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다음 새 감독은 100% 우승했다…정정용의 외로운 싸움,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의 새 사령탑 정정용 감독(57)이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정 감독은 지난 25일 열린 K리그1 미디어데이에서 유니폼 가슴팍의 별 10개를 손으로 짚으며 “11번째 별을 꼭 새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쾌한 출사표 안에 담긴 압박감이 간단하지 않다. 지난해 우승한 팀의 지휘봉을 새로 잡았기 때문이다.
전임 거스 포옛 감독이 남긴 유산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포옛 감독은 2024년 10위까지 처져 구단 역사상 최초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몰렸던 전북을 맡아 지난해 22경기 무패(17승 5무) 행진을 이끌며 곧바로 리그 우승과 코리아컵(FA컵)을 동시에 석권했다. 바닥에서 정상까지 단숨에 끌어올린 극적인 반전으로, 정 감독을 향한 기준선 역시 여느 팀 신임 감독보다 훨씬 높게 설정돼 있다.
전북 역사는 그 부담의 무게를 더욱 키운다.
2019년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최강희 감독이 2018년 우승시키고 떠난 전북의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곧바로 우승했다. 울산 현대와 승점 79점으로 동률을 이룬 끝에 다득점(전북 72골, 울산 71골)에서 앞서며 극적인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2020년까지 2년 연속 우승을 이끌며 전북의 리그 4연패를 만들고 물러났다. 2021년 지휘봉을 이어받은 김상식 감독도 우승시켰다. 승점 76점으로 K리그 사상 첫 리그 5연패의 대업을 완수했다.
정 감독이 전북 감독직을 수락하기까지 고심이 깊었다. 울산 HD도 차기 사령탑 1순위로 그를 지목했다. 이미 우승해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전북에서는 ‘잘 해야 본전’이라면, 울산은 상대적으로 부담에서 자유로운 행선지였다. 정 감독은 전북을 택했다. 감독이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업화된 구단 시스템 때문이라고 했다. 도전을 택했다.
전북은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을 대폭 교체했다. 지난 시즌 우승의 중심이었던 주장 박진섭이 중국 저장FC로 이적했고,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도 팀을 떠났다. 2선 자원 송민규와 권창훈도 이탈했다. 공백을 메운 자원은 박지수, 조위제, 오베르단, 모따, 김승섭이다. 특히 김승섭은 정 감독과 김천 상무 시절을 함께하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선수로, 감독이 부임 직후 가장 먼저 영입 의사를 타진한 인물이다. 새 주장은 풀백 김태환이 맡았다. 정 감독은 김태환과 왼 풀백 김태현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히든 카드로 꼽으며 “그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 위에서 모따의 득점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임 포옛 감독 체제에서 전북은 적극적인 공중 볼 경합, 그렇게 따낸 볼로 빠른 역습을 전개하는, 이른바 ‘선 굵은 실리 축구’를 펼쳤다. 정 감독은 다른 옷을 입히려고 한다. 스페인 마르베야 전지훈련에서는 전방 압박과 높은 볼 점유율에 기반한 세밀한 빌드업을 주문했다. 정 감독은 “볼이 우리 진영이 아닌 상대 진영에서 놀 수 있기를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측면이든 중앙이든 빠른 템포로 패스를 연결해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수비는 전임 사령탑이 구축한 체제를 유지하면서 공격의 주도권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정 감독의 1부리그 경험은 지난해까지 군 팀인 김천상무를 3년 간 지휘한 것이 전부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함께 한 2019년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김천 상무에서도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K리그1 3위의 성적을 냈다. 커리어는 성실하게 쌓아 올린 증거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서울 이랜드에서 3년 임기 동안 승격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기록 역시 남아 있다. 리그에서 ‘명가’로 통하는 강팀의 명성을 지켜야 하는 압박도 군 팀을 지휘할 때와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전북에서의 도전을 택한 정 감독이 외로운 싸움 속에 내놓을 승부수로 올시즌 K리그에 또 새로운 이야기가 쓰여질 차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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