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톱100 원핸드 백핸드 단 10명'...세계 5위 무제티, "원핸드 백핸드를 계속 지켜낼 수 있길 바란다"

박상욱 기자 2026. 2. 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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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호주오픈에서 원핸드 백핸드를 구사하는 로렌조 무제티

한때 테니스 코트의 표준이었던 원핸드 백핸드는 이제 보기 드문 기술이 됐다. 강력한 탑스핀과 빠른 랠리가 지배하는 현대 테니스에서 두 손으로 라켓을 잡는 투핸드 백핸드가 이미 대세로 자리한 지 오래다.

그런 흐름 속에서도 세계랭킹 5위를 지키고 있는 로렌조 무제티(이탈리아)는 원핸드 백핸드의 가치를 고수하는 몇 안 되는 정상급 선수다.

무제티는 최근 'The Sit-Down'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자신의 커리어와 함께 한손 백핸드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한손 백핸드를 썼다. 네 살 때 할머니 집에서 아버지에게 공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익혔고, 지금까지 그것이 내 테니스를 정의하는 기술"이라고 회상했다. 원핸드 백핸드를 '빈티지(vintage) 스타일'이라고 부르며 오히려 그것이 자신의 게임을 독특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제티 본인도 이 기술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톱 100 안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는 선수는 정말 몇 명 뿐"이라며, "현대 테니스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고 솔직히 밝혔다.

이미 대세가 된 투핸드 백핸드는 1940년대 에콰도르 출신 미국인 판초 세구라에 의해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이는 매우 이례적인 기술이었다. 전통적으로 테니스는 한 손으로 백핸드를 구사하는 것이 정석이었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1970년대였다. 비에른 보리(스웨덴)와 지미 코너스(미국), 그리고 여자 투어의 크리스 에버트(미국)가 투핸드 백핸드로 메이저 무대를 장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시기부터 베이스라인 중심의 랠리 테니스가 확산됐고, 강한 탑스핀을 안정적으로 받아칠 수 있는 투핸드가 빠르게 표준 기술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라켓 기술의 발전과 스트링의 변화는 공의 회전량과 스피드를 더욱 끌어올렸다. 높은 바운드와 강한 탑스핀에 대응하기 위해 두 손을 사용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굳어졌고, 주니어 코칭 시스템 역시 투핸드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세계랭킹 100위내 선수를 기준으로 1960년대 대부분의 선수가 원핸드 백핸드를 사용하던 시절부터 매 10년 마다 약 10%씩 그 수가 감소해 현재는 8명의 남자 선수가 원핸드 백핸드를 사용한다. 여자 투어는 그 감소세가 더욱 빠르고 전향적으로 진행되어 지금은 단 2명의 선수(타니아나 마리아, 빅토리아 고루빅)만 남았다.

2000년대 원핸드 백핸더로 최고의 성공을 거둔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20번의 메이저 우승을 기록하고 은퇴했고 메이저 3회 우승을 달성한 40세 노장 스탄 바브린카(스위스, 99위)는 올해 은퇴를 앞두고 톱100을 돌파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두 선수를 제외하고 2000년 이후 원핸드 백핸드 남자 선수가 간간히 메이저 우승을 기록했지만 2020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의 US오픈 우승이 마지막이다.

현대 테니스에서 원핸드 백핸드를 사용해 가장 성공한 여자 선수는 메이저 7회 우승을 달성한 저스틴 에넹(벨기에)이며 아멜리 모레스모(프랑스)가 2006년 호주오픈, 윔블던에서 두 차례 우승을 거둔 바 있다.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가 2010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이후로 여자 원핸드 백핸더 메이저 우승자 역시 자취를 감췄다.

원핸드 백핸더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 속에서 무제티는 "원핸드 백핸드를 계속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8강에 오른 무제티. 프랑스오픈(2025)과 윔블던(2024)에서 4강을 밟아본 그는 현 시점에서 원핸드 백핸더로 메이저 우승 가능성이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트는 클레이 코트인데, 아시다시피 나는 클레이 코트에서 태어났다." 5월이면 클레이코트 메이저 대회 프랑스오픈이 열린다. 무제티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코트에서 원핸드 백핸더 메이저 우승자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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