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테이블코인은 왜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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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한국의 PC통신은 '망'이 곧 '서비스'였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위의 표준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허가형 네트워크(프라이빗 원장)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초기에는 통제와 관리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마치 HTTP가 웹서비스의 공용 레일이 되었듯이,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 위의 돈'으로서 API처럼 호출되고 다른 서비스와 결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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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정 토큰스퀘어 대표 [토큰스퀘어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6/ned/20260226080132653cjxn.png)
1990년대 후반 한국의 PC통신은 ‘망’이 곧 ‘서비스’였다. 천리안·나우누리·하이텔은 각자 전용 세계를 만들었고, 이용자는 그 안에서 뉴스도 보고 채팅도 했다. 그러나 시장의 방향은 더 큰 전용망이 아니라 더 개방적인 표준으로 기울었다. TCP/IP 위의 HTTP와 브라우저가 보급되자 누구나 같은 규격으로 접속하고, 누구나 같은 규격으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경쟁의 축은 폐쇄형 인트라넷에서 개방형 인터넷 생태계로 이동했다.
지금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도 본질은 유사하다. 겉으로는 “어느 코인이 더 크냐, 어느 발행사가 더 신뢰받느냐”의 경쟁처럼 보이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돈이 흐르는 레일이 어디로 수렴하느냐’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위의 표준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허가형 네트워크(프라이빗 원장)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초기에는 통제와 관리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가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규모와 유동성은 제한된다. 특정 네트워크 안에서만 사용 가능한 돈은 글로벌 환경에서 통화라기보다 포인트에 가까워질 수 있다. 연결되지 않은 돈은 확장되지 않는다.
반면 퍼블릭 블록체인은 동일한 규칙을 공유하는 참여자들이 하나의 원장을 유지하며 거래를 검증한다. 이 위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이 아니라 결제·정산·송금의 공용 인프라로 작동한다. 마치 HTTP가 웹서비스의 공용 레일이 되었듯이,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 위의 돈’으로서 API처럼 호출되고 다른 서비스와 결합될 수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결제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AI 결제는 원자성, 합성가능성, 최종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거래는 부분적으로 실패할 수 없고 한 번에 확정되어야 하며, 다른 로직과 자연스럽게 결합돼야 하고, 상태는 지연 없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어야 한다. 분절된 네트워크나 다층 구조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구현하기 어렵다. 단일 합의 레이어 위에서 작동하는 구조가 기술적으로 더 적합한 이유다.
규제가 퍼블릭 레일을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준비금, 상환, 공시, 감사라는 신뢰의 표준이 정교해질수록 오히려 거래 기록과 감사 가능성이 높은 구조가 유리해질 수 있다. 핵심은 퍼블릭이냐 프라이빗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상환 신뢰를 제도와 운영으로 표준화해 누구나 연결하기 쉬운 돈을 만드는 데 있다.
이 지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전략도 달라진다. 단순히 국내 결제망을 대체하는 수단에 머문다면 확장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24시간 B2B 지급, 국경 없는 정산, 글로벌 플랫폼·콘텐츠 정산과 같이 기존 인프라가 느리고 비싼 영역에서 공용 레일로 기능한다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네트워크와 접점을 만들 수 있다. 글로벌 본질을 전제로 설계할 때만 글로벌 기회가 열린다.
PC통신 시대의 교훈은 분명하다. 시장은 더 높은 담장이 아니라 더 넓은 표준으로 움직인다. 스테이블코인의 다음 장은 ‘어떤 코인이냐’가 아니라 ‘어떤 레일 위에 서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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