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쩐의 전쟁’···대한항공 중심 재편 속 승부수

박성수 기자 2026. 2. 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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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기조에도 기단 확대 집중
해외여행 강세 속 미래 수요 선점 경쟁
/ 사진=생성형 AI 이미지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항공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격적인 '쩐의 전쟁'에 돌입한다.

엔데믹 이후 여객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며 항공 교통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정작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해외 여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항공사간 출혈경쟁이 심해지며 일부 항공사를 제외하면 수익성은 되레 악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은 기단 확대와 노선 확장, 정비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라는 대형 변수가 현실화되면서 업계 판도는 급변하고 있다. 초대형 국적 항공사의 탄생을 앞두고 중소 항공사들은 생존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적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본 투입을 늘리는 배경에는 '지금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작년 항공기 441대···코로나 전보다 30대 늘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기단은 441대로 전년대비 25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시기 국내 항공기는 360여대 수준까지 줄었으나 지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항공기를 확대하면서 2023년 393대, 2024년 416대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도 국내 항공사들은 약 50대의 항공기를 새로 도입하고, 기존에 노후화된 항공기 30여대를 반납하며 기단 현대화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숫자 이면의 수익 구조는 복잡하다. 과잉 경쟁에 따른 항공권 가격 하락과 함께 유가 변동성과 환율 부담,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요인이 겹치면서 대한항공을 제외한 상당수 국적 항공사들이 적자전환했다.

공급은 늘었지만 비용 구조가 이를 따라잡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3425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제주항공은 1109억원 손실을 봤다. 진에어 163억원, 에어부산 45억원 등 다른 항공사들도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 매출은 전년대비 2% 늘어난 16조501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조5393억원으로 19% 감소에 그치며 선방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사업의 경우 여객 성수기와 황금연휴 기간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단거리 노선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년대비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물사업 역시 관세 협상 타결 등으로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전자상거래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입된 데다 연말 소비 특수와 고정 물량 확대가 더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적자에도 투자 못 멈춰···미래 수요 확보 차원

이같은 수익 감소 기조 속에서도 항공사들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중심의 재편 국면을 앞둔 가운데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서다. 규모를 갖추지 못하면 여객 및 노선 확보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항공 산업은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항공기를 많이 보유할수록 운수권과 슬롯 확보에 유리하고, 노선 다변화로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쟁력을 택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의 경우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통해 초거대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미 안정적인 재무 기반을 갖춘 상황에서 기단 현대화와 서비스 고도화를 병행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통합 이후에는 노선 효율화와 중복 제거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또 다른 셈법을 가지고 있다. 통합 진에어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항공기 도입을 확대하거나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준비하는 등 활로를 모색 중이다.

또한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단거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높은 노선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일부 항공사들의 경우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몸집을 키우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항공기 수와 노선, 운수권 규모는 기업 가치 산정의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외형 확장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항공업 특성상 현금 흐름이 빠르게 순환한다는 점도 공격적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여객 수요가 유지되는 한 매출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을 확보하면 고정비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인기 노선과 황금 시간대 슬롯을 확보하면 수익성 개선 여지도 크다.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는 꾸준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은 9455만여명으로 전년대비(8892만여명) 6.3%, 코로나 이전인 2019년(9038만여명)대비 4.6%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국제선 여객 수요의 약 30%를 차지하는 일본 노선 인기가 줄지 않고 계속되면서 항공사들의 투자 의지도 꺾이지 않고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 흐름을 보이며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 시장 역시 확장 국면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방한 외국인은 1893만6562명으로 전년대비 15.7% 늘었고 2019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박성혁 신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정부 목표인 2030년 방한객 3000만명 유치를 2년 앞당겨 2028년 조기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해외 여행 수요가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항공사들이 단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미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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