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 사람, 가격보다 땀방울” 성주참외공판장 2026년의 봄을 다녀오다

석현철 2026. 2. 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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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1시, 경북 성주군 농산물 공판장의 높은 천장을 때린 것은 날카로운 경매사의 고함이 아니었다.

2026년 성주 참외의 본격적인 출격을 알리는 '농산물 공판장 개장 풍년기원제' 현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공판장 관계자는 "풍물로 문을 여는 것은 숫자나 데이터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걸 기억하자는 의미다. 농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차가운 거래소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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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성주참외원예농협 풍년기원제에서 참외농가의 풍년을 기원하는 풍물놀이가 열리고 있다. 석현철 기자

25일 오전 11시, 경북 성주군 농산물 공판장의 높은 천장을 때린 것은 날카로운 경매사의 고함이 아니었다. 농민들의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꽹과리 소리와 묵직한 북소리였다. 2026년 성주 참외의 본격적인 출격을 알리는 '농산물 공판장 개장 풍년기원제' 현장이다.

이곳 공판장은 차가운 유통 창고가 아니라, 한 해 농사의 안녕을 비는 뜨거운 '삶의 터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첫 시작을 알린 풍물놀이패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평소 낙찰가 한두 푼에 희비가 엇갈렸을 중도매인과 출하 농가의 농민들은 박자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다.

현장에서 만난 공판장 관계자는 "풍물로 문을 여는 것은 숫자나 데이터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걸 기억하자는 의미다. 농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차가운 거래소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25일 성주참외원예농협 풍년기원제에 다양한 먹거리로 농민들의 이야기 꽃이 피고 있다. 석현철 기자

이날 공판장 한쪽에서는 조합 직원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과 간식을 분주히 날랐다. 투박한 손으로 종이컵을 든 농민과 중도매인들이 한데 섞여 농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영락없는 마을 잔칫날이었다.

25일 성주참외원예농협 풍년기원제에서 우수 출하 농가로 선정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석현철 기자

백미는 '우수출하주 시상'이었다. 눈길을 끈 점은 선정 기준이다. 단순히 물량을 많이 쏟아낸 농가가 아니라, 까다로운 품질 관리를 통해 공판장의 신뢰도를 높인 '정예 농가'들이 무대에 올랐다.

김기태(53·성주읍 금산리) 씨는 상장을 품에 안고 환하게 웃었다. "상을 타려고 농사짓는 건 아니지만, 한 해 동안 흘린 땀을 인정받으니 다시 땅을 일굴 힘이 난다. 올해도 '성주 참외'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품질로 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중성 성주참외원예농협 조합장의 메시지도 묵직했다. 그는 짧은 인사말을 통해 "공판장은 성적표를 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내년 농사를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가격의 등락에 휘둘리기보다 유통 구조 자체가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뿌리를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25일 성주참외원예농협 풍년기원제가 열린 가운데 지역 한 농가가 경매를 받기 위해 참외를 진열하고 있다. 석현철 기자

제례와 시상이 마무리된 오후 1시, 분위기는 반전됐다. 정적을 깨고 참외 경매가 시작됐다. 전날 기준 최고가 8만 8천원, 평균가 7만 1천원을 기록하며 3천449박스가 거래된 수치는 이날 3천549박스가 출하된 가운데 최고가 9만4천원, 평균가 8만2천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현장의 중도매인들은 올해 흐름을 긍정적으로 점쳤다. 이성준 중도매인은 "요란스럽지 않게, 차분하고 진지하게 시작하는 해가 오히려 끝이 좋다"면서 노란 참외 상자들을 유심히 살폈다.

경매가 끝난 뒤에도 공판장 마당에는 한동안 농민들의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2026년 성주 참외 농사의 시작점. 이날 공판장이 쏘아 올린 것은 단순한 물량의 기록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를 바탕으로 한 '신뢰의 유통'이었다.

25일 성주참외원예농협으로 출하된 성주참외 <석현철 기자>

석현철기자 shc@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