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의 별잇기 예술여행]뇌과학자와 함께한 홍천미술관 여행

김경 오별아트 디렉터 ·작가 2026. 2. 26. 20: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라는 책이 있다. 예술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의사의 처방전보다 더 효과적인 건강 비법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책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아직 그 책을 읽지 못했다.

왜 있지 않은가? 읽지 않았는데 읽은 것 같은 생생한 체험마저 전달되는 유튜브 채널들. 내게는 ‘일생 동안 당신이 읽어야 할 백 권의 책’을 표방하는 독서채널 ‘일당백’이 그러한데 특히 ‘정박사’의 ‘떨리는 심장’까지 들여다보이는 것 같은 진심 화법이 인상적인 채널이다. 특히 너무 좋아서 받아 적었던 이런 대목이 생각난다.

“예술이라는 게 단순한 취미라든가 여가 활동이 아니라…, 감상도 하고 창작도 하는 그런 모든 예술 행동들이 우리 뇌를 재배선한다는 겁니다!! 우리 뇌가 가소성이 있다는 건데, 그게 열을 가하면 조형 가능한 플라스틱처럼 우리 뇌세포도 가변적인 도로라는 거죠. 도로와 가로등이 있고, 고속도로도 있는데 우리가 작품을 감상하고 창작할 때마다 저 멀리 있던 것이 연결되고 영역 안에서 새로운 도로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이어지고, 그것이 나의 뇌를 바꾸고 내 삶을 바꾼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경 미학이고 신경 예술이라는 거죠.”


심지어 스스로 ‘정박’이라 부르는 인류학자 정승민씨가 공명하는 예술의 힘이 퇴화하고 병든 신경 회로를 어떻게 기적적으로 회복시키는지 말하고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95세의 토니 베넷과 그의 멘티 레이디 가가가 함께한 라이브 무대를 소개하다가 문득 울었다. 중년의 인류학자가 감정이 격해져 갑자기 쏟아내는 눈물에 모두가 당황한 방송 사고에 가까운 해프닝이었지만 그 장면 자체가 내게는 ‘공명하는 관계 미학’ 작품 같았다. 어딘지 페드로 알모도바르스러운.

그런데 얼마 전 그와 비슷한 느낌의 장면을 EBS <골라듄다큐> ‘뇌과학자가 알려주는 내 뇌가 젊어지는 뜻밖의 취미’ 편에서 봤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세계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마이클 리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었다.

“다비드상을 처음 봤을 때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왜지, 생각해 보면 미켈란젤로 내면에 무언가 있었을 ‘그것’을 제가 느낀 거죠. 망치와 정을 이용해서 반드시 표현해야만 할 무언가가 있었던 거예요. 내가 세상을 떠나도 남는 것. 미켈란젤로가 그걸 세상과 공유하고 싶었던 겁니다.”

같은 영상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뇌과학자 정재승이 묻는다. “왜 인간은 예술적인 존재가 되었을까요?” 그러자 신경 가소성과 예술 연관성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컬럼비아 대학교의 에릭 캔들이 답한다.

“감상은 예술 창작 못지않게 굉장히 중요하고 창의적인 과정이에요. 예술가의 몫이 있고 감상자의 몫이 있죠.”

그리하여 하루 차이로 공동의 생일을 맞은 우리 커플은 서로에게 ‘감상자의 날’을 선물하기로 하고 홍천미술관으로 향했다. 맞다, 군부대 많은 강원 홍천. 이 시골에 이렇게 괜찮은 미술관이 있다는 걸 얼마나 알까? 심지어 전시가 너무 심오하다. 주가희×전이린 2인전 ‘시간과 시각적 기록’. 주가희는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질서’를 판화적 기법으로 재구성하고, 전이린은 ‘없음-공백’을 의미하는 ‘점들의 표상’을 밑도 끝도 없이 끊임없이 계속 그려나가는 노동의 흔적으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까지 뇌를 풀가동해야 비로소 울림이나 감동, 혹은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쉽지 않은 전시다.

그 전시를 보셨다면 확실한 보상으로 ‘홍천강 막국수 옹심이’나 ‘손탁커피’를 선물하자. 이보다 더 완벽한 원데이 예술여행이 있을까? 없지 않겠지만 귀하다. 장담한다.

김경 오별아트 디렉터 ·작가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