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학계·산업계 “플랫폼 산업은 규제 대신 진흥 필요, 국가전략산업 관점에서 봐야” 한 목소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유니콘팜 국회 ‘플랫폼산업진흥법 간담회 개최
AI 상향 평준화 이후 플랫폼 경쟁의 핵심은 데이터와 데이터 주권
플랫폼 규제 대신 진흥 우선, 국가플랫폼자본주의 진행 속에 전략 산업으로 봐야

그간 ‘규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논의됐던 플랫폼 이슈를 넘어 AI 기술이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상황에서 플랫폼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정책 방향을 ‘전략 산업’ 육성으로 전환하기 위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AI 시대, 플랫폼 산업은 여전히 규제의 대상일까? 혹은 국가 경쟁력의 기반일까?
이러한 논의는 2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도 진행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국회 스타트업 지원단체 유니콘팜과 함께 ‘AI 시대, 플랫폼 정책의 대전환: ‘규제’를 넘어 ‘전략산업’으로’를 주제로 진행한 간담회다.
이날 논의의 축은 ‘플랫폼산업진흥법(안)’이었다. 규제를 완화하자는 구호가 아니라, 산업 성장의 기반을 설계하면서도 이용자 보호와 신뢰 장치를 어떻게 동시에 작동시킬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간담회는 최민식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의 발제로 시작됐다. 최 교수는 플랫폼산업진흥법(안)의 법제화 방향과 정책 제언’을 통해 플랫폼 산업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강조했다. AI 시대 핵심 인프라가 플랫폼에 얹히는 만큼, 국내 정책도 그 수준에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주요 국가들은 플랫폼 산업,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려고 정책과 법 제도를 쏟아내고 있고, 목적은 아주 명확합니다. 자국 플랫폼 산업을 보호하고 키우겠다는 겁니다. AI 시대의 핵심 가치는 결국 ‘국가 플랫폼’이고, 국가 주도의 플랫폼 산업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플랫폼 산업은 규제 대상만이 아니라 ‘전략산업’으로 봐야 합니다. 이 관점에서 규제와 진흥은 균형을 맞춰야 하고, 이용자 보호와 경제 활성화, 국내외 규제 조화까지 함께 놓고 봐야 합니다.”
최 교수는 ‘규제 일변도’가 가져올 부작용을 투자와 시장 진입의 언어로 풀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플랫폼 산업은 글로벌 게임이고, 법안은 ‘정책 신호’로 작동한다는 판단이다. 결과는 투자 심리로 돌아온다는 얘기였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과 관련해 그는 6대 입법 원칙으로 ▲규제와 진흥의 균형 ▲자율규제 및 민간 표준 중심 운영 ▲AI·데이터 정책과의 연계성 강화 ▲기반 플랫폼 경쟁력 강화 및 중소 플랫폼 지원 ▲정책 조정 거버넌스 확립 ▲이용자 보호의 기본원칙 제시를 꼽았다.
또한 안 제5조를 통해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정리하여 플랫폼 산업 진흥의 법적 우선순위를 정립하고, 안 제10조부터 제14조에 걸쳐 ▲중소 플랫폼 특별 지원 ▲창업 활성화 ▲전문인력 양성 ▲기술혁신 및 신사업 창출 지원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표 말미, 최 교수는 ‘지원책 나열’이 아닌 ‘운용체계’에 방점을 찍었다. 자율규제와 민간 표준을 제도 안에 넣고, AI·데이터 정책과 연결하고, 거버넌스를 세우고, 이용자 보호 원칙을 같이 박아야 한다는 그림이다.
“플랫폼산업진흥법은 규제와 진흥의 균형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자율규제와 민간 표준이 어느 정도 확립되는 ‘운용체계’를 가져야 하고, AI·데이터 정책과의 연계성은 필수입니다. 기반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스타트업·벤처 등 중소 플랫폼 생태계가 활성화되도록 지원 방안을 충분히 담아야 합니다. 정책 조정과 거버넌스도 분명히 필요하고, 이용자 보호의 기본 원칙은 더더욱 빠지면 안 됩니다. 목적 조항부터 ‘왜 이 법이 필요한지’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잡아야 합니다.”

이날 행사는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패널토론으로 이어졌다. 패널로는 선지원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민상대 디지털상공인연합 회장, 최희민 라포랩스 대표, 한승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연구위원, 곽미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디지털플랫폼팀 팀장 등이 참석했다.
먼저 운을 뗀 선지원 교수는 ‘진흥’의 목적을 재설정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플랫폼은 단일 산업이 아니므로 특정 기업을 밀어주는 방식으로는 진흥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신 선 교수가 지목한 진흥의 대상은 ‘플랫폼이 매개하는 생태계’다.
“플랫폼이라는 걸 ‘하나의 단일한 시장이다’ ‘하나의 단일한 산업이다’라고 말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결국 ‘플랫폼을 진흥한다’는 것은 게 예전에 우리가 특정 산업 영역에 지원금을 부여하고 특혜를 주고 하면서 지원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봅니다. 결국은 플랫폼을 매개로 형성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용자의 후생을 증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선 교수는 생태계에 포함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괄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단순히 플랫폼 사업자만 보지 말고, 입점업체, 이용자, 소비자, 그 주변 노동까지 포괄해야 ‘진흥’이 기능한다는 의미다.
