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자” 천천히 했더니 MVP가 딱… SSG 좌완 경쟁, 도전자 하나 더 기다린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 좌완 백승건(26)은 2024년 시즌 막판 팔꿈치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뼛조각이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하는 이야기가 조금 의외였다. 의사는 “혹시 안쪽은 아프지 않느냐”고 물었다. 백승건의 시련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안쪽은 특별히 아프지 않았다. 4주 뒤 다시 검진 계획을 잡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팔꿈치 내측 인대의 손상이 발견됐다. 야수라면 주사를 맞으며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투수는 달랐다. 남들이 2025년 시즌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을 때쯤, 백승건은 수술대에 올랐다. 그렇게 1년의 기나긴 재활 과정이 시작됐다.
구속도 올라오고 있었고, 구위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던 시점이었다.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상황에서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다. 선수로서도 낙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승건은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멀리 보고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빠른 전환이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선배들이나 후배들을 일일이 찾아 재활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을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다 체크했다. 각자의 경험담이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그 설문 속에서 중심을 잡고 철저하게 재활을 했다. 그 덕인지 재활은 순조롭게 끝났다. 백승건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빨리 잡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재활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스톱이 걸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그만큼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1년간 성실하게 땀을 흘렸음을 상징한다.

아직 100% 감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통 팔꿈치 수술을 한 선수는 완벽한 감각을 찾는 데까지 2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2년 정도는 내 팔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있다. 빠른 재활 덕에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던 백승건은 “당시에는 아프지도 않고 다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조금은 무서운 부분이 있었나 보다”면서 “비시즌 동안 몸을 잘 만들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잘하면서 많이 올라왔다”고 노력으로 공포를 지운 과정을 설명했다.
일단 아픈 곳이 없으니 생생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여건이다. 구속 자체는 잘 나온다. 2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퓨처스팀(2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백승건은 라이브피칭에서도 최고 142㎞의 공을 던졌다. 구속이 느려 고생했던 신인 당시로 따지면 거의 최고 구속이 2월부터 나온 셈이다. 욕심을 낼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러나 백승건은 시즌을 더 길게 보고 천천히 가기로 했다.
1년 이상 실전 경기가 없었으니 감각이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들인 백승건도 “스스로 감각이 자유로워지고, 완전히 내 느낌이다 싶을 때까지 2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면서 “한국 남부리그(2월 말~3월 초 퓨처스팀 연습경기)를 하며 점점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컨디션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차분하게 다음 단계를 응시했다.

이제 적지 않은 나이에 좌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남들처럼 100% 상태로 시즌을 시작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법하다. 팔의 느낌을 완전히 되찾는 데까지 1년이 더 걸린다고 해서 1년을 그냥 앉아있기에는 입지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백승건은 팀의 좌완 불펜 자리가 오픈되어 있다고 믿는다. 꼭 개막이 아니더라도 분명 기회는 올 것이고, 완벽하게 몸을 만들어 그 기회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봉중근 퓨처스팀 투수 코치도 “지금 단계의 구위 자체는 (1군에 콜업된) 이기순보다 백승건이 더 나았다”고 응원했다. 이번 미야자키 퓨처스팀 캠프의 투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것도 그간의 성실한 재활과 노력, 그리고 좋은 구위를 두루 살핀 것이었다. 즉, 백승건에게 1군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도 상징한다. 아프지 않고 감각을 채워넣으면 반드시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백승건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백승건은 “너무 급하게 가면 혼자 마음이 조급해지고, 급해지다 보면 더 안 될 수도 있다. 늦을수록 천천히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나. 너무 조급하지 않게 시즌에 맞춰서 천천히 올려보겠다”면서 “애당초 공이 엄청 빠른 투수는 아니었다. 구속도 신경을 쓰겠지만 커맨드에 더 많은 신경을 쓰려고 한다. 상대적인 내 장점이 길게 던질 수 있는 것이니 그 안에서 내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싶다. 길게 던질 수 있는 체력과 빨리 승부하는 그런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1년 이상의 시간을 기다렸는데, 한 달을 더 기다리는 것은 사실 일도 아니다. 백승건의 합류 시점은 SSG 좌완 경쟁의 피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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