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핵 협상 막후에 선 오만… ‘조용한 중재자’로 존재감 드러내
트럼프가 지난 19일 제시한 ‘최대 시한’ 임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26일 스위스 제네바 오만 대사관에서 3차 핵 협상에 나선다. 이번 협상도 1·2차 협상과 마찬가지로 오만이 양측을 중재하는 간접 협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이전까지 조율을 맡았던 오만이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오만의 외교적 위상이 주목받고 있다.

오만은 국제 분쟁에 깊이 개입하지 않고 중립 외교 노선을 유지해 ‘중동의 스위스’로 불린다. 2015년 7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서방이 이란과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를 타결했을 당시 물밑에서 대화를 조율한 오만의 역할이 컸다. 3년 후 합의를 파기했던 트럼프가 지난해 다시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하면서 오만은 다시 등장했다. 다섯 차례 회담 끝에 같은 해 6월 미국이 이란 주요 핵 시설을 공습하면서 협상이 멈췄지만, 이번에도 오만이 중재자로 복귀한 것이다.
오만의 중재자 역할 배경으로는 종파적 특수성이 거론된다. 오만 국민 주류는 중동 아랍국들 가운데서는 이례적으로 이슬람교 분파인 이바디파를 따른다. 이바디파는 수니·시아파와 구별되는 독자적 교리를 따르는데, 관용·온건성·공동체 합의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평가된다. 유일신을 믿지만 이교도에도 관대하다. 이러한 종교적 기반이 중재가 필요한 갈등 당사국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친미(親美)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이란과 균형 외교를 펼쳐왔다는 점 역시 중재국으로서의 조건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만은 미국이 자국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군사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협력해 군비 확충에도 나섰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약 30여㎞ 거리로 마주하고 있어, 이란과의 안정적 관계는 자국 안보와도 직결된다. 수십 년간 적대해온 미국과 이란 모두와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드문 국가라는 평가다.
당초 지난 6일 1차 핵 협상에 앞서 미국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중동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 형식의 회담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요구하면서, 회담 장소는 오만 무스카트로 변경됐다. 양측을 한자리에 앉히는 직접 대면 방식이 아닌 간접 협상 구조이지만, 양측과 동시에 신뢰를 유지한 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오만이 거의 유일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대 보름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하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시한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회담이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 행동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핵 개발뿐 아니라 미사일·역내 군사 활동까지 포기하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이란이 수용하지 않아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이란 측은 “전망이 밝다”며 낙관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치고 있으나, 지난해 미국의 공습 이전과 유사한 긴장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미국은 에이브러햄 링컨과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이란 인근 해역에 전개해 두고 있어 군사 긴장은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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