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직은 ‘빛의 속도’, 임명은 ‘하세월’…靑에너지 공기업 인선 이중잣대

전지성 jjs@ekn.kr 2026. 2. 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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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장 면직·남동발전 사장 사퇴는 즉각 처리
한전KPS, 가스공사, 한수원, 한난 사장 선임 계속 지연
“정치 일정엔 신속, 산업 인사는 표류” 지적 제기

정부가 공공기관 인사 운영을 둘러싸고 '이중잣대'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면직이나 사퇴 수리는 빠르게 진행하는 반면, 신규 임명은 장기간 지연시키고 있어 에너지 공공기관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김인호 산림청장을 바로 다음날 전격 면직 조치하며 신속한 인사 결단을 보였다. 또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강 사장은 임기가 약 2년가량 남아 있었음에도 정치 일정이 명확해지자 빠르게 후속 절차가 진행됐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인사 정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면직·사퇴 수리는 즉각, 임명은 줄줄이 지연…에너지 컨트롤타워 공백

문제는 반대 사례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 상당수가 기관장 공석 또는 임명 지연 상태에 놓여 있다.

대표적으로 한전KPS는 2024년 12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장 선임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 및 대통령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선임을 취소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재구성하려는 논란까지 겹치며 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한국가스공사는 현 최연혜 사장의 임기가 만료돼 후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됐지만, 적합한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에 들어가며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역난방공사, 전력거래소,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주요 기관 역시 사장 공석 또는 임기 만료 이후 장기간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임에도 통상적인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인사 속도의 차이를 문제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와 연계된 인사는 매우 빠르게 정리되지만 산업 운영과 직결된 기관장 임명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며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 전력망 투자, 신규원전 건설, 에너지 전환 정책 등 대형 현안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부재가 장기화되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용주의 정부 기조와 괴리...지방선거 변수로 인선 더 밀릴 가능성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실용주의'와 '전문성 중심 인사'를 강조해왔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산하 SRT 운영사 에스알(SR)은 내부 출신 사장을 임명하며 조직 안정성과 전문성을 중시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에너지 공기업 인선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대통령실이 산림청장을 공직기강 확립과 조직 안정 필요성을 이유로 즉각 면직한 사례와 비교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정부가 조직 안정과 업무 연속성을 인사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면, 오히려 기관장 공석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들 역시 동일한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면직 사유로 조직 안정을 강조했다면, 현재 수장 없이 운영되는 기관들에 대해서도 정책 추진력 확보와 조직 혼선을 막기 위한 조속한 기관장 선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임명 지연 자체가 정책 리스크"라며 “기관장 공백은 곧 의사결정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정국이 본격화되면 공기업 인사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정책 현안이 적체된 상황에서 선거 국면까지 겹치면 기관장 인선이 선거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내부적으로 나온다"고 전했다.

전력시장 개편, 송전망 투자 확대, 원전·재생에너지 믹스 조정 등 굵직한 정책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핵심 공기업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정책 실행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인사 원칙과 속도를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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