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 모은 종이팩… '도로 아미타불' 없이 제대로 탈바꿈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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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고급 펄프 소재임에도 수거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쓰레기로 버려지던 종이팩을 고품질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기존 종이팩 수거함 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수거함 설치 이후 종이팩의 수집·선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고 품목에 종이팩이 없어 종이팩 전문 선별업체에 제대로 운반되었는지 지자체가 확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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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공동주택서 '종이팩 분리배출'
①우유팩·멸균팩 구분 상태로 이동 필수
②민간이 선별업체 운반 후 지자체 신고
③재생 제품 수요 확대 공공 먼저 나서야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4주 단위로 목요일 연재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종이팩 분리배출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급 펄프 소재임에도 수거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쓰레기로 버려지던 종이팩을 고품질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기후부는 배출·수거 물량 증가에 대비해 전용 수거함 제작 기준 마련, 전용 수거봉투 배포 등의 기반 시설 구축을 올해 상반기 안으로 추진할 계획인데 노파심에서 몇 가지를 더 당부하고 싶다.
공동주택 단지에 수거함이 배포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따로 수거함에 모인 종이팩이 다시 폐지와 섞여 운반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기존 종이팩 수거함 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수거함 설치 이후 종이팩의 수집·선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이팩을 별도로 수집해 우유팩과 멸균팩으로 각각 선별한 뒤 제지업체로 판매하는 체계가 물 흐르듯 작동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종이팩을 수거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공동주택과 계약한 민간 사업자가 종이팩 전문 선별업체에 운반하고 그 실적을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도 공동주택이 민간업체에 재활용품을 위탁 처리할 경우 해당 실적을 전자 또는 서면으로 신고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신고 품목에 종이팩이 없어 종이팩 전문 선별업체에 제대로 운반되었는지 지자체가 확인하기 어렵다. 신고 품목에 종이팩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
종이팩을 원료로 사용한 재생 제품의 수요 확대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 우유팩 재생 화장지 제조 시설이 문을 닫았고, 올해 추가로 문을 닫는 시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남아 저가 펄프 화장지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내 재생 화장지 업체들이 존폐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재생화장지 구매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들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예를 들면, 국방부는 군부대 화장지 입찰에서 재생지를 아예 배제하고 있으며 수년째 개선을 요구해도 요지부동이다. 전국 각 지자체는 주민이 종이팩을 펼쳐 가져가면 화장지로 교환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종이팩을 가져온 주민에게 펄프 화장지를 제공하는 기막힌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재생 제품 수요가 없다면 재활용 시설을 돌릴 수 없고, 국내 재활용 시설이 사라지면 애써 모은 재활용품을 해외로 수출하거나 국내에서 다시 쓰레기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종이팩 자원 순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재생 제품 수요 시장이 받쳐줘야 한다. 우선 녹색 제품 구매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만이라도 화장지나 핸드타월은 재생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도 재생 화장지를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일정 수준의 판촉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이는 종이팩 재생화장지뿐만 아니라 재생 복사지 등 다른 재활용 제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올해는 종이팩 자원 순환 체계가 제대로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기후부의 건투를 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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