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년 만에 활짝 핀 ‘멍게 꽃’… 어민 얼굴에도 웃음 꽃 필까

“다행히 올해는 괜찮을 것 같네요.” 때 이른 꽃샘추위에 체감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26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바닷가. 곧게 뻗은 물양장을 따라 원색의 지붕을 얹은 뗏목이 촘촘히 줄지어 떠 있다.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우렁쉥이) 수확 작업장이다.
1t 화물차 한 대가 물양장에 자리 잡자, 뗏목 위가 분주해진다. 작업장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쉴 사이 없이 쏟아져 나오는 울긋불긋한 멍게들. 굵은 밧줄(봉줄)에 붙은 멍게를 훑어 낸 뒤 씻고 크기별로 분류까지 해 주는 자동화 설비다. 덕분에 이맘때 5~6명이 필요했던 일손이 절반으로 줄었다.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어민들에겐 천군만마다.

지금 수확하는 것들은 어민들이 2년 넘게 애지중지 키워 낸 최상품이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에 속이 꽉 찼다. 일찌감치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200상자, 10t 이상을 출하해야 한다. 가격도 작년보다 10%가량 올랐다. 찾는 곳도 많아 어민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이다.
어장주 송영목 씨는 “재작년 폐사 때문에 작년엔 시작도 못 했는데, 올해는 작황도 좋고 당장은 폐사도 거의 없다. 수온이 높아 성장은 조금 더뎠지만, 느린 만큼 살은 더 실하게 찼다”면서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총 680ha, 축구장 1100여 개 면적의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과 거제 앞바다는 국내산 멍게 유통량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산지다. 늦겨울부터 봄까지가 제철이라 보통 2월부터 6월 중순까지 출하된다. 그런데 2024년 여름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고수온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 일대 양식장이 초토화됐다.

이 때문에 작년 이맘땐 제철을 맞고도 수확할 물량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놨다. 멍게수협은 초매식마저 취소했다. 초매식은 본격적인 수확과 출하를 알리려 조합 공판장에서 진행하는 첫 경매 행사다. 어민들에겐 시즌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이벤트지만 이 자리에 내놓을 물량조차 없었던 탓이다.

멍게수협은 이날 영운항에 건립한 새 위판장에서 2026년 알멍게 초매식을 열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새 위판장은 도·시비 등 지자체 지원금에 자부담금을 합쳐 총 19억 원을 투입해 건립됐다. 지상 1층 연면적 664.52㎡ 규모로 경매장과 작업장, 선별장 등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