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에세이 ] 길게 흐르는 유장한 히말라야 능선, 지리산-노고단-임걸령 같아

배두일 객원기자 2026. 2. 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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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남체 운해 위로 두리둥실, 눈부시게 뜬 판도라 행성의 툴쿤

셰르파들끼리 오르다, 꽝데 초등 ‘신의 한 수’

[<사람과 산>  배두일 객원기자]    보온성이 미덥잖은 롯지의 훌렁한 이불 속에 빵빵한 오리털 침낭을 넣고 그 속에 몸뚱이를… 아니지. 그냥 몸 말고 부드러운 기능성 속옷에 두툼히 푹신한 방한복까지 겹겹이 둥쳐, 우리나라 같았으면 한겨울 눈밭에 뒹굴어도 끄떡없게끔 무장한 미련곰탱이를 어정버정 욱여넣는다.

잔뜩 몸 불린 다섯잠누에의 고치를 틀었으니 추울 리야 만무하고, 혹시 묵직하고 갑갑해서 그러나 싶어 이불을 젖혀도 보지만, 도대체 왜 잠은 안 오는 거야. 

바로 옆에 솟아 있는 꽝데 연봉(Kongde Ri)의 누플라(Nupla·5,885m), 샤르(Shar·6,093m), 로(Lho·6,187m), 눕(Nup·6,035m) 네 봉우리도 새벽에 퍼부은 눈으로 온통 뿌유스름한 백야의 밤을 뒤척이고들 있으려나. 오늘 아침 뒷동산 샹보체(Syangboche·3,775m) 설국의 몽롱한 눈구름 국경을 벗어나는 순간, 어찌저찌 낯은 익었으나 딱히 안면을 트지 않았던 사람과 정색하고 이미 아는 이름 통성명하듯 딱 부닥뜨린 꽝데, 빤히 올려다보인 남체의 앞산이다.

솟았다기보다 누워 있네, 싶은 첫인상이었다. 우리 한옥을 옆에서 올려보자면 양쪽으로 부드럽게 솟치는 추녀 끝처럼, 두 갈래로 불거진 누플라가 맨 왼쪽으로 비켜섰다. 오른쪽엔 제법 날카로운 암봉이 겹쳐 보이는데, 앞쪽 가장 높아 뵈는 봉우리는 사실 둘째인 동봉 샤르(Shar)고, 뒤로 보일락 말락 조금 낮은 암봉이 정상인 남봉 로(Lho)다. 하긴 어디가 꼭대기인가 따질 일도 없을 것이긴 한 게, 미안하지만 눈길 끄는 건 누플라나 샤르가 아니고, 오른쪽 맨 끝에 어깨처럼 반듯한 서봉 눕(Nup)은 더더욱 아니다.

누플라에서 로까지 길게 흐르는 유장한 능선, 지리산 노고단에서 임걸령까지 거닐거나 설악산 대승령에서 귀때기청봉까지 서북주 능을 타는 듯, 먼눈에 비치기론 비스듬히 늘어진 빨랫줄 산등성인 거다. 두 바퀴 마니아들이라면 어떻게든 애마를 떠메고 올라가 눈발을 휘날리며 단숨에 내달려 보고플 능선이 바로 시야의 좌에서 우까지 가득 찼다. 샤르에서 3km 내리막을 내리 다운힐로 곤두박다가 마지막 누플라 점프대에서 튀어 오르면, 드높은 히말라야 창 공에서 공중돌기를 하여 루클라 비행장에 사뿐히 착지하리라.

루클라 공항에 내려서 떡 마주친 히말라야의 첫 설산이 누플라이니만치, 뒤태가 아무리 히말라야의 피라미드 같았던 앞태와 생판 남인 듯 다르다고 알은체 않는다면 도리가 아니지. 누플라의 손님 맞이는 남체 서쪽 보테코시(Bhote Koshi) 계곡 깊숙이 솟은 맏형 꽝데가 명색이 셰르파 고장의 앞산이기에 막내둥이를 이국 길손들 길라잡이로 남동쪽 멀리까지 내보낸 때문이다.

누플라의 정수리가 바깥을 향해 구부스름한 것을 보면, 남체를 굽어보거나 하지 않고 루클라를 향해 고개를 수그린 공손한 몸가짐이다. 꽝데의 남동쪽에 있으므로 로라(Lhola)나 샤를라(Sharla)라야지 싶은 이름마저도, 쿰부 왕국의 관문인 몬조 쪽에서 보매 서쪽이라 하여 누플라(Nupla)일 테고.

[ 산행에세이 ] ② 남체 운해 위로 두리둥실, 눈부시게 뜬 판도라 행성의 툴쿤에서 이어집니다.

글.사진 배두일 객원기자│<사람과 산>이 제정한 한국산악문학상 제1회(1991) 중편등반수기와 제3회(1993) 중편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저서로 『환상방황』(공저), 『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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