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코스도 창작물, 저작권 인정받아야”…대법, 골프존 사건 파기환송
스크린골프업체 거액 배상 위기
설계3사 청구 금액만 307억원
골프장·설계사 모두 계약해야
로열티 지불로 경영 악화 예상
골퍼들 이용료 인상될까 우려

스크린골프 기업에서 사용하는 골프코스도 설계자들의 허락을 받고 사용해야 하는 저작물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국내 골프코스 설계회사 오렌지엔지니어링 등이 골프존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같은 내용으로 미국 골프코스 설계회사 골프플랜 인코퍼레이션이 골프존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307억 1000만원에 달한다. 오렌지 엔지니어링과 송호골프가 227억 6000만원, 미국계 골프플랜은 단독으로 79억 50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설계사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4년 2월 2심에서 골프존 전무 승소 판결이 나기 전인 2022년 1심에서는 설계가들의 기대이익을 100% 다 인정하지는 않고 약 28억원만 실제 배상액으로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설계사의 코스 저작권이 인정됨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 307억원이라는 청구 범위 내에서 최종 배상액이 결정될 예정이다. 골프계에서는 배상액이 1심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스크린골프 사업자인 골프존은 항공촬영 등을 통해 국내외 여러 골프장의 코스를 그대로 재현한 시뮬레이션 영상을 제작했다. 골프장 소유주와 협약을 맺고 진행했지만 코스를 설계한 사업자들과 별도의 계약은 없었다. 이 때문에 설계업체들은 골프존이 자신들의 저작권을 동의 없이 이용했다며 사용 중단과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지형지물 등을 곳곳에 배치해 골프코스를 만드는 것은 설계자들의 창의성이 투입되는 일이라며 저작권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골프코스에는 시설물과 개별 홀들의 전체적인 형태 및 배치, 개별 홀을 이루는 기본적 구성요소의 위치, 모양 및 개수 등이 일정한 설계 의도에 따라 선택·배치돼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며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거나 누가 하더라도 비슷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각 골프코스는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기존의 골프코스와는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저작권 침해는 원저작물에 고유한 창작 표현이 있고, 이를 유사하게 차용하거나 2차로 이용할 때 인정된다.
대법원은 골프장 부지의 지형이나 이용객의 안전 요소로 인해 창작 표현이 제한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프코스의 창작성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골프코스 구성요소들은 이용객들로 하여금 티샷과 이어지는 샷,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와 그린에서의 퍼팅 등 각 상황별로 적절한 전략을 세워 코스를 공략하도록 한다”며 “인공적인 조경이나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이용객들이 골프코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등 설계 의도에 따라 선택, 배치돼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골프존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답변을 내놓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국내 스크린골프 업체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에는 골프존뿐만 아니라 카카오VX, SG골프 등 50여개의 스크린골프 기업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모두 기존에 서비스하던 코스뿐만 아니라 새로운 코스를 추가할 때마다 설계사와 계약을 맺고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스크린골프 업체들은 이미 골프장 운영사와 계약을 맺고 골프코스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설계사와 계약이 추가되면 운영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해 스크린골프 사업자들은 직접 설계한 가상 코스의 비중을 대폭 늘리거나, 기존에 즐겨 치던 코스를 아예 서버에서 제외해 저작권료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골퍼들은 라운드하기 전 스크린골프에서 사전에 연습하거나, 비싼 그린피로 인해 못 가보는 명문 골프장을 체험할 기회도 사라질 수 있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비용상승에 주목하고 있다. 매주 친구들과 골프존 시스템에서 모임을 하는 이정원씨는 “지금도 스크린골프 비용은 임대료, 인건비 등 상승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번에 로열티 비용이 추가되며 스크린골프를 치는 비용이 더 증가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골프코스 설계의 저작권 인정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미국 저작권법도 골프 코스는 지형적 특성으로 봐 보호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지난 2024년 BRIDGE법을 발의한 상태다. 미국 내에서도 스크린골프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유명 코스를 무단 복제해 수익을 올리는 행위를 막기 위한 법으로, 아직 의회에서 통과가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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