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일본발 6조 친환경 컨선 '사활'
LNG 이중연료 추진선...韓·中·日 조선소 3파전
LNG운반선 화물창 적재된 LNG 연료 직접 사용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일본의 정기(컨테이너) 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cean Network Express·ONE)가 최대 6조원 규모의 친환경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를 추진하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주요 조선사들이 수주를 위한 경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25일 노르웨이 해운·조선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와 업계에 따르면 ONE는 총 22척, 42억달러(약 6조1000억원) 규모의 네오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 발주를 놓고 한국과 중국, 일본 조선소들과 건조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구체적인 발주 규모는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12척과 1만5000TEU급 10척으로 구성되며 선형별로 각각 다른 조선소에 분산 발주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만3000TEU급의 발주 물량 12척 중 확정 물량 6척, 옵션 6척이 포함(6+6)됐고 총 10척인 1만5000TEU급은 확정분 6척에 옵션 4척(6+4)으로 계약이 진행된다.
◆ HD현대·한화오션·중국 2곳·니혼조선 입찰 참여
네오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은 2016년 파나마 운하의 확장 개통 이후 통항이 가능해진 선형으로 통상 1만2000~1만5000TEU급으로 건조된다.
ONE가 이번에 발주하는 컨테이너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DF) 추진 선박이며 입찰에는 HD현대와 한화오션을 비롯해 중국 양쯔장조선(YZJ),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SWS), 일본 니혼조선 등도 참여했다. 입찰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 확정될 전망이다.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은 올해 영업 방침이 LNG운반선과 해양플랜트 수주 및 건조에 집중돼 있고 조선소 건조 슬롯 등의 여건도 컨테이너선 신규 수주에 맞지 않아 이번 입찰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 K-조선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 강점
국내 조선업계는 ONE이 발주하는 선박이 LNG 이중연료 추진 방식이란 점에서 수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조선3사가 강점을 보이는 LNG운반선에 탑재되는 주요 동력원이 LNG 이중연료 추진 방식이기 때문이다. LNG운반선은 화물창에 적재한 LNG를 연료로 직접 사용할 수 있어 이중연료 엔진 채택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조선3사는 해당 선종을 다수 수주하며 관련 설계·시공 경험을 축적해 왔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에서 신조 발주된 LNG 이중연료 추진선은 총 261척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38%에 해당하는 100척을 국내 조선사가 수주했다. 올해도 이러한 수주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수주한 선박 12척 중 5척이 LNG 이중연료 추진선이며 한화오션은 6척 중 2척, 삼성중공업은 8척 중 3척을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으로 수주했다.
이번 수주전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3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ONE이 지난 2022년 3월에 발주한 1만3800TEU급을 시리즈선으로 5척 수주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ONE로부터 1만59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을 2조4000억원에 수주했다. 작년 수주 물량 8척은 현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며 2028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 ONE, 中 의존도 감소 추세...현실적 대체연료 LNG 선회
중국은 양쯔장조선과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이 수주 후보로 거론된다. ONE은 2024년 1월 장난조선과 양쯔장조선에 1만30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각각 6척씩 총 12척을 발주했다. 같은 해 7월에도 동형선 10척을 2곳에 추가 발주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조선소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양국이 외교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ONE이 중국 조선소에 발주할 물량을 한국 조선소로 우회해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에서는 니혼조선(Nihon Shipyard)이 수주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ONE은 지난 2022년 발주한 1만3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HD한국조선해양과 니혼조선에 분산 발주했다. 이듬해 3월에는 동형선 10척을 니혼조선에 추가로 주문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과는 별개로 ONE이 최근 선박 발주에 있어 중국 조선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기조를 보이는 점도 국내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란 분석이다. ONE은 친환경 컨테이너선의 연료로 기존 중국 조선소에서 주로 건조하는 메탄올·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을 채택했으나 최근 LNG로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MSC, CMA CGM. 하팍로이드, 에버그린 등 주요 글로벌 선사들이 최근 신조 발주하는 컨테이너선을 모두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으로 발주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 연료로 LNG, 액화바이오메탄(바이오LNG)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메탄올, 암모니아와 같은 무탄소 대체 연료가 친환경에 가장 부합하지만 생산량과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높은 가격 등으로 상용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주요 선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액화바이오메탄은 기존의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에도 장비·설비의 개조 없이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ONE을 비롯해 당분간 글로벌 정기 선사들 사이에 LNG 이중연료 추진선 발주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 등 환경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선사들이 단기간에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LNG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ONE은 일본 3대 선사인 NYK, 케이라인(K-Line), MOL이 컨테이너 부문을 합병하며 2017년 설립된 회사다. 프랑스 알파라이너(Alphaliner)에 따르면 ONE은 선박 272척을 운영 중이며 연간 컨테이너 운송능력은 210만TEU에 달한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6.3%로 MSC와 머스크, CMA CGM, 코스코, 하팍로이드에 이어 글로벌 정기 선사 순위 6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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