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생활형 교복

이명희 기자 2026. 2. 2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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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부모가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나눔교복매장을에서 교복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어디를 가나 똑같은 교복이 도입된 건 1969년 중학교 평준화가 시작되면서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클래식>에 등장하는 동·하복을 떠올리면 된다. 1983년 교복·두발 자유화 조치로 교복이 잠깐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대로 사라질 것만 같던 교복은 빈부의 위화감 조성 등을 이유로 1985년부터 부활했다.

뻔한 교복이 싫은 학생들은 어떻게든 멋을 냈다. 펄럭이는 교복 바지나 치마를 피가 안 통할 정도로 줄여 입기도 했고,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하거나 허리가 날씬해 보이도록 연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교복은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같음’을 허락하는 옷이었다. 그렇게 의류비 부담을 줄이려 도입한 교복이 오히려 학부모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존재가 돼버린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교복값은 적게는 22만원, 많게는 60만~94만원에 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교복을 가계에 부담을 주는 ‘등골 브레이커’로 지적하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교복은 불편하고 비싸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정장형 교복은 장롱에 처박히는 신세가 된 지 오래다. 실제로 입학식·졸업식 같은 행사 때만 입고, 일상에서는 생활복이나 체육복을 착용하는 학생이 대다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체육복·생활복을 추가로 더 사야 하는 학부모들 부담만 커졌다. 전국적으로 무상교복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입지 않는 교복에 혈세를 쓰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가 26일 정장형 교복을 생활형 교복·체육복으로 전환하도록 학교에 권고하는 ‘현행 교복 구매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권고는 학교 문화를 권위주의·획일주의에서 실용과 자율로 바꾸겠다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교복은 학교별 결정 사항이어서 학칙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 정장형 교복이 폐지돼 그 지원금으로 생활복을 사면 이중으로 돈 나가는 일은 없겠다. 그렇다곤 해도 생활복 전환이 옷을 바꿔 입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제까지 교복 결정 주체가 학교였다면, 생활형 교복은 학생이 주체가 되도록 해줘야 한다. 불편한 교복을 벗은 학생들이 창의력을 쑥쑥 키우길 소망한다. 그러려면 어떤 옷이어야 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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