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없어서 못 판다’⋯ 한화에어로, 유럽 한복판에 ‘축구장 25개’ 공장 깔았다

천원기 기자 2026. 2. 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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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업체 무기 자체 보유 ‘1호’ 승인
한화에어로, 수출 행정 ‘대못’ 뽑았다
루마니아 공장 착공, 유럽 생산 허브 구축
창원공장 생산능력 160문으로 ‘퀀텀점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루마니아 공장 조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밀려드는 주문에 결국 국경을 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남 창원과 루마니아를 잇는 ‘글로벌 생산 벨트‘를 가동하며 전 세계 자주포 시장 장악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수출 행정의 속도를 높이는 한편, 유럽 현지에는 대규모 생산 거점을 구축해 납기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26일 방위사업청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4일 방사청으로부터 K9A1 자주포 1문에 대한 ‘체계 업체 자체 보유‘를 승인받았다. 방산 업체가 수출용 시연이나 성능 시험을 위해 군 장비를 대여하던 관행을 깬 사상 첫 사례다. 그동안 복잡한 대여 절차와 전력 공백 우려로 발목 잡혔던 수출 마케팅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 기지도 첫 삽을 떴다. 한화는 최근 루마니아 딤보비차주 페트레슈티에서 현지 생산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부지 면적만 18만1055㎡(약 5만4000평), 축구장 25개에 달하는 규모다. 이곳은 단순 조립을 넘어 연구개발(R&D), 시험, 정비(MRO)까지 수행하는 ‘유럽 생산 허브‘로 육성된다. 한화는 2029년까지 이곳에서 루마니아 육군용 K9 54문과 K10 36대를 생산하고, 향후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수요까지 흡수하겠단 구상이다.

국내 생산의 심장인 창원 3사업장은 이미 ‘풀가동‘ 체제다. 한화는 폴란드 수출이 본격화된 2023년부터 선제적으로 라인을 증설했다. 기존 연간 약 80문 수준이던 K9 생산능력은 증설 후 160문 이상으로 두 배 뛰었다. 라인 최적화 시 최대 240문까지 생산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갖췄다는 평가다. 수주 후 증설이 아닌 폭증하는 수요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수출의 아킬레스건이던 ‘심장‘ 문제도 완전히 해결했다. STX엔진이 2024년 K9용 1000마력급 국산 엔진 1호기를 출고한 게 계기가 됐다. 독일 등 외산 부품 의존도에 따른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부품 국산화는 납기 단축과 원가 경쟁력 확보의 핵심 열쇠다.

업계 안팎에선 ‘납기 준수‘라는 확실한 성과가 한화의 자신감을 높여주고 있단 평가도 있다. 한화는 지난해 폴란드 1차 계약 물량인 K9 212문을 기한 내 전량 인도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신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집트 역시 올 1분기부터 인도가 시작되며,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수출 논의가 구체화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한화는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절대 강자”라며 “창원에서 만들고 유럽에서 찍어내는 한화의 ‘물량 공세‘가 글로벌 방산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