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한명숙 사건’ 소환해 백해룡 저격…“세관마약 수사, 검찰과 다를 바 없어”

‘세관 마약 연루’ 의혹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단장 채수양, 이하 합수단)이 “의혹에 실체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가운데, 합수단을 이끌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탄받던 검찰 특수수사 방식과 다를 바 없다”며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영등포경찰서 전 형사과장)의 수사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임은정 지검장은 26일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엄희준 검사가 그때 보험사기범과 마약사범의 진술을 어떻게 다듬어 법정에 세웠는지, 정작 사건기록을 어떻게 ‘꾸몄는지’ 등을 대검 감찰부에서 확인했다. 검찰이 이 정도였나 싶어 절망했고, 여전한 검찰을 마주하며 참담했다. 그렇게 수사하면 안 된다”면서 “ (백해룡 경정이 수사한) 영등포서는 마약 밀수범들의 오락가락하는 말 중 하나를 잡았는데, 그 진술이 바뀌고 고쳐지고 다듬어진 것도, 혐의사실에 부합하도록 수사서류가 꾸며진 것도, 혐의 입증에 불리한 자료를 기록에 편철하지 않는 것도 종래 지탄받던 검찰 특수수사 방식과 다를 바 없었다”고 꼬집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당시 검찰이 보인 행태에 빗대어 백 경정의 수사 태도를 직격한 것이다.
이날 오전 임 지검장이 이끄는 동부지검 합수단은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세관 마약 연루 외압 의혹에 대해 “아무런 실체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6월 출범한 합수단은 2023년 1~9월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 단체 조직원들이 국내에 마약을 들여올 당시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고,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 경찰과 검찰 지휘부, 대통령실이 개입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의혹을 제기한 백 경정도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해 10월 합수단에 합류했지만, 임은정 동부지검장을 비롯한 기존 합수단과 갈등 끝에 지난 1월 파견이 종료됐다.

이날 임 지검장이 사례로 든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2015년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이 났지만, 검찰이 무리하게 사건을 구성하거나 증거를 조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 한만호 한신건영 전 대표가 진술을 번복하자 검찰이 동료 수감자들을 동원해 “한만호가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도록 연습시킨 게 아니냐는 논란도 인 바 있다.
임 지검장은 마약 밀수 세관 연루 의혹에 대해선 “여행객을 가장한 마약 밀수범들이 걸러지지 않고 무사히 입국한 것은 허술했던 공항 입국 절차상의 제도적 문제라 비판받아 마땅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세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과 범죄는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세관 직원들의 개인 비리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경찰의 ‘답정너' 수사와 여론전 등 개인적 일탈이 있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합수단도 검찰 공식 수사 설명 자료로는 이례적으로 백 경정 수사에 대해 “검찰 특수사건에서 종종 비판받는 증거 조작, 정해진 결론에 반하는 진술과 증거를 배척하는 소위 ‘답정너’ 방식의 위법한 수사”라고까지 표현했다.
임 지검장은 “수사는 사실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 믿음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고, 검찰이 그렇게 수사하면 안 되는 것처럼 경찰도 그렇게 수사하면 안 된다”며 “그럼에도 사회적 의혹이 이렇게나 커진 것은 윤석열 정부를 지탱한 검찰에 대한 분노와 불신임을 잘 알고 있다. 사실은 사실로 밝히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
백 경정은 이날 합수단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한겨레에 “마약 게이트를 덮어준 것뿐만 아니라 가담한 검사가 수사를 맡고, 이를 공식적인 발표라고 한다면 국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고의로 수사에 불리한 자료를 누락하고 허위 자료를 작성했다는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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