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이 꼽은 가성비 식당들 올해도 메밀·맑은 국이 강세
‘강한 맛’ 중식당은 작년 절반 수준
미쉐린 가이드가 ‘가성비 식당’을 뜻하는 ‘2026 빕구르망’ 리스트를 26일 발표했다. 올해는 서울 51곳, 부산 20곳 등 모두 71곳이 선정됐다.
서울에서 새로 선정된 식당은 서초동의 50년 넘은 삼계탕집 ‘3대 삼계장인’, 이른바 ‘힙당동’의 주역 중 하나로 신당중앙시장에서 고사리 면요리를 내는 ‘고사리 익스프레스’, 청구역 인근에서 한국 메밀로 일본식 제면을 하는 소바집 ‘소바키리스즈’, 서촌 골목길에서 겨울엔 만둣국을 여름엔 소고기 냉국수를 내는 ‘안덕’, 들깨 미역국 단일메뉴로 외국인 손님도 오픈런을 하게 만드는 ‘오일제’ 등 총 5곳이다. 부산에서는 메밀국수 가게 ‘뫼밀집’, 떡갈비 전문점 ‘송헌집’, 이북식 만둣국을 내는 ‘평양집’ 세 곳이 신규로 선정됐다.


올해 빕구르망 리스트는 중식 약세가 두드러진다. 묵직한 기름의 맛, 화끈하거나 강렬한 풍미를 높이 치지 않았다. 반대로 부드러운 ‘메밀’과 ‘맑은 국물’이 강세를 보이는 경향은 올해도 이어졌다. 리스트에 오른 중식당 수는 작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서울에선 두 곳만 살아남았다. 서울 빕구르망 식당의 4% 수준. 현대식 비건 중식당 ‘알트에이’를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친숙한 중식당은 ‘진진’만 생존한 셈이다. 지난해 빕구르망에 올랐던 ‘진중 우육면관’과 ‘정육면체’는 올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한국 외식 지평에서 중식이야말로 최고의 가성비 음식”이라며 “빕구르망의 취지에 가장 잘 맞는 음식이라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메밀은 한국 미식을 대표하는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새로 등재된 ‘소바키리스즈’ ‘뫼밀집’ 등은 모두 메밀을 주재료로 쓴다. 빕구르망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평양냉면집 등 면 가게의 상당수가 메밀 기반이다. 정동현 음식 칼럼니스트는 “한국에서 대중적이면서 파인한(고급스러운) 식재료는 메밀로 귀결되고 있다”며 “재료 본연의 맛이라는 철학과 함께 복잡하고 섬세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맑은 국물을 선호하는 미쉐린의 취향도 이어졌다. 신규 등재 식당 ‘안덕’ ‘평양집’도 육향이 담긴 맑은 국물의 만둣국을 낸다. 함께 등재된 ‘미필담’ ‘우래옥’ ‘합정옥’ 등의 특기도 투명하고 깔끔한 국물이다. 이는 미쉐린 가이드가 프랑스의 미식 기준으로 식당을 평가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프랑스 요리를 체계화한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이후로 프랑스 오트 퀴진(Haute cuisine·고급 요리)은 정제되고 입체적인 소스를 강조해왔다. 콩소메 수프 등 프랑스의 여러 국물이 맑되 풍미가 농축돼 있는 것처럼 미쉐린에 등재된 한국의 맑은 국물도 정제된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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