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옹벽 붕괴, 설계·시공·관리 등 총체적 부실 드러나…유사구조 전수조사

신혜원 2026. 2. 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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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설물사조위, 25일 조사 결과 발표
옹벽에 유입된 빗물 배수 안 돼 수압 가중
설계 미흡, 시공 불량, 부실 관리·감독 등
지난해 7월 16일 집중 호우로 경기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록 옹벽이 붕괴돼 차량 2대가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지난해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오산 옹벽 붕괴사고는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단계에 걸친 부실로 인한 사고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강토옹벽으로 유입된 다량의 빗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못해 수압이 가중돼 붕괴됐는데, 설계 미흡, 시공 불량, 안전 의무 미이행 등 모든 주체별 부실·부적정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설계·시공 기준 구체화, 관리 강화, 특별점검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26일 오산 보강토옹벽 붕괴사고(지난해 7월 16일 발생)와 관련해 이 같은 내용의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의 사고조사 결과와 유사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옹벽 빗물 유입으로 수압 가중…설계·시공·유지관리 등 전 단계 부실
[국토교통부 제공]

사조위 조사에 따르면 보강토옹벽 상부에 있는 배수로와 포장면의 균열을 통해 보강토옹벽으로 빗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뒤채움재(보강토옹벽 뒤쪽 공간을 채우는 흙)가 약화됐고, 보강토옹벽 상단에 설치된 L형 옹벽이 침하되면서 포장면 땅꺼짐과 균열이 발생했다. 사고 직전 시간당 39.5mm의 집중호우에 의해 균열과 땅꺼짐 부위로 빗물 유입이 증가했으며, 이 유입수가 제대로 배수되지 않아 보강토옹벽에 작용하는 압력(수압)이 가중돼 붕괴된 것으로 분석됐다.

설계사는 보강토옹벽 상단에 L형 옹벽이 설치되는 복합구조에 대한 면밀한 위험도 분석을 수행했어야 하나 이에 대한 검토를 부실하게 수행했다. 또한 보강토옹벽에 수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배수 대책을 수립했어야 하지만 배수 설계가 미흡했으며, 뒤채움재의 품질기준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시공 불량을 초래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시공사는 배수가 잘되지 않는 세립분이 많이 포함된 흙을 뒤채움재로 부적정하게 사용했고, 자재(보강토 블럭) 변경 승인 여부와 품질시험 여부가 불투명(자료 부존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변경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최초 설계 도면을 그대로 준공 도면으로 제출하는 등 시공 품질 문제도 있었다. 또한 감리·감독자는 이와 같은 시공사의 잘못된 업무처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해당 시설물은 2011년 준공되었으나 2017년이 돼서야 관리주체로 인계됐고, 2023년 개통 전까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되지 않아 안전점검 등 법적 의무가 미이행된 채 장기간 방치됐다.

이번 사고와 동일한 시공사가 공사한 구간에서 보강토옹벽 붕괴사고가 과거 두 차례 있었으나, 해당 구간 내 보강토옹벽의 안전성 검토 및 재발방지 대책이 미흡했다. 2023년에 시행한 정밀안전점검에서도 배수불량, 배부름 등의 문제가 지적됐지만 이에 대한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국민신문고를 통해 사고 발생 20여일 전부터 사고 당일까지 사고 구간의 포장면 땅꺼짐, 붕괴 우려 등 민원이 다수 제기됐는데, 관리주체는 원인 분석이나 안전성 검토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건설기준 개선, 특별점검 등 재발방지책 추진…책임주체 행정처분·수사 조치
지난해 7월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도로로 무너지며 차량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사조위는 재발방지대책으로 ▷건설기준 개선 ▷유지관리체계 강화 ▷보강토옹벽 특별점검 등을 제안했다.

오산 사고 발생 시설과 같이 보강토옹벽 위에 L형 옹벽이 설치되는 복합구조에 대해 하중 적용 및 시공 방법 등 설계·시공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보강토옹벽의 배수로・유공관 등 배수시설 설계기준도 대폭 강화한다.

시설물안전법에서 규정하는 종 시설물이 FMS에 누락되지 않도록 FMS 등록과 설계도서 제출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미등록 시설이 적발되면 이행 명령(국토부)을 통해 등록하도록 하고, 미등록 및 설계도서 미제출 시 제재 강화를 위해 시설물안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또한 동일한 사고 예방을 위해 보강토옹벽에 배부름 현상이 발생하거나 균열 등을 통한 빗물 다량 유입 우려가 있는 경우를 시설물안전법령상 중대 결함으로 지정해 적기에 보수·보강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전국의 복합구조 보강토옹벽 및 배수 설계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 미흡 시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해 필요시 안전성 검토 및 보수·보강 조치를 시행한다.

권오균 사조위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철저한 대책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사조위 조사 결과를 반영해 관련 법령과 기준을 정비하는 한편, 사고 책임 주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수사 등이 조속하게 이뤄지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한편 사조위는 엄정한 사고조사를 위해 학계·업계 등 각 분야 민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됐다. 객관적인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장조사 ▷설계도서 등 관련 자료 검토 ▷사고 관계자 청문 ▷외부 용역을 통한 지반조사 및 품질시험 등을 포함해 지난해 7월 2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총 21회의 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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