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자민련’ 초읽기? “지지율 17%” 충격 휩싸인 野
‘보수 텃밭’에서도 이상 신호… TK 여야 지지율 동률
청년·노인 모두 與 우세…70대 이상도 민주 39%, 국힘 31%
지선 앞 민심 악화에…野, ‘절윤’ 거부 장동혁 비토론 확산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안타깝고 참담합니다.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생략) 확신이 없는 판결은 양심의 떨림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저는 판결문 곳곳에서 발견되는 논리적 허점들이 지귀연 판사가 남겨놓은 마지막 양심에 흔적들이라고 믿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다음날(20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한 장 대표는 "우리는 보다 전략적으로 싸워야 한다"며 "선거에서 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당하고 지혜롭게 싸우자"고 했다.
전략의 실패일까, 장 대표의 '절윤 거부' 후폭풍이 국민의힘을 덮친 모습이다. '당당해야 한다'는 장 대표의 자신과 달리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이 점점 더 차게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20%선 아래로 붕괴된 가운데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지율마저 민주당과 동률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방선거를 불과 세 달 여 앞두고 당이 흔들리면서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모두 '정치적 사선' 앞에 선 모습이다.

무너진 '보수 철옹성'…TK도, 70대도 '싸늘'
지난 대선 직후 국민의힘 내부에는 '절망감'과 함께 묘한 '안도감'도 감돌았다. 계엄 여파와 정권교체 여론 속에 정권을 내줬지만, '극우 논란'에 휘말렸던 김문수 후보가 41.15%의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8.34%)을 단순 합산하면, 산술적으로는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재명 정부의 출범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일부 당권파가 지난 대선 직후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첫째,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에도 보수 지지층은 완전히 붕괴되지 않았다는 점. 둘째, '반명(反이재명) 구호'만으로도 민주당과의 세 대결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가, 대선 득표율을 확인한 뒤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일부 당권파가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절윤' 대신 '반명' 노선을 유지해 온 배경에 이런 판단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기대는 엇나간 모습이다.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판단한 이후에도 장 대표가 '절윤'을 거부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자, 국민의힘을 향한 여론이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가 26일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23~25일(2월 4주차)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45%,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17%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2월1주차)와 비교해 민주당 지지율은 4%포인트(p) 올랐고, 국민의힘은 5%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이전까지 최저치는 지난해 8월 1주차에 기록한 16%다.
지역별로 봐도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에 열세를 보였다. TK의 경우에도 양당 지지율은 28%로 같았다.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민주당 39%, 국민의힘 23%로 집계됐다. 수도권인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41%, 국민의힘이 19%였고, 인천·경기에서는 민주당이 49%, 국민의힘이 16%였다.
연령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은 큰 열세를 보였다. 전 연령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뒤지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보수 성향이 강한 70대 이상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39%)이 국민의힘(31%)을 오차범위 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을 이끄는 장동혁 대표를 향한 비판 여론도 상당했다. '장동혁 대표가 당 대표로서의 직무수행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62%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3%, 모름·무응답은 15%로 나타났다. 장 대표에 대한 부정 평가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33%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58%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67%로 집계됐다. 이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해당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대선 득표율을 고려하면 지난 대선에서 '후보 이재명'을 비판했던 일부 반명 유권자가 '대통령 이재명'을 지켜보며 친명으로 돌아선 셈이다.

중진은 한숨, 친한계는 이탈…'내우외환' 張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이 단순히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에 의한 일시적 여파가 아닌, '보수 정체성의 실종'과 '미래 비전' 부재 탓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보수의 심장부에서조차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국민의힘 후보들이 지방선거에서 더 이상 '보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음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70대와 TK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힘에 주어진 '마지막 경고'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는 상대 진영이 좋아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비전 없는 갈등'에 절망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집토끼들에게는 자부심을 느끼며 투표장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중도층에는 '믿을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여러 선거를 경험한 국민의힘 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당내 최다선(6선)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2018년 지방선거 참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 국민의힘은 계엄 옹호 정당, '윤 어게인' 정당으로 인식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3월 말까지 예비후보 등록이 이뤄지고 4월부터는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라며 당 변화의 골든타임을 "2월 말에서 3월 초"라고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절윤'을 둘러싼 당의 내홍은 심화되는 분위기다. 제명된 후 장 대표 퇴진을 주장하고 나선 한동훈 전 대표는 TK를 찾아 독자 행보에 나섰고, 국민의힘 당권파 전국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는 한 전 대표 대구 방문에 동행하는 친한계 의원들을 당 윤리위에 제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이 내우외환 위기에 휩싸이면서, "선거에서 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던 장 대표도 대책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일단 당의 '집단 지성'을 앞세워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회동을 가진 뒤 의원들의 최고중진회의 부활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장 대표와 면담한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가 중진 의원들의 지방선거 어려움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깊이 고민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당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중진회의 부활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17%로 장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에는 "그동안 언론에서 얘기한 당의 무기력과 혼란스러움이 반영된 것 같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대책을 강구한다면 지지율도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4.9%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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