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인 것은 머리카락 아닌 강원 자존심…‘잡은 물고기’ 취급에 배수진 쳤다”[민선 8기 혁신 지자체장을 만나다-김진태 강원지사]
국회·정부의 강원특별법 ‘입법 무심’ 질타
“행정통합 속도전, 3특 소외 제로섬 게임”
“이미 출범한 3특 성공해야 5극 발전 가능”
‘강원생활도민’ 3만명…인구위기 돌파 모색

[헤럴드경제(춘천)=신대원·김해솔 기자] “완행도 이런 완행이 없습니다. 하루종일 시골 역에 세워 놓고 KTX로 다 추월해 가는 셈입니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23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 9~11일 사흘간 국회에서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삭발 농성을 진행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김 지사는 1964년 강원도 춘천시에서 태어나 성수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을 역임하는 등 오랜 시간 검찰에 몸담았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춘천시)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제20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등을 맡아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공격수로 활동했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강원도지사에 당선됐고, 임기 중 ‘강원특별자치도’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고 평가받는다.
그런 김 지사가 삭발까지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지금 정부와 국회는 이미 출범한 3특(강원·전북·제주)을 ‘잡은 물고기’ 취급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어 “지난 2년간 수없이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호소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결국 도민들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며 “왜 이 추운 겨울에 우리 도민들이 국회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성토했다.
현장에서 이뤄진 삭발은 김 지사 개인의 결단을 넘어 도민들의 절규를 대변한 것이었다. 김 지사는 “오죽하면 제가 국회 앞 아스팔트 위에서 머리카락을 깎았겠나”라며 “우리 도민들, 심지어 여성분들까지 삭발하겠다고 나섰다. 차마 우리 도민들의 머리카락이 깎여 나가는 것은 볼 수 없어 제가 대신 삭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깎인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강원의 자존심이었다”면서 “도민들이 무슨 죄가 있어 국회까지 갔겠나. 정치가 제 역할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배수진에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도 뒤늦게나마 협조 의사를 밝히기는 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농성 중이던 김 지사와의 면담에서 “관련 법안은 당연히 심사를 거쳐 통과돼야 하며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것. 다만 김 지사는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며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김 지사가 이토록 절박하게 매달리는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은 ‘미래 산업 글로벌 도시’라는 강원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규제 해소와 권한 이양이 핵심이다.
법안에는 폐광 지역 석탄 경석을 산업 자원화하는 방안부터 연구개발(R&D) 기업 지원, 텅스텐·수소·바이오·신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가 담겨 있다. 또한 비행안전구역 규제 해소 등 군사 규제 추가 완화와 국제학교 설립, 의료기관 비전속 진료 허용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사안들도 포함됐다. 특히 강원 지역 특구와 산업단지 등에 외국인 인력이 원활하게 유입될 수 있도록 사증(비자) 발급을 완화하는 특례는 지역 산업계 숙원이기도 하다.
최근 정치권 화두로 떠오른 행정통합 논의에 대해 김 지사는 냉철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행정통합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추진 방식에 있어서는 날 선 비판을 가했다. 특히 통합지역에 부여되는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인센티브가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3특(강원·전북·제주)에 대한 지원이 배제된 통합 인센티브는 차별”이라며 “한정된 재원 안에서 특정 지역에 몰아주면 다른 지역에 배분될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제로섬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2차 공공기관 이전도, 통합지역에 2배 배정과 우선권을 주면 나머지 지역에는 쭉정이만 가져가라는 소리”라며 “수도권 일극체제 심화를 탈피하려는 국가 균형 발전 전략인데 출발점부터 불균형과 차별을 불러오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러한 제로섬 게임의 해법으로 김 지사는 ‘5극3특 상생론’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 균형을 위한 전략인 만큼 5극3특은 함께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5극과 3특은 별개 사안이 아니며, 이미 출범한 3특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야 5극도 통합의 동력을 얻어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 지사는 “먼저 자리 잡은 3특을 키워 나가야 5극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며 “통합 인센티브는 3특에 대한 조치와 함께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정부의 지원 방식과 관련해서도 “특정 지역에 주는 인센티브보다는 지역의 고유 강점을 살린 특화 산업 육성 및 중앙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며 “강원특별자치도처럼 지역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모든 지역이 성장하는 윈-윈(Win-Win)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적인 인구절벽 위기 속에서 강원도는 ‘생활 인구’라는 새로운 지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생활 인구란 주민등록 인구 및 외국인등록 인구 외에 지역에 체류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거나 일정 기간 생활을 반복하는 인구도 그 지역 인구로 보는 개념이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보다 적합한 지원책을 설계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는데, 강원의 강점이 돋보인다. 실제로 강원도는 생활 인구수와 카드 사용액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티맵 방문 순위 50위권 중 도내 관광지가 6곳이나 포함될 만큼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이를 정책화한 ‘강원생활도민제도’는 시행 반년 만에 가입자 3만명을 돌파(2026년 2월 기준 3만4218명)했다. 도내 인구가 가장 적은 양구군 규모의 인구가 새로 생긴 효과다. 김 지사는 “제휴처 할인 등 실질적인 혜택을 통해 심리적 소속감을 부여하고 이들을 언제든 다시 찾아오는 생활형 인구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델은 행정안전부 인구 감소 대응 우수사례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나아가 김 지사는 ‘복수 주소제’ 도입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그는 “평일에는 서울시민, 주말에는 강원도민으로 지낼 수 있는 복수 주민등록도 가능할 것”이라며 생활 인구 확대를 정주여건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밖에도 ‘강원육아수당’ 등 적극적인 인구 정책의 영향으로 강원도는 전국 평균 출산율(0.75명)보다 높은 0.89명(2025년 8월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사직 수행 중 가장 큰 보람을 묻는 질문에 김 지사는 이른바 ‘성과 3종 세트’를 꼽았다. 도정 최초 국비 10조원 시대 개막, 미래산업 비중이 59%에 달하는 1조8644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그리고 총사업비 12조원 규모의 대형 SOC 사업 8개를 모두 성사시킨 ‘8전 8승’의 기록이다. 영월~삼척 고속도로, 제2경춘국도, 용문~홍천 철도 등 강원의 지도를 바꿀 굵직한 사업들이 김 지사 재임 기간 본궤도에 올랐다. 김 지사는 “이러한 성과를 이어가려면 강원특별자치도의 운명이 담긴 강원특별법 3차 개정이 시급하다”며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에서 약속을 꼭 지켜주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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