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년 행사 합치면 700일" 배스킨 점주들, 본사 앞 첫 집단행동

박해나 기자 2026. 2. 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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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율 조작' 공정위 제재 여파…점주 "팔아도 남는 게 없다" 본사 "마진 인상 어렵다"
[비즈한국] 판촉 행사 동의율 조작혐의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SPC그룹 비알코리아가 가맹점주의 집단 반발에 직면했다. 점주들은 과도한 프로모션 부담과 가맹점 생존을 위협하는 수익 구조를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상생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비알코리아는 마진 인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다.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협의회는 24일 서울 강남구 배스킨라빈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가맹점주 100여 명 본사 앞에 모여 삭발식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SPC 2023’ 사옥 앞에서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협의회가 집회를 열었다. 가맹점주들은 배스킨라빈스 본사인 비알코리아에 수익 구조 개선과 불공정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약 100명의 점주가 참여했으며,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본사의 책임 있는 협상과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장에서는 점주들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기 위한 삭발식도 진행됐다. 삭발에 나선 점주들은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본사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요구했다. 이를 지켜보던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본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번 집회는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첫 사례다. 협의회 관계자는 “2022년 협의회 출범 이후 가맹본부와 상생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왔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반복됐을 뿐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며 “점주들 사이에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이야기가 이어졌고, 집회를 결정하게 됐다. 본사가 책임 있는 자세로 협상에 나설 때까지 매월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점주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자 본사도 사태 수습에 나서는 분위기다. 2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뒤 별다른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던 비알코리아는 집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야 가맹점주 측에 보상안을 제시했다고 알려진다.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가맹점주에게 사전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판촉 행사를 진행한 사실이 적발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 1800만 원을 부과받았다.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가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는 판촉 행사를 실시할 경우 전체 점주의 70% 이상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비알코리아는 동의하지 않은 가맹점을 동의한 것처럼 처리해 동의율 70%를 충족했다고 꾸민 사실이 드러났다.
협의회 관계자는 “집회 전날 본사에서는 판촉 행사 비용을 부담했던 미동의 점포를 대상으로 손실 부담분을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점주들이 집회에 나선다니 이제야 조치를 내놓은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비알코리아 측은 이 조치에 대해 “보상안은 협의회와 협의 중인 사안이라 설명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공정위 제재는) 통신사 제휴 프로모션에 대한 가맹점 동의 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가맹점 1곳에 대해 임의로 동의 처리한 사실이 확인된 사안으로 회사는 문제 인지 이후 진상 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가맹점사업자에게 사과 및 직원 징계 조치 등을 완료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제3자가 임의로 동의를 진행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전면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24일 열린 집회에는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 약 100명이 참석했다. 사진=박해나
#​소비자가격이 공급가보다 더 내려가기도”점주들은 ‘팔아도 남는 게 없는’ 구조적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협의회 측은 가맹점 원가율이 50%를 웃돌아 타 브랜드보다 지나치게 높은 데다, 잦은 프로모션으로 정상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가맹점주는 “여러 프로모션이 동시에 겹쳐 진행되는 날을 중복 계산해 모두 합산하면 1년 기준 행사일수가 700일을 넘는 수준”이라며 “그만큼 판촉 행사가 과도하게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본사는 프로모션 참여가 선택 사항이라고 하지만 매출 감소를 우려한 점주들은 사실상 동의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다”며 “불합리한 판촉 행사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본사는 연간 프로모션 계획에 대해 한 번에 동의를 받는 ‘연간 동의’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이때 동의율이 70%에 못 미치더라도 동의한 매장에 한해 행사를 진행한다는 조건을 명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들은 이 같은 방식이 형식적으로만 선택권이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참여를 강제하는 구조라고 비판한다. 가맹점 포화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접 매장이 통신사 제휴 등 주요 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미참여 매장은 고객 이탈과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원가율에 잦은 판촉 행사 부담까지 더해지다 보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가맹점주는 “행사를 너무 자주 하다 보니 손님들이 사가는 아이스크림 소비자가격이 가맹점 공급가보다 더 낮아질 때도 있다”며 “이럴 때는 점주들이 인근 경쟁 매장을 방문해 아이스크림을 구매해 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 2월 1일 던킨과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는 가맹점주의 사전 동의 없이 판촉 행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사진=박정훈 기자
필수품목 지정 문제도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핑크 스푼’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본사를 통해 구매하도록 하고 있으나, 점주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협의회 측은 “본사 공급가는 개당 36원이지만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16원 수준”이라며 “해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공정위에 신고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배달비를 둘러싼 갈등도 불거졌다. 본사는 2월부터 배달앱 주문 가격을 약 12% 인상하는 동시에 가맹점에 지급하던 배달비 보조금을 중단했다. 점주들은 가격을 올렸지만 주문 감소로 매출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배달비 부담은 고스란히 가맹점에 전가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수익 구조와 비용 부담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사는 경영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알코리아 측은 “가맹점주들의 요구 중 수용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반영하고 있지만, 현재의 원가 구조와 본부의 상황을 감안할 때 마진 인상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가맹점과 가맹본부가 모두 지속 가능한 구조 안에서 점포 수익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phn0905@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