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그만, 3억 찾는 사람들… 내 집 현실화

손유지 2026. 2. 2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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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주택 구입 희망가격 1747만원 하락
3억원 미만 주택 선호 급증... 실수요층 이동 가속
청약은 여전히 인기... 젊은층 ‘새 아파트’ 선호 흐름
고정금리·보금자리론 확대에도 체감 개선은 더뎌

[지데일리] 지난해 한국의 주택 구입 희망가격이 평균 1747만원 떨어지며, 국민들의 ‘내 집 마련’ 심리가 더욱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억원 이상 중고가 주택에 대한 관심은 줄고, 3억원 미만의 비교적 저렴한 주택을 찾는 실수요자가 늘었다. 고금리, 경기 둔화,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집값 하락 기대감보다는 부담감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국민들의 주택 구입 희망가격이 평균 1747만원 하락하고, 6억원 이상 고가주택 선호는 줄었다. 반면 3억원 미만 저가주택 선호가 늘며, 내 집 마련보다 현실적 주거를 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픽사베이


주택 구입 의향 2년 연속 하락… “사는 사람보다 기다리는 사람 많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전국 5000가구를 무작위로 추출해 실시한 ‘2025년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29.8%가 ‘향후 주택을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4년(32.5%) 대비 2.7%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무주택가구(1885가구) 중에서는 55.5%가 주택 구입 의향을 밝혔지만, 이 역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구매 관망세’와 청년층의 ‘소득 정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21년 수준과 비교해 약 40% 줄었다. 실수요층이 ‘지금은 사기보다 기다릴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은 여전히 1순위”… 청년층 집중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서울의 인기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32.7%가 ‘서울에서 집을 사고 싶다’고 답했으며, 이어 경기 31.4%, 광역시 29.4%, 기타지역 27.1%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 이하의 응답률이 58.2%로 가장 높았다. 40대(44.9%), 50대(23.4%), 60대 이상(9.8%)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주택 구입 의향이 낮았다. 이는 젊은 세대일수록 결혼과 자녀 양육, 직장 접근성 등 실거주 목적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장년층은 실거주보다는 자산 관리와 노후를 고려해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6억은 부담”… 평균 희망가격 4억6210만원

올해 조사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희망 구입가격’이 뚜렷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주택 구입 희망가격은 평균 4억6210만원으로, 전년(4억7957만원)보다 1747만원 하락했다.

가격 구간별로 보면 ‘3억원 이상~6억원 미만’ 구간이 46.3%로 가장 넓은 지지를 받았지만, 2년 전(48%) 대비 1.7%포인트 줄었다. ‘6억원 이상’ 주택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25.7%로, 2023년 28.4%에서 2.7%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3억원 미만’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23.7%에서 28%로 증가했다.

이 같은 추이는 뚜렷하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주택을 ‘사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지만, 가격대는 확실히 낮아지고 있다. 금리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 한 실수요자의 구매 한계선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선호는 여전… 신규 청약 압도적

‘어떤 집을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아파트가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주택 구입 의향이 있는 가구의 85.1%가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구입 방식으로는 ‘신규 청약’이 56.3%로 가장 많았다. 반대로 기존 아파트를 구입하겠다는 응답은 34.9%에 그쳐 전년(43.1%) 대비 8.2%포인트 줄었다. 이는 청약 저축을 통한 장기적 접근이 기존 매매보다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특히 30대 이하 응답자 중 70% 이상이 신규 청약을 지지한 반면, 50대 이상은 기성 아파트 매입 선호도가 높았다. 세대별 자산 구조와 투자 성향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고정금리 선호 확대… 시장 불확실성 반영

조사에 따르면 일반 가구의 36.4%가 현재 주택금융상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경기(42%), 광역시(40.1%)가 평균보다 높았다. 금리 유형은 ‘고정금리’가 5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다수는 “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출 상환액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를 이유로 들었다. 실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5% 내외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보다 안정성을 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보금자리론’ 만족도 90%… 과제는 여전

정책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만족도는 90%로 여전히 높았다.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 고정금리로 제공되는 상품으로, 실수요자 중심 금융지원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금자리론이 중저가 실수요층을 지원하는 기능은 유효하지만, 수도권의 높은 집값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체감도는 낮다”고 지적한다. 실제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KB부동산 기준 9억2000만원(2025년 12월 기준)으로, 정책 지원 한도(6억원 이하)와 괴리가 있다.

'내 집 마련' 아닌 '살 수 있는 집'으로 

전문가들은 최근의 흐름을 “희망가격의 하락”보다 “구매 전략의 조정”으로 본다. 고금리 시대의 장기화, 인플레이션, 취업 불안정이 맞물리며 국민들은 ‘꿈의 내 집’보다는 ‘현실 가능한 주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금융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공공임대의 질 제고, 수도권 중소형 주택 공급, 청년·신혼부부 대상 실질 구입력 보완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제는 ‘소유 중심’ 주거정책에서 ‘접근성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주거 사다리’의 복원이 필요한 때

현재 주택 시장은 ‘집값 안정과 구매력 약화’라는 이중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정부가 금리 부담을 완화하고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음에도, 국민의 체감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핵심은 수치의 하락이 아니라 주거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다. 내 집 마련이 더 이상 ‘꿈’이 아니라 ‘위험한 투자’로 여겨지는 시대, 정부와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제기된다. 실수요자가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것이 부동산의 최우선 과제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