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요' 잣국수 시연한 선재스님 "물 들어올 때 노? 내 노는 우리 음식 알리기"
선재스님 '잣 국수' 시연 후 취재진 실습 지도
"흑백요리사 또 나간다면 쑥떡·머위전 만들 것"

"다들 집에서 음식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웃는 거 보니까 바쁘셔서 못 하시는가봐요. 불교에선 식사를 '공양'이라 하는데 그 의미가 뭘까요? 음식을 몸과 나누고, 마음과 지혜를 만드는 거예요."
봄기운 물씬 느껴지는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선 이색 요리교실이 펼쳐졌다. 바로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2002년 출범 이래 처음으로 진행한 사찰음식 언론홍보 행사.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이 요리 선생님으로 앞치마를 둘렀다.
선재스님의 '흑백요리사2' 출연에 힘입어 사찰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즈음 부러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뭘까. 사업단은 "사찰음식의 가치와 정신을 새롭게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사찰음식이 찰나의 유행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본질을 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요리 시연에 앞서 선재스님은 "지난해 6월부로 강의를 접고 지금은 백수"라고 농담하면서도 "남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며 예능과 광고를 제안하지만, 내 '노'는 아이들에게 우리 음식 문화를 알려줌으로써 한식을 지키고 지혜를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의 요리는 선재스님이 흑백요리사에서 선보였던 '승소 잣 야채 국수'. 당시 심사위원을 맡은 안성재 셰프가 극찬했던 요리로, 선재스님이 먼저 사업단에 제안했다고 한다. 선재스님은 "공양으로 나오면 스님들이 미소를 짓는다고 해서 '승소 잣국수'라고 부른다"는 설명과 함께 국수를 만들었다. 얼마 전 눈길 미끄러짐 사고로 어깨가 불편한 탓에 간간이 제자들 도움을 받으면서도 "젖은 천을 덮어놔서 반죽이 질다" "잣 국물에 물을 좀 더 부어야 한다"며 명장다운 꼼꼼함을 보여줬다.
음식이 완성된 순간, 입맛만 다시던 기자들은 일제히 스님의 조리대 앞으로 달려갔다. 소담스러운 고임새에 탄성이 터졌다. 고명은 오이와 참외뿐이고 간은 소금으로만 했는데도 잣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입맛을 돋우었다. 삼삼한 간이 재료 본연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듯했다.
선재스님 시범대로 15개 매체 취재진이 잣국수를 만들어보는 실습 시간이 이어졌다. 요리 초보인 기자는 "사찰음식은 단순히 먹는 게 아닌 자연의 모든 생명과 소통하는 것"이란 스님 가르침을 곱씹으며 1시간 넘는 사투 끝에 국수 한 그릇을 완성했다. 어색한 결과물에도 스님은 "잘 하셨다"고 격려하며 보완점을 일러줬다.

선재스님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뭘까. 스님은 "어려운 질문"이라면서도 "내가 하는 음식을 누구한테 드릴 건지"라고 밝혔다. 실습에 앞서 "요리사는 식재료를 먹을 사람에 맞춰 '약이 되는 음식'으로 만들어주는 통역사와 같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 답변이었다.
'국내산 유기농 식재료를 고집해야 하느냐'는 물음엔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고 길러진 것을 먹어야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벽한 유기농에 가까운 게 바로 제철 식재료고,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한식에 대한 소중함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선재스님은 봄맞이 시기 추천 식재료로 머위와 쑥을 꼽았다. "이 두 가지는 겨울 동안 쌓인 독을 빼주는데 맛이 강해서 그냥 먹으면 힘들어요. 그래서 쑥은 떡으로 만들고 머위는 전을 부치면 맛있죠. 좋은 식재료가 많아요. 다시 흑백요리사에 나간다면 그걸 보여주고 싶어요."
[레시피] 선재스님의 '승소 잣 야채 국수'
<재료>
-잣 300g, 면 반죽, 오이 1/3개, 검은깨, 찹쌀가루 1/4컵, 전분가루, 생수, 참외, 소금, 채즙(애호박, 시금치)
<만드는 법>
①잣 국물
1. 잣은 마른 팬에 노릇하게 볶은 뒤 칼로 굵게 다집니다.
2. 다진 잣과 생수를 믹서기로 곱게 갈고,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②야채면
1. 애호박, 시금치는 데쳐 믹서에 갈아 체에 거릅니다.
2.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갈아낸 채소를 섞어 반죽을 만듭니다.
3. 준비된 반죽에 밀가루를 묻혀서 제면기로 면을 뽑습니다.
4. 뽑은 면은 끓는 물에 달라붙지 않도록 풀어서 삶은 후 찬물에 식힙니다.
③옹심이
1. 찹쌀가루에 전분가루 1t를 넣고, 갈아 둔 오이를 더해 반죽을 만듭니다.
2. 반죽을 옹심이 모양으로 빚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삶은 뒤 건집니다.
④고명
1. 오이를 얇게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입니다.
2. 절인 오이는 물기를 제거하고 마른 팬에 볶습니다.
3. 참외는 씨를 제거하고 얇게 채 썹니다.
⑤마무리
-삶은 국수에 잣국물을 붓고 준비한 고명을 골고루 올린뒤, 검은깨를 뿌려 완성합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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