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끊긴 외국인 유학생…월세 먹튀에 집주인 '발동동'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홍성민 기자(hong.sungmin@mk.co.kr) 2026. 2. 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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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임차인 4년새 3배 늘어 … 야반도주 속출
오피스텔·공업단지 빌라촌 등
월세 안낸 채 몰래 출국 잇따라
세 놓으려 남은 짐 치웠다간
임차인 귀국뒤 손해배상 위험
갱신 의사 안밝히면 자동연장
임대차법탓에 해지도 어려워
외국인 유학생이 살던 서울의 한 원룸. 밀린 월세를 내지 않고 출국한 뒤 연락이 끊긴 임차인의 짐이 방에 남겨져 있다. 독자 제공

'○○○, 몽골, 2025. 07 귀국, 6월쯤 출국 가능' '△△, 태국, 2026. 02 귀국, 출국 계획 없음….'

26일 충남 아산시 한 빌라촌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고 있는 강 모씨(68)가 보여준 컴퓨터 메모장에는 외국인 임차인 6명의 출입국 일정이 기록돼 있었다. 밀린 월세를 내지 않고 갑자기 출국해 잠적했던 외국인 임차인이 지난 2년간 3명이나 있어서다. 강씨는 "보증금액이 낮은 탓에 갑자기 잠적해 월세가 밀리면 집주인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남은 짐에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고, 치우더라도 전부 비용이자 노동"이라고 푸념했다.

유학이나 취업을 위해 원룸·오피스텔에 세를 들어 사는 외국인 임차인이 늘어나면서 월세를 내지 않고 출국해 잠적하는 '먹튀'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외국인 임차인이 갑자기 잠적할 경우 월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두고 간 짐을 치우거나 집에 다른 임차인을 들이기도 어려운 탓에 피해를 본 임대인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21년 16만3699명에서 지난해 30만8838명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체류 외국인 수 역시 195만6781명에서 278만3247명으로 42.2% 늘었다.

자연스레 셋방살이를 하는 외국인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날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외국인 임차인 수는 9만8323명으로 2024년 6만7356명 대비 3만명 넘게 늘었다. 4년 전인 2021년 3만6914명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월세 등 임차료를 내지 않고 출국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유학이나 취업으로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다가 방학이나 휴가 등으로 출국한 뒤 자퇴·이직 등 모종의 이유로 잠적하는 것이다. 드물지만 범죄를 저지른 후 수사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출국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A씨는 몇 주째 중국인 세입자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다. A씨는 "(해당 세입자가) 1년 넘게 월세를 밀렸다. 어느 날 확인해 보니 짐과 소형차를 남긴 채 잠적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범죄를 저지르고 잠적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찰 등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임대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 범죄 혐의가 없기 때문에 수사 접수도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다. A씨는 "짐을 마음대로 치울 수도 없고 다시 방을 내놓을 수도 없어서 구청과 경찰을 찾았다"면서 "하지만 '세입자와의 갈등은 법원을 통해서 해결하라'는 답변만 듣고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계약을 임의로 해지하기도 어렵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잠적하더라도 미리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해당 계약의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 사유지를 두고 발생한 민사 분쟁으로 분류되는 탓에 경찰 등 수사기관도 계약 해지에 개입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계약 만료까지 마냥 기다릴 경우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될 수 있어서다. 현행법상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임대인의 계약 갱신 거절 의사가 임차인에게 전달되지 않을 경우 계약이 묵시적으로 연장된 것으로 간주된다.

김정원 한뜻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갱신 거절 의사를 보였다는 증거를 남겨야 한다"며 "외국인 임차인이 출국 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임차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뒤 법원에 공시송달을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외국인 임차인이 남겨둔 짐에 손을 대기도 어렵다. 다시 세를 놓기 위해 짐을 치웠다가는 귀국한 외국인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할 수도 있어서다. 김 변호사는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고가이거나 부패하지 않는 물품은 임차인 허락 없이 폐기하지 않는 게 좋다. 부패될 수 있는 물품도 사진 촬영 등 폐기가 필요하다는 증거를 남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30년째 하숙·임대업을 하고 있는 한 집주인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받아보면 임대차 문화가 많이 다르다는 점이 와닿는다"고 말했다.

[김송현 기자 / 홍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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