“플랫폼을 매개하고 있는 생태계의 진흥은 플랫폼 자체를 포함해서 입점 업체들 그리고 이용자들 최종 소비자들에 이르기까지, 배달 종사자 등 여러 가지 부가한 업무들을 하는 당사자들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증진하고 다양성 증진을 하고 역량 증진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선 교수는 지원책의 ‘연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력 양성, 창업, 기술 혁신이 각각 굴러가면 생태계는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 교수는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공정하게 유통되는 구조까지 설계해야 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기껏 인력을 양성해 놨지만 그 인력들이 플랫폼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인력들이 되지 않고 다른 영역에서 활동을 한다거나 창업한 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양성한 인력들이 플랫폼 생태계에서 실제로 창업을 하고 기업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게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애플리케이션이 공정하게 유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까지 구상하는 것이 지원 방안들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
발언 말미, 선 교수는 한동안 플랫폼 업계에 적용됐던 ‘자율규제’와 관련해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자율규제를 ‘정부 주도’로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자율규제는 힘을 잃는다는 주장이다.
“몇 년 전부터 자율규제를 하겠다라고 정부가 이야기를 했던 시점부터 역설적으로 동력이 많이 꺾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율규제라는 것은 말 그대로 시장의 기능에 맡기는 건데, 이걸 정부 주도로 하겠다고 나서는 시점부터 자율 규제가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인터넷 자원의 거의 절반은 구글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얘기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는 3~5% 정도밖에 안 됩니다. 정도, 그러니까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을 벌써 이미 빅테크가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글로벌 빅테크가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을 단순한 산업 영역이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팬데믹이 지나면서 시작됐다. 갑작스럽게 닥친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자 격리와 이동 동선 파악을 위해 민간 서비스를 국가 위기 대응에 활용하며 이른바 ‘인프라’화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전 교수는 간담회 자료집을 통해서도 이를 국가플랫폼자본주의(SPC)로 규정하며 미국, 중국, EU, 일본 등 역시 이미 자국 플랫폼을 지정학적 도구이자 안보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관리’와 ‘통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도 선택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SPC는 미국형, 중국형, EU/일본형으로 나눳습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목적은 같은 흐름입니다. 미국은 국가 안보적인 이슈 때문에 틱톡에 대한 규제를 굉장히 강하게 하고 있고, 중국은 인터넷을 도입하는 시점부터 자국의 인터넷을 아예 들어올 수도 없게 막아버리는 방식입니다. EU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너무 많이 써서 미국 사람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빅테크에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고, 일본도 테크 규제를 세게 하지 않다가 조세 문제가 커지자 데이터 센터를 동경에 갖다 놓으라고 요구하는 식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다음 세대’를 언급했다.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가 플랫폼으로 수렴하는 현실에서, 법과 정책은 얕게 만들면 안 된다는 주문이다.
“사업계획서 스타트업들이 써온 걸 보면 열에 아홉은 다 플랫폼입니다. 플랫폼은 어느새 우리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너무나도 중요한 것인데, 다음 세대를 생각해 본다면 좀 더 깊이 있게 이 법안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디지털소상공인 측의 입장도 나왔다. 민상대 디지털상공인연합 회장은 플랫폼을 ‘인큐베이터’로 불렀다. 디지털상공인들에게 창업 진입의 문이자 성장의 발판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민 회장은 규제 프레임이 먼저 오면 그 문이 좁아진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저희 같은 소상공인 입장에서 플랫폼은 ‘규제의 대상’이라기보다 ‘인큐베이터’에 가깝습니다. 창업을 하고 막 시작할 때는 자사몰도 없고 자사몰을 구성할 수도 없으니, 제일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는 거거든요. 플랫폼에서 시작해 성장하고, 그다음에 확장해 나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플랫폼을 먼저 규제의 프레임으로만 보면, 저희가 성장하는 첫 구간을 잘라내는 셈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는 시기’를 성장 구간으로 보고 정책을 설계해 주셨으면 합니다.”
민 회장은 AI도 현실의 언어로 바꿔 말했다. 이를테면 ‘종합 스포츠’와 같다는 것이다. 기초 체력이 없으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고, 그 기초 체력이 플랫폼이라는 의견이다.
“AI는 ‘종합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종합 스포츠를 하려면 기초 체력이 있어야 하고, 저희에게 그 기초 체력이 바로 플랫폼입니다. 종합 스포츠가 잘 되고 있는데 ‘달리기를 규제할 거냐’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플랫폼에는 LLM(거대 언어 모델)의 기반이 되는 우리나라 언어로 쌓이는 데이터가 축적되는데 소상공인들이 그걸 혼자 모으고 활용하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데이터랩, 공공데이터 같은 걸 활용해 ‘언제 옷을 출시할지’, ‘어디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지’까지 저희는 플랫폼 기반으로 판단을 합니다. 그래서 AI 시대의 기초 체력인 플랫폼을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진흥의 대상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발언 말미, 민 회장은 원활한 자금 흐름을 위한 ‘정산 시스템 개편’을 언급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빠른 정산’ 같은 사례는 실질적인 생존 지원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플랫폼 사업자를 대표해 최희민 라포랩스 대표가 나섰다. 최 대표는 “AI 시대에는 모델의 성능 격차보다 어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플랫폼은 이용자의 실제 소비·취향 데이터가 축적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모델은 상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계절·문화·소비 패턴 등 지역 맥락을 반영한 데이터는 국내 플랫폼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이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하느냐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민 회장이 언급한 정산 구조와 관련해서도 “플랫폼이 보관하는 판매 대금은 본질적으로 셀러의 자금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자율규제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며 “제도화가 필요하다면 금융기관 예치 등 안전장치는 가능하더라도, 자금 운용 방식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간담회 말미에는 정부 측의 입장도 소개됐다. 곽미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팀 팀장은 “규제 중심의 제도적 접근만으로는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플랫폼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규제보다는 진흥에 무게를 둔 정책을 마련하고, 기존 ICT 법령과의 정합성을 살펴 실효성 있는 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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