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건강한 발을 위해 짚는 지팡이, 공도자 숭배

김수련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주임교무 2026. 2. 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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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발을 다쳐 수술을 하고 깁스를 하면서 두 달가량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의사 선생님은 저에게 지팡이를 처방해 주면서 사용법을 설명하는데, 오른발을 다친 저에게 지팡이를 왼손에 들라고 안내하는 것입니다. 순간 오른쪽 발이 다쳐서 힘이 없는데 오른쪽에 지팡이를 들어야 맞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의사 선생님께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오른쪽이 다쳤으니 왼손에 지팡이를 들라고 확인을 시켜주며, 오른쪽 발이 다쳤으니 왼쪽에 지팡이를 짚어야 다친 오른쪽 발에 힘이 되고, 왼쪽 발에 무리가 덜 가면서 탈 나지 않는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아픈 발의 힘을 키우는 동안 두 배의 힘을 쓰게 될 건강한 발의 힘을 덜어주고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한 지팡이, 바로 건강한 발을 위해 짚는 지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툴던 지팡이 질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온몸으로 익혀지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부족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직접 부족을 채워주거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만이 최고의 방법이고, 해결책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이 덜 가진 사람들에게 직접 베풀고, 나눠주는 것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로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자력을 얻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야 합니다. 원불교에서는 누구든지 자력을 양성하여 자기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힘미치는 대로 자력없는 사람에게 보호를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치 다친 오른발이 자력을 얻을 때까지 정상인 왼쪽 발이 그 역할을 하듯, 우리 사회 곳곳에도 다친 발을 위해 두배의 힘을 쓰는 왼쪽 발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유익을 주고, 공중을 위하여 사는 사람들, 원불교에서는 이들을 공도자라 말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공도자들이 과거에 비해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별로 갖지 않는 삶의 방식이 일반화 되어가고, 직업적으로 그런 일을 해야하는 사람들도 생업에 대한 의무로서의 책임감에 의해 할 뿐, 진심으로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좋은 일이니까, 세상을 위한 일이니까 의무와 책임을 지어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자력이 길러지는 동안 그 자리를 메꿔주고, 그 사람들의 역할까지 흔쾌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도록, 탈 나지 않도록 힘이 되어주는 지팡이도 있어야 각박하지 않고, 모두가 결국에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원불교 교도들은 공도자를 숭배하라고 배웁니다. 공도자는 거창한 직업을, 일을 하는 사람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 모두에게 유익한 세상, 그야말로 행복한 세상이 되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사람들, 나아가 나보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도자이며, 그 공도자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고, 그 업적을 길이 기리고 기념할 때 비로소 이 세상에는 공도자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아픈 발을 위한 치료를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고, 아픈 발이 완치되어 자력을 얻을 때까지 더 많은 힘을 써야하는 건강한 발을 위한 지팡이가 많아져서 모두가 잘 사는 평등세상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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