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은이 ‘피노키오’ 만든 김용년 작곡가 별세…향년 82세

혜은이의 대표곡 ‘피노키오’를 작곡하고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비롯한 1980년대 히트곡 다수를 편곡한 원로 작곡가 김용년이 지난 25일 밤 별세했다. 향년 82세.
26일 유가족 등에 따르면 김용년은 전날 오후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주최 저작권 대상 행사에 참석했다가 귀가 도중 자택 근처에서 심정지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은 연합뉴스에 “김용년이 10년 전 심장 스텐트 수술을 받는 등 심장 질환을 오래 앓아왔다. 직장암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당뇨도 있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은 일평생 작사, 작곡, 편곡을 포함해 총 3700여곡의 노래를 작업한, 음악밖에 모르던 겸손한 사람이었다. 건강이 좋지 못한 중에도 TV에 자신이 만든 노래가 흘러나오면 ‘내가 만든 곡’이라고 말했다”라고 고인의 생전 모습을 이야기했다.

1944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9년 8월 베트남 주둔 미군 쇼 공연을 위해 조직된 6인조 록밴드 롤링식스에서 오르간 연주자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약 1년간 활동한 뒤 귀국해 록밴드 비블루에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1972년에는 라틴 음악을 선보이던 5인조 그룹 조커스에 건반 연주자로 합류했다. 낮에는 오치수 악단에서 여러 음악의 반주를 맡았고, 밤에는 조커스 멤버로 무대에 올랐다. 198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편곡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스타 작곡가 김희갑과 콤비를 이뤄 수많은 명곡을 빚어냈다. 이동원·박인수의 ‘향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그 겨울의 찻집’,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 김희갑이 만든 히트곡 다수의 편곡을 맡았다. 이외에도 이용의 ‘잊혀진 계절’, 김수희의 ‘남행열차’, 태진아의 ‘옥경이’,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 등을 편곡했다.
김남균이라는 예명으로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혜은이의 ‘피노키오’를 비롯해 박인수·이수용의 ‘사랑의 테마’와 유익종의 ‘추억의 안단테’ 등을 작곡했다.
2017년 자택 겸 스튜디오에 발생한 화재로 평생 모은 음악 자료를 잃은 뒤 단기 기억 상실증과 당뇨 등으로 투병하는 등 말년에는 시련도 겪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김지원 씨와 자녀 김동건·민지 씨가 있다. 김동건은 영화 <애니깽>과 드라마 <천사의 유혹>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활동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4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8일 오전 7시.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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