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반독점 판결 그 너머… AI가 재편하는 한국 광고 시장의 미래

2026. 2. 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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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환 더 트레이드 데스크 한국 지사 지사장
방종환 더 트레이드 데스크 한국 지사 지사장. 사진= 더 트레이드 데스크

최근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은 광고 익스체인지와 그 내부의 입찰 시스템을 둘러싼 공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퍼블리셔와 마케터들에게 이번 소송에서 드러난 사실들은 그리 낯설지 않다. 디지털 광고 시장이 소수의 지배적 플랫폼 기업들에 의해 형성되어 왔으며, 이들이 불균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업계의 오랜 인식을 재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과제이며, 이번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그동안 온라인 광고 시장을 정의해 온 구조적 불균형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규제 당국의 시선이 과거의 행적에만 머물러 있는 사이, 기술의 진보는 법정의 담장을 넘어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에 다가올 '파괴적 혁신 기술 (disruption)'이 아니라, 이미 정보 검색과 매체 구매, 브랜드 마케팅의 규칙을 근본적으로 다시 쓰고 있다. 업계가 소수 기업들에 의한 오늘날의 시장 지배력 집중을 우려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AI에 의한 파급력은 그러한 우려조차 사소해 보이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미 구글은 해당 재판 과정에서 AI 때문에 '이 재판 자체가 의미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그 논리는 명확하다. AI 개요(AI Overviews) 기능과 대화형 탐색 (conversational discovery), 생성형 검색(generative search)이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재편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ad display market)에서의 독점력을 논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프레임은 핵심적인 진실을 간과하고 있다. AI 답변의 토대가 되는 모델들은 결국 오픈 인터넷 공간에서 퍼블리셔, 방송사, 그리고 브랜드들이 만들어낸 콘텐츠와 신호(signals)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설령 AI가 소비자의 정보 검색을 시작하는 관문이 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검증된 프리미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정보를 비교하고, 탐색하며, 깊이 있게 연구한다. 한국의 티빙이나 웨이브같은 프리미엄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BVOD)부터 스트리밍 오디오, 공신력 있는 뉴스 매체, 전문적인 팟캐스트 등이 바로 그 예에 해당한다. 이러한 채널들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권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AI가 생성하는 추천 결과의 방향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신호가 된다.

AI가 온라인 콘텐츠에 의존하는 정도가 커지면서 '콘텐츠의 가치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이제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정책의 화두가 되었다. 세계 각국 정부는 거대 IT 플랫폼과 언론사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으며, 고품질 콘텐츠가 창출하는 가치가 제작자에게 정당하게 돌아갈 수 있는 보상 체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는 양질의 콘텐츠가 광고주나 플랫폼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가치에 비해, 정작 콘텐츠 제작사들이 받는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 역시 뉴스 콘텐츠 보상 체계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국회에는 글로벌 플랫폼의 뉴스 활용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다루는 법안이 계류 중이며, 생성형 AI의 뉴스 데이터 학습과 저작권 처리 방식은 핵심 정책 쟁점으로 떠올랐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이 언론사와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구글과 메타 같은 글로벌 거물들에 대해서도 공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브랜드 자산 구축, 새로운 경쟁 우위의 핵심

AI는 검색 규칙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같은 기술이 등장하고 있지만, 마케터가 AI의 답변에 직접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광고 지면도, 정교한 입찰 전략도 통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AI 알고리즘은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노출시킨다. 즉, 강력한 브랜드는 시장에서만 경쟁우위를 점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학습하는 신호 자체에 큰 영향을 준다. 이제 브랜드 자산 구축의 중요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소비자에게 신뢰와 친숙함을 심어주는 '어퍼 퍼널(Upper-funnel)' 단계가 AI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한 새로운 격전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프리미엄 매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신뢰와 몰입감을 이끌어내는 고품질 콘텐츠는 AI가 의존하는 '브랜드 신호'를 더욱 강력하게 증폭시킨다. 실제로 IAB(Interactive Advertising Bureau)의 조사에 따르면 프리미엄 매체는 일반 매체보다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주목도 면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며 그 보상 역시 확실하다는 점을 입증한다. 지난 10년간 축적된 칸타(Kantar)의 데이터는 명확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보유한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무려 4배나 더 높은 시장 점유율 가치(Value Share)를 창출해 낸다는 점이다.

◇미래는 강력한 데이터 기반을 갖춘 브랜드의 것

브랜드 자산 구축이 전략이라면,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다. AI는 디지털 광고의 패러다임을 '성과를 보고 고치는' 사후 최적화(Reactive Optimization)에서, '결과를 미리 내다보는' 사전 예측 중심 플래닝(Predictive Planning)으로 전환시켰다. 이제 광고비를 집행하기도 전에 누구에게, 어디서, 어떤 메시지로 접근해야 할지를 AI가 미리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진화는 더 정교한 접근을 요구한다. AI는 서로 연결된 환경에서 원활하게 이동하는 깨끗하고 동의된 신호를 학습할 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투명성이 필수적이다. AI는 폐쇄적인 '월드 가든(Walled Garden)' 플랫폼 내부의 불투명한 결과값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정확한 예측 모델을 만들기 위해 브랜드는 주의력, 신뢰, 성과가 실제로 측정되는 프리미엄 환경에서 데이터를 활성화해야 한다. 다음 세대의 경쟁 우위는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신호'를 강화하는 것에서 결정된다. 동의 기반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채널 전반에 연결하며,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인사이트를 미디어 플래닝 시스템에 꾸준히 반영하는 브랜드만이 AI 기반 플래닝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것이다.

구글 재판은 기존 광고 생태계가 가졌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으며, AI는 업계 모두가 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서둘러 전환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AI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승리하는 브랜드는 구매 직전의 순간(전환)에만 요란하게 광고하는 브랜드가 아닐 것이다. AI가 첫 번째 답변을 내놓기도 전에 소비자가 먼저 떠올리고 신뢰하는 브랜드, 즉 사람의 마음속에 이미 깊이 자리 잡은 브랜드들만이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

더 트레이드 데스크 한국 지사 방종환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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