궁궐 건축 양식 등에 전 세계 아미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블랙핑크도 2023년 K팝 그룹 최초로 미국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아트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기와지붕 무대 세트를 만들고 부채춤과 조선 시대 무관 의복인 ‘철릭’을 선보여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당시 CNN은 “한국의 문화 유산에 대한 경의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그룹 에이티즈는 2024년 K팝 보이그룹 최초로 코첼라 무대에 오르면서 봉산탈춤의 사자춤과 청룡·백호·주작·현무 ‘사신기’를 앞세운 무대로 호평을 받았다. BTS 멤버 정국은 라이브 방송이나 공항 등에서 ‘개량한복’을 자주 착용해 해외 팬들 사이에 ‘따라입기’ 유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 전통 문화 중시하는 ‘힙 트레디션’

K팝 팬들에게 한국적 음악을 소비하는 것은 신선한 체험인 동시에, 서로 뿌리가 다른 문화도 존중하는 태도를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류학자 샘 리처드 교수는 한국적인 태도나 강점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담은 이른바 ‘코리안니스’(Koreaness·한국스러움)를 “K팝과 한류 흥행의 주축”이라 평가했다. 동시에 이는 전 세계 젊은 층에서 각국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멋지다고 느끼는 ‘힙 트레디션’(hip tradition) 유행과 일치한다. 정민재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엔 K팝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서는 것을 성공처럼 여겼다면, 이제는 광화문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세계인을 끌어올 정도로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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