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잼미니

허종필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2026. 2. 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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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용구사
허종필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학교는 겨울방학기간 중 새 학기 준비 기간을 두어 각종 인사이동과 전년도 학사 일정을 마무리하고, 약 일주일(학교별로 상이) 간의 전 교직원 교육 및 연수 등의 활동을 실시합니다. 저는 그중 AI 활용 연수에 참가해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회원가입 후, 간단한 사용방법을 숙지해서, 명령어를 입력하면 제가 만들었다고 하기에 너무나 훌륭한 결과물이 생성되었습니다. 경외감과 함께 묘한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여러분 혹시 '잼미니'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이 단어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Twitch)에서 메시지를 읽어주는 TTS(음성 합성 시스템)에서 어린 남자아이 목소리의 모델 아이의 본명을 보호하기 위해 재민이라는 이름을 붙여 시스템에 등록했습니다. 당시 시청자들은 이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재미있다의 '잼'과 '재민이'를 합쳐 '잼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어느 순간 초등학생 전체를 일컫는 단어로 확장되었습니다.

기존의 '초딩'이란 단어가 오프라인에서의 해당 학령의 아이들을 지칭했다면, '잼민이'는 SNS와 인터넷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의미해 왔습니다. 이 의미는 확장되어 나이가 많아도 철없는 행동을 하거나 유치한 발언을 하는 사람을 비꼴 때도 사용되곤 했습니다. (예: 아직도 MBTI를 믿다니 너는 잼민이니?)

2026년에는 이 단어의 외연적 의미가 더욱 확장되어 의사결정과 생각을 AI에 맡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잼미니(Gemini 등 AI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한 사람을 의미)'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예: 아휴, 저 AI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잼미니 같으니라고.) 하긴 유튜브로 대충 보고 아는척하는 사람들을 유대인이라고 지칭하는 신조어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요즘 시대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죠.

2016년 이세돌 기사가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펼친 것이 불과 10년 전입니다. AI가 인간의 영역과 우리의 일상생활에 접근하고 관심을 얻게 된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 확산 속도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하고 놀라운 상황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학교 AI 연수에서 들었던 불안감은 당대에 혁신이었던 것이 부지불식간에 쓸모 없어져 버린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도구와 기술 등 수많은 당대의 혁신들이 어느 순간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졌던 사례들(예: 이동통신 기술 CDMA, 2G, 3G 등)을 돌이켜보아야 하겠습니다. 기술이야 진보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인간이 기계와 프로그램에 도태되어 버려진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 아닐까요? 저는 교사라 우리 아이들에게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제시해 주고 싶지 않습니다. 네가 공부해 봤자 AI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머리에 외우지 말고 그냥 프로그램만 잘 쓰면 된다고 가르쳐야 하는 시대일까요?

AI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해나가는 미래이면서 현실인 지금의 시대에 답답한 소리로 들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우리가 세상에서 의미 있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함께 손잡고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 AI와 로봇은 언제나 수단과 도구로서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존재로서만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것, 개나리와 벚꽃이 봄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 줄 것이라 가르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